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창업포럼 '스타트업 피칭 데이' 경연
투자자 멘토에 창업 성공기 더해 스타트업 도움의 장

스타트업들이 멘토단 앞에서 투자 경연을 펼쳤다.<사진=윤병철 기자>
스타트업들이 멘토단 앞에서 투자 경연을 펼쳤다.<사진=윤병철 기자>
#1. 커피숍 매장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는 A양. 본인도 모르게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저작권료 일부가 기부 되고 있기 때문이다. 

#2. 알람을 끄는 습관으로 종종 지각하는 B군은 새 알람시계를 장만했다. 이 시계는 물을 맞아야 알람이 꺼진다. B군은 시계를 안고 샤워로 잠을 깬다.   

이런 서비스와 상품이라면 소비자가 과연 지갑을 열겠는가? 냉철한 투자자의 분석을 받고, 예비 소비자들의 호응도 확인할 수 있는 장은 스타트업에게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투자를 할 수 있는 멘토단이 참여한 '스타트업 피칭 데이'가 지난 6일 저녁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대전창업포럼에서 열렸다. 피칭에 참가한 스타트업들은 저마다 창업 포부와 시장성을 멘토단에게 호소했다. 

피칭에 참가한 스타트업은 ▲다른코리아 ▲Flame ▲도담도담 ▲유얼뮤직 ▲올빼미컴퍼니 등 대전지역 대학생팀으로 경합을 펼쳤다. 

멘토단은 임종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박관수 케이벤처그룹(카카오벤처투자) 수석, 조성주 KAIST SE MBA 교수, 송락경 KAIST 이노베이션센터 교수, 정재호 KAIST 청년창업투자 이사, 정재호 KAIST 청년창업투자 정재호, 김철환 KITE 창업가재단 이사장, 김철준 엔젤투자자(대전웰니스병원장), 이석훈 대덕벤처파트너스 대표가 자리했다. 

(좌)음악 기부 서비스를 설명한 남태욱 유얼뮤직 대표, (우)샤워를 부르는 알람시계를 선보인 김윤선 올빼미컴퍼니 대표<사진=윤병철 기자>
(좌)음악 기부 서비스를 설명한 남태욱 유얼뮤직 대표, (우)샤워를 부르는 알람시계를 선보인 김윤선 올빼미컴퍼니 대표<사진=윤병철 기자>
◆ 톡톡 튀는 아이템 VS 냉혹한 현실 조언

작곡가 출신 남태욱 유얼뮤직 대표는 음원 저작권에 기부 서비스가 담긴 사업을 설명했다. 기부대상의 스토리를 음악에 입히고, 저작권료 일부를 기부자에게 주는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 누구나 쉽게 접하는 음원사이트나 유튜브 스트리밍, 자동으로 듣게 되는 매장 음악 등에 기부 계약이 숨어있는 사업이다. 

남 대표는 전 세계 18조·한국 4조 원의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유명 음악인이 참여해 이슈를 만들고 한 곡 1회 재생 당 2원씩만 받아도 충분한 수익성과 의미가 있는 아이템이라고 강조했다.

멘토단은 기부 스토리를 입힌 음악이 호응을 받을 것이라는 오류를 경계했다. 기부를 빙자한 기획 음악과의 차별화도 지적했다. 하지만, 기획사들이 연합으로 서비스를 시도한다면 리소스를 줄이고 이슈도 배가 된다는 조언을 했다. 기부문화에 호의적인 프랜차이즈 타킷이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다는 팁도 더해졌다. 

'어서씻으-시계'를 피칭한 김윤선 올빼미컴퍼니 대표도 청중들의 흥미를 끌었다. 샤워를 하면 정신을 차리니, 알람시계도 물을 맞혀 멈추도록 한다는 발상이다.

'늦지 않게 나가는 것'을 문제의 본질로 본 김 대표는 '나가기 위해서' 화장실에 가는 등 실제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상품임을 강조했다.

