안성환 지노믹트리 대표 대장암 조기 진단키트로 미 시장 공략 준비
"논문과 현장은 달라, 결과를 지속하는 일이 기업의 역할"

안성환 지노믹트리 대표는 창업 이후 결정의 순간마다 '업의 본질'에 충실하며 지속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사진=길애경 기자>
안성환 지노믹트리 대표는 창업 이후 결정의 순간마다 '업의 본질'에 충실하며 지속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사진=길애경 기자>
'미국 명문대에서 박사, 박사후연구원까지 마쳤다. 학회에서 최고 발표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모국행을 결정했다. 대기업 연구실이나 대학의 제안을 마다하고 창업에 나섰다. 한국판 거북이길을 선택했다. 미국 9.11사태와 벤처 붐 막바지 시기로 일부 투자자는 등을 돌리기도 했다. 가족과 지인들이 한푼두푼 내놓은 엔젤 자금으로 창업에 나섰다. 모두의 우려는 컸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됐다. 하지만 결정의 순간마다 꼭 지킨 원칙이 있다. 바이오 벤처로서 '업의 본질'이다.'

대장암 조기분자 진단 키트로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 추진중인 대덕 바이오벤처 지노믹트리의 안성환 대표.

지노믹트리는 장세척 없이 포도알 크기만한 인분에서 분리한 DNA로 바이오마커를 측적해 대장암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비침습적 체외 분자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9년 프로젝트였지만 실제 연구를 시작한 시점부터 계산하면 10년이상 소요됐다. 성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받기 위해 품목허가용 임상승인을 받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올해안에 임상시험을 끝마칠 계획이다.

대장암 조기 진단을 위한 대장내시경 검사는 다시 받고 싶지 않을 만큼 불편하게 사실이다. 전날부터 장을 비우기 위한 약물 섭취 등 절차도 까다롭다. 대상자의 상당수는 그런 이유로 검사를 꺼린다.

미국 기업 ExactSciences 사에서 대변을 이용한 유사한 체외진단키트를 내놓으며 단숨에 1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한 것도 납득이 된다. 하지만 이 회사의 제품은 많은 양의 대변을 사용하고 여러개의 바이오마커를 측정해야하는 불편과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지노믹트리의 키트는 기존 제품에 비해 간편하다. 단일 바이오마커 측정만으로 진단이 가능하고 정확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시장은 물론 4조원 규모의 미국 시장에서도 주목하는 이유다. 안 대표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자격 요건 등을 갖춰가고  있다.

◆ 첫번째 결정···사람위한 연구개발에 방점, 사업 파트너 제안에 연고도 없는 대덕행

지노믹트리는 2000년 10월 대덕연구단지에서 출발했다. 대덕에 아무 연고도 없었지만 사업 파트너의 조언에  망설임 없이 대덕에 둥지를 틀었다. 안 대표는 사업 시작 후 지금까지 대덕 결정을 후회해본적이 없단다. 기술과 인력,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생태계가 가장 활발한 곳이라는 생각에서다.

사업분야는 안성환 대표가 군훈련병시기부터 거듭 고민해 오던 사람을 위한 연구에 방점이 찍혔다. 기초, 응용 구분없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관심이 높았다.

"석사를 마치고 군에 입대했어요. 아마 가장 나이가 많은 훈련병이었을 거에요.(웃음) 군생활을 하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어요. 사람을 위한 연구로 방향을 정하면서 일본과 미국을 놓고 유학을 고민하다가 미국행을 결정했어요. 국내에서 석사과정시 집단유전학을 공부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기법들이 새로 생겨 석사부터 다시 시작했었요. 그때 경험은 두고두고 생각의 발상에 도움이 되고 있어요."

박사 과정은 지도 교수의 추천으로 UT 오스틴(미국 오스틴 텍사스주립대학교) 에 입학했다. 사람에 대한 연구보다 바이러스 자체 연구가 이뤄졌다. 안 대표는 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의 사촌격인 쥐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였던 사람을 중심으로 한 연구도 병행했다. 지도교수의 반대와 논문 부담도 있었지만 굴하지 않았다.

