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청년, 부탁해③]전남중 박사 "연구로 말하는 과학자 이고파"'올해의 신진 연구자상' 수상···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세계 최고 효율 기록 주역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젊은 과학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과학자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속속 진입하며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적인 마인드로 대한민국의 남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어려운 연구 환경 속에서도 뜨거운 연구 열정을 펼쳐가는 과학 청년 50명을 발굴해 인터뷰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대덕넷은 '과학 청년 부탁해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구성원은 과학기술계 산·학·연·관 전문가 10여명입니다. 전문가분들께 과학자 50명 선정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참고하고 있습니다.[편집자의 편지]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전 박사는 "젊은 과학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라며 과학자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전 박사는 "젊은 과학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라며 과학자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이름 전남중. 정확히 말하면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본부 광에너지융합소재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전남중. 차세대 태양전지로 각광받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세계 최고 효율을 기록하며 '네이처' 학술지 메인저자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38세 과학자 전남중이기도 하다. 

'젊은 과학자'로 얻은 성과보다도 이름에 더 호기심이 생겨 첫 대면에 '전남중' 혹은 '전남대' 출신이냐고 묻는 짓궂은 질문에도 "전남중은 나올 뻔 했고 전남대는 분명이 나왔다"고 웃으며 대답하는 전 박사. 

지역대 타이틀을 '꼬리표'가 아닌 그에 대한 '수식어'로 채울 수 있었던 데는 과학자라는 꿈을 키워준 참스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힘주어 말한다. 

스스로 그리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다고 고백(?)하는 전 박사는 녹차로 알려진 보성에서도 한참은 들어간 시골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식물과 동물, 곤충을 친구삼아 노는 것이 일상이었다.  

자연과 친했던 탓일까 문과 보다는 이과가 좋아 선택한 고교시절 그는 화학 수업을 들으며 "내가 과학자가 될 수 있을까"를 처음으로 깊이 고민했다. 

"유독 다른 수업보다 흥미로웠어요. 화학 선생님의 수업법이 독특했어요. 예를 들면 컵을 설명하는데 보통은 그냥 컵이야 외워라. 이렇게 말씀하는데요. 그분은 컵이어야 하는 이유를 5가지 이상 아주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셨어요. 저도 모르게 수업에 빠져들었죠." 

화학에 재미를 붙인 그는 전남대 물리과학계열에 들어갔다. 전공을 유기화학으로 정했지만 어떤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한 불안감은 커갔다. 졸업이 가까워 오던 어느 날 지도 교수가 그를 불러 세웠다. 

"에너지 자원은 한정돼 있고 인류는 에너지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분야를 연구해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 주셨어요. 당시 에너지 연구에 관심을 갖고는 있었기에 에너지 분야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았죠"

전남대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마침 화학연에서 에너지 분야 포스닥 모집 공고가 났고, 운 좋게도 연구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그의 인생에 '롤모델'로 여기는 석상일 박사(현 UNIST 교수)를 스승으로 삼게 됐다. 지난해 '한국과학상'을 수상한 석 박사는 하이브리드 태양전지 분야에서 개척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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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로 필요충분조건이 있다면 석 박사님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오전 7시에 연구원에 나오셔 저녁 9시까지 연구를 하고 퇴근하셔요. 오전 연구를 마치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하시고, 저녁 식사후 다시 연구를 하셨죠. 조금의 시간도 허투루 쓰시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연구에 대한 열정부터 성실함, 청렴도 어느 하나 빠짐이 없었던 석 박사를 쫓아가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전 박사는 "스승이 가는 길이 곧 내길"이라는 생각에 스승의 일정에 맞춰갔다. 