상품의 매력을 위해 무드등과 게임 메뉴 등의 기능을 더하고, 다른 시장영역의 수면유도 상품과도 콜라보 마케팅을 시도할 계획이다.

"파손으로 알람을 끄면 어쩔 것이냐"는 물음에 "7만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한다면 그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멘토단은 재미있는 발상임에도 기존에 등장한 선물용 상품에 그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잠을 더 자고 싶은 습관은 어떤 불편함이라도 극복하는 강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솔루션을 고민하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또한, 불편함 보다 보상을 주는 방법으로 늦잠을 고치도록 하는 다른 제안도 이어졌다.

피칭상은 '올빼미 컴퍼니'에게 돌아갔다. '워렌버핏과의 점심'은 원하는 투자자와 미팅 기회다.<사진=윤병철 기자>
피칭상은 '올빼미 컴퍼니'에게 돌아갔다. '워렌버핏과의 점심'은 원하는 투자자와 미팅 기회다.<사진=윤병철 기자>
◆ 창업 성공스토리 "문제를 제때 해결하는 것만 보여줘도 소비자가 믿더라고요"
 
피칭경연이 끝나고 창업 성공스토리 강연이 이어졌다. 강연에는 본지에서도 소개한 김재연 정육각 대표가 등장했다. 

정 대표는 정육각 창업 전에 두 번의 창업 실패가 있었다. '자연어 검색'과 'QR코드 페이'서비스는 얼마못가 문을 닫았다. 그 결과로 얻은 교훈은 '트랜드 서비스 하지말자'와 '한 가지만 빠르게 하자'로 오늘날 '초신선 고기 배달-정육각'을 탄생시킨 밑거름이다.

현장에서 잡아온 돼지고기를 친구들에게 전달하니 맛있다는 반응이 와, 성공의 기운을 감지한 정 대표는 500만원으로 지인들과 장사를 시작했다. 매일 도축현장에서 산 목살과 삼겹살 부위를 가정용 진공포장기로 포장해 당일 배송했다. 맛보다 '일단 신선함'을 찾는 소비자 사이에서 이슈로 등극하며, 창업 1개월 만에 매일 1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정 대표는 그 과정에서 신선한 돼지고기가 제대로 소비자에게 제공되지 못하는 '왜곡된 시장'을 봤다. KAIST 출신인 정 대표는 '방금 도축된 고기가 최단시간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배송 알고리즘과 '물건을 보내는 시점에 값이 정해지는' 결제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것이 정 대표를 축산유통의 '게임 체인저'로 만들었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복잡한 유통 단계와 '큰 손'들이 관여해 수요-공급으로 요동치는 가격을 감수해 왔다. 그러다가 '신선한 고기를 제때 제값으로 받는' 정육각의 해결책이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은 것이다. 갑자기 등장한 정육각의 신선함은 시장의 질서가 돼 '신선 제공'이 당연한 판매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정 대표는 5년 뒤에도 '적시성'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맛있을 때 공급'을 유일한 목적으로 두고 그 과정을 해결하면, 정육각은 '뭘 팔아도 믿는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모션 트랙킹 프레임 분석 기술'로 고기의 성분을 분석해 소비자의 성향에 맞게 파는 '빅데이터화'는 적시성을 고민한 혜안이다.

"충분한 준비를 고민하겠지만, 빠른 시작을 권유합니다. 신선할 때 배송 같은 메인 서비스 한 가지만 빠르게 해결해 나가면 돼요. 문제를 제때 해결하는 것만 보여줘도 투자자와 소비자가 믿어 주시더라고요"라고 정 대표는 스타트업을 꿈꾸는 청중을 격려했다.

피칭팀과 청중들은 멘토단과 강연자에게 스타트업 노하우를 얻기 위해 네트워킹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대전창업포럼은 다음 달 첫 번째 목요일에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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