안 대표는 "바이러스 자체 연구와 함께 바이러스 감염시 인체 반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심이 갔다.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고 지도교수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며 반대했는데 유전자를 전체 수준에서 볼 수 있는 기반이 됐다"면서 "스탠포드 의대로 박사후과정 면접을 보러갔는데 프로필을 보고 바로 프르젝트를 함께 하자고 제안이 들어올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여러분야를 연구한 게 지금의 회사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C형 간염바이러스와 침팬지 감염시 변화를 연구하며 관련 학회에서 최우수 발표상을 받았다. 기존 방식이 물고기를 한마리씩 잡았다면 그의 연구성과는 그물로 잡는 방식으로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 두번째 결정···초기 대학 교수자리 지원 포기, DNA칩 생산과 실험연구 서비스 외주돌려

"포닥 후 미국 대학, 벤처에 남을까 했지만 유대인 지도교수가 한국인이라는 핸디캡이 있고 소통이 점점 중요해지는데 쉽지 않을 거라고 뼈있는 조언을 했어요. 그당시 한국에 벤처 붐이 일고 있었죠. 고민끝에 미국에 남는 대신 가족 모두 한국행을 결정했죠. 모두들 우려도 있었어요. 실제 귀국 후 벤처붐이 사그라들면서 투자받기로 했던 투자금도 반토박 났어요."

안 대표는 "가족과 지인에게 받은 엔젤투자금 7억원으로 장비와 기기를 사고나니 남는게 없었다. 초조하고 불안했다. 다행히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신용대출이 가능했다"면서 "겨우 숨을 돌리고 있는데 모교에서 은사께서 교수채용 공고에 지원하라고 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했는데 이듬해 또 제안이 들어와 병행해볼까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 거절하고 중개연구쪽으로 더욱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이후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하지만 신생 벤처에서 매출은 쉽지 않았다. 자구책으로 지노믹트리는 강점이었던 BT와 바이오인포메틱스를 융합한 DNA칩 생산 서비스로  회사 운영을 지속했다. 한번에 외국산 수입차 한대값이 나오는 수익에 매출은 그런대로 유지됐다.

안 대표는 "어느 순간 서비스에 만족하며 칩 생산만 하다가는 본질과 정체성을 잃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출을 포기하고 서비스는 아웃소싱에 넘기고 우리의 연구에 충실하기로 했다"고 고백했다.

지노믹트리는 단호한 결정과 함께 암진단으로 방향을 돌렸다. 대학과의 중개연구를 하면서 실험 정보와 시료를 바탕으로 사람을 위한 연구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9년이 지나면서 드디어 대장암 조기 분자진단 키트가 탄생했다.

◆ 본질에 충실하며 대박 성과들 탄생

대변 DNA 대상 SDC2 메틸화 대장암 진단 유용성 검증 결과.<자료=지노믹트리 제공>
대변 DNA 대상 SDC2 메틸화 대장암 진단 유용성 검증 결과.<자료=지노믹트리 제공>
지노믹트리가 포도알 정도의 인분으로 간편하게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 개발에 성공하며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민감도와 특이도에서 90% 정도의 성공률을 보이며 국내는 물론 미국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장암 발병이 점점 늘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고령인구 증가로 최근 10여년간 빠르게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대장암은 조기진단과 치료시 완치율이 높아 초기 발견이나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노믹트리의 성과로 누구나 대장암 검사를 쉽게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대장의 용종은 초기발견할 경우 기존 대장암 치료 비용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의 비용만으로 치료가 가능, 전반적인 의료비용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안성환 대표는 "대장암에 걸리면 치료비가 3000만원에 이르는데 용종단계에서 조기진단하면 30만원이면 된다"면서 "우리가 개발한 진단키트는 포도알 크기의 변만 있으면 대장암 진단이 가능하다. 현재 인분검사를 이용한 대장암 검사는 미국기업에서 상용화 시켰지만 개인의 변 전체를 이용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우리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하나의 마커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최근 미 FDA 허가용 임상 실험을 위해 준비작업에 돌입했다"고 덧붙였다.

기업인으로서 후배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논문과 현장은 다르다. 지속적으로 되풀이 될 수 있는 섬세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기업이 하는 일"이라면서 "기업은 결정의 순간이 여러번 오는데 업의 방향,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결정하는게 맞는거 같다. 돌아보니 본질, 업에 충실한 결정으로 지금의 결실을 맺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덕특구 벤처인으로서 "KAIST나 충남대 학생들이 지역에 몇% 남았는가가 대덕의 성공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대덕의 생태계 형성에 더욱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직원들이 오래 머물며 성공하고 성장할 수 기업, 그런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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