"어른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고 하잖아요. 처음엔 힘들었는데요. 어느 순간 이른 시간에 석 박사님과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몰랐던 부분에 대해 토론하고 새로운 대안도 찾아보고요. 그래서 인지 연구 결과도 만족스럽고요. 연구가 저를 설레게 했다고 할까요.(웃음)"

◆ 세계 최고 효율 인정받아···'네이처' 메인저자 이름 올려  
 

 

그의 연구분야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팀과 함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세계 최고 효율을 5번이나 갱신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그의 연구분야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팀과 함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세계 최고 효율을 5번이나 갱신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그날 아침도 일찍 연구실에 나오신 석 박사님이 연구자들에게 악수를 일일이 청하셨어요. 그리고 함께 밖으로 나왔는데요. 담배를 든 박사님 손이 막 떨리는 거예요. 연달아 담배를 피시고는, 네이처에서 논문 게재 승인 이메일이 왔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너무 기뻐 말이 안 나올 정도였죠. 지금 생각해도 그때 기분이 전해지네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세계 최고 효율을 기록하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메인저자로 이름을 올렸던 2015년을 생각하면 전 박사는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 

연구팀이 페로브스카이트에 대한 연구를 시작 할 때만도 소재 자체가 생소했다. 초기 멤버로 투입된 그도 세계 최고 효율을 기록하는 주인공이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전 박사가 속한 연구팀(책임연구원 서장원)은 현재까지 페로브스카이트 세계 최고 효율을 5번이나 갈아치웠다. 

미국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연구팀이 지난해 기록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효율 22.7%을 세계 최고 효율로 공식 인정했다. 이 기록은 지난해 3월 얻은 22.1%의 효율을 약 1년여 만에 갱신한 결과로 더욱 의미가 크다. 

"연구팀이 기록한 최고 효율은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에 버금가는 효율입니다. 연구팀의 노력이 결과로 나와서 기뻐요. 페로브스카이트의 이론적 효율이 24%로 그 수치에 가까이 가고 있어요. 그런 만큼 최고 효율을 갱신하다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죠. 이번엔 힘들거야 하다가도 성과가 나오니 연구자 모두가 놀라면서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전 박사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논문에 29편 게재, 피인용 실적 6325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한국연구재단과 세계 최대 출판사 엘스비어(Elsevier) 출판사가 선정하는 '올해의 신진 연구자'로 지난해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제 그는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산업계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고 효율을 상용화 할 수 있는 요소기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미래 신산업 창출이 가능한 핵심 태양광 기술이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안정성과 대면적 모듈 제조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힘든 도전이지만 즐겁다는 전 박사. "연구는 말로만 떠는건 아니잖아요. 결국은 연구자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보여주는 거죠. 현상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고 실행하고. 열개의 아이디어에서 단 한 개만이 성공해도요. 연구는 실행이죠. 해보지 않고서는 결코 이야기 하지 말자가 제 연구 철학입니다."

앞으로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대표 연구자로 불리고 싶은 그에게 지역대 '꼬리표'는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니다. "박사과정 마치고 여러 기업에 원서를 넣고 떨어진 경험이 많이 있었어요. 저와 같은 처지에 있을 이들도 많을 것으로 알아요. 힘들지만 그래도 도전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유는 복잡하지 않아요. 본인이 원하는 미래를 그려야 어려워도 도전하고, 성취하면 재미있게 오래 할 수 있잖아요."

인터뷰 말미에 과학자이자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에게 '젊은 과학은?'이라는 물음이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라 꾹꾹 눌러 적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선물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담긴 듯하다. 
 

 

전 박사와 함께 연구하는 연구자들. 정의혁 박사후연구원(중앙), 서장원 책임연구원(오른쪽).
전 박사와 함께 연구하는 연구자들. 정의혁 박사후연구원(중앙), 서장원 책임연구원(오른쪽).

 

그의 연구실 벽면에는 아빠를 응원하는 아이들의 그림이 붙어있다. 연구실 안팎에서의 전 박사 모습도 담았다. <사진=박은희 기자>
그의 연구실 벽면에는 아빠를 응원하는 아이들의 그림이 붙어있다. 연구실 안팎에서의 전 박사 모습도 담았다. <사진=박은희 기자>
◆ 전남중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남중 박사는 2000년 전남대학교 화학과에 입학해 2006년 졸업했다. 2013년까지 동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으며 지난 2015년 한국화학연구원에 입사해 현재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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