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국진 자연의힘 연구소장, 도움말: 전창선 경희대 한의학 박사

고대에는 물(水)을 다스리는 치수(治水)가 왕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물이 넘쳐 홍수가 나는 것도 물이 모자라 가뭄이 드는 것도 왕의 탓으로 돌렸다. 왕이 극심한 가뭄 때 하늘을 향해 기우제(祈雨祭)를 드리는 광경은 TV사극 드라마에서도 심심찮게 목격해왔다. 

"한의학의 목적은 치병(治病)이고, 치병은 우왕(禹王)의 치수(治水)에서 기원합니다."

비수론
비수론
최근 서적 '비수론'(肥瘦論)을 출간해 한의학계 주목을 끌고 있는 전창선 약산약초교육원 원장은 한의학의 병 치료 원리가 치수의 원리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약 600페이지에 달하는 '비수론'은 저자가 장장 10년 세월 공들여 저술한 방대한 의서(醫書) 이다. 가벼운 건강 서적이 난무하는 요즘 본격적인 의서가 출간된 데 대해 한의학계에서도 반기는 분위기다. 이 책은 전 박사가 후학들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뒷부분에 수많은 환자를 직접 치료한 치험례까지 소상하게 기술해놓았다. 

'비수론'은 한의학의 치료원리가 홍수를 다스리는 치수(治水)에서 나왔다는 것을 밝힌 책이다. 고대에 우왕(禹王)이 치수를 할 때 강을 준설하고 샛강을 내는 방법으로 물을 다스렸는데 그런 토목공사 방법이 몸에 그대로 응용돼 한의학의 치법인 한토하(汗吐下:병을 고치기 위해 땀을 내거나 토하게 하거나 설사를 하게 함) 삼법이 시작됐고, 한의학의 기본원리는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비수론'은 한의학의 바이블인 <상한론(傷寒論)>을 한토하(汗吐下) 삼법의 구조로 완전히 재해석했고, 토법(吐法)의 원리와 응용방법까지 상세히 밝히고 있다. 후한(後漢)의 장중경(張仲景)이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상한론>은 한의학의 중요한 원천이다.

저자는 <상한론>이 출현하기 이전의 한토하 삼법을 <원시공법(原始攻法)>이라 이름 붙였고 아이러니하게도 상한론의 출현으로 한토하 삼법이 임상의 전면에서 퇴조한 이유도 밝혔다.

상한론 이후 약 1900년의 세월을 거치며 한의학은 다양한 학파들이 생기고 제자백가처럼 백가쟁명하면서 각양각색이지만, 이 책은 한의학을 정식으로 공부한 사람이면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논리로 흩어진 구슬을 실로 꿰듯 학문적으로 일이관지(一以貫之)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를 임상에 그대로 적용하여 각종 난치 질환을 치료하고 있는 치험례도 풍부하다.    

저자는 경희대에서 한의학을 전공한 후 한의학의 인문학적 배경을 연구하기 위해 성균관대학에서 유학(儒學)을 공부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한의학의 기원과 치료의학으로서의 본뜻, 후한시대 상한론 탄생의 의미 등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치험례(治驗例)는 최근에 각종 난치 질환을 진료한 저자의 의안(醫案)들이다. 비수강약(肥瘦强弱) 구조와 원시공법(原始攻法)을 통한 진료는 쉽고 단순하며 약물의 가짓수나 용량이 적어도 약효(藥效)는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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