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빙연구원

2018년 1월_2018년이 시작되면서 우리에게는 또 새로운 365일이라는 선물이 주어졌다. 매일은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지만 이러한 재설정을 통해 새로운 기분으로 또 한 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8년 1월_2018년이 시작되면서 우리에게는 또 새로운 365일이라는 선물이 주어졌다. 매일은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지만 이러한 재설정을 통해 새로운 기분으로 또 한 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8년이 시작되면서 우리에게는 또 새로운 365일이라는 선물이 주어졌다. 매일은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지만 이러한 재설정을 통해 새로운 기분으로 또 한 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는 것은 앞으로의 새로운 365일이 누구나에게 다 보장된 날들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미국의 만화가 빌 킨(Bill Keane)이 한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어제는 과거이고 내일은 미래지만 오늘은 선물(gift)이다. 그래서 오늘을 프레젠트(present)라고 부른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추운 겨울이 한동안 진면목을 보였다. 눈과 함께 강추위가 몰려와 모든 것을 얼리고 웅크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속에도 생명이 살아가고 있고 아름답던 삶의 흔적이 남아 새 봄을 기다리고 있다.

눈이 소복이 내린 이른 아침, 눈에 발이 빠지며 찾아간 눈 밭에는 겨울에 남겨진 마른 풀 한 포기가 여기 삶이 살았던 풀밭이었음을 깃발이 되어 알려주기도 한다. 삶의 남은 모습도 참 아름다운 들깨풀이다.

겨울에 남겨진 삶의 흔적들-1-들깨풀_눈이 소복이 내린 이른 아침, 눈에 발이 빠지며 찾아간 눈 밭에는 겨울에 남겨진 마른 풀 한 포기가 여기 삶이 살았던 풀밭이었음을 깃발이 되어 알려주기도 한다. 삶의 남은 모습도 참 아름다운 들깨풀이다. PENTAX K-1, 18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640 s, ISO100
겨울에 남겨진 삶의 흔적들-1-들깨풀_눈이 소복이 내린 이른 아침, 눈에 발이 빠지며 찾아간 눈 밭에는 겨울에 남겨진 마른 풀 한 포기가 여기 삶이 살았던 풀밭이었음을 깃발이 되어 알려주기도 한다. 삶의 남은 모습도 참 아름다운 들깨풀이다. PENTAX K-1, 18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640 s, ISO100
또 이른 봄이면 어김없이 파릇한 싹을 쑥~ 내밀고, 아무데서나 쑥쑥 잘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을 가지고 있는 쑥도 그 끈질긴 생명의 아름다운 자취를 눈 속에 남기고 있다. 봄날의 푸릇푸릇하고 앳된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눈 속에서도 원숙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서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겨울에 남겨진 삶의 흔적들-2-쑥_이른 봄이면 어김없이 파릇한 싹을 쑥~ 내밀고, 아무데서나 쑥쑥 잘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을 가지고 있는 쑥도 그 끈질긴 생명의 아름다운 자취를 눈 속에 남기고 있다. 봄날의 푸릇푸릇하고 앳된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눈 속에서도 원숙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서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PENTAX K-1, 16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320 s, ISO100
겨울에 남겨진 삶의 흔적들-2-쑥_이른 봄이면 어김없이 파릇한 싹을 쑥~ 내밀고, 아무데서나 쑥쑥 잘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을 가지고 있는 쑥도 그 끈질긴 생명의 아름다운 자취를 눈 속에 남기고 있다. 봄날의 푸릇푸릇하고 앳된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눈 속에서도 원숙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서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PENTAX K-1, 16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320 s, ISO100
눈 내리는 화단 한 구석에서 하얀 눈모자를 쓰고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이 겨울을 나는 산수국도 있다. 한때는 화려한 꽃을 피우고 벌과 나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을 유혹하던 아름다운 꽃이었다.

겨울에 남겨진 삶의 흔적들-3-산수국_눈 내리는 화단 한 구석에서 하얀 눈모자를 쓰고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이 겨울을 나는 산수국도 있다. 한 겨울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뒷모습이 아름다운 꽃'이 되었다. PENTAX K-1,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800 s, ISO100
겨울에 남겨진 삶의 흔적들-3-산수국_눈 내리는 화단 한 구석에서 하얀 눈모자를 쓰고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이 겨울을 나는 산수국도 있다. 한 겨울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뒷모습이 아름다운 꽃'이 되었다. PENTAX K-1,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800 s, ISO100
너무 작고 빈약해 보여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에는 역부족인 가운데의 진짜 꽃들을 위해 커다란 꽃잎 모양의 가짜 꽃들이 주변에서 아름다운 들러리를 서주는 꽃이다.

진짜 꽃이 꽃가루받이를 하여 씨를 만들면 화려하던 가짜 꽃들은 힘을 잃고 색이 바래며 시들어 가지만, 한 겨울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뒷모습이 아름다운 꽃'이 되었다. 들여다 보면 볼 수록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하는 꽃이다.

연초에는 외손녀의 유치원 방학을 맞아 청송에 잠시 다녀왔다. 가까이 주왕산이 있고 동해안의 강구항이 멀지 않은 곳으로 고속도로가 생겨 대전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 되었다.

여행의 둘째 날 강구항에서 먹은 싱싱한 대게의 맛은 입맛이 좀 까다로운 외손녀의 입맛도 단번에 사로 잡았고, 강구항에서 시작하여 축산항까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20번 국도 변의 겨울 바다는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였다.

겨울 바다_아내는 탁 트인 동해의 푸른 수평선과 텅 빈 모래사장으로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고, 외손녀는 모래 사장 위에서 조개 껍질을 주워 모으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나는 밀려오는 파도가 해변가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며 아름다운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겨울 바닷가에 남겨진 삶의 흔적들을 각자의 방법으로 담고 있었던 것이다. PENTAX K-1, 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7.1, 1/1000 s, ISO100
겨울 바다_아내는 탁 트인 동해의 푸른 수평선과 텅 빈 모래사장으로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고, 외손녀는 모래 사장 위에서 조개 껍질을 주워 모으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나는 밀려오는 파도가 해변가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며 아름다운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겨울 바닷가에 남겨진 삶의 흔적들을 각자의 방법으로 담고 있었던 것이다. PENTAX K-1, 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7.1, 1/1000 s, ISO100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우리는 마음에 드는 바닷가에서 잠시 멈추어 섰다. 그리고는 바닷가에 나가 잠시 각자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였다. 아내는 탁 트인 동해의 푸른 수평선과 텅 빈 모래사장으로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고, 외손녀는 모래 사장 위에서 조개 껍질을 주워 모으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나는 밀려오는 파도가 해변가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며 아름다운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겨울 바닷가에 남겨진 삶의 흔적들을 각자의 방법으로 담고 있었던 것이다.

주산지의 겨울-1_주산지에서 잠시 만난 삶의 흔적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주산지에는 아직도 가을의 흔적이 남아 겨울과 함께 하는 모습이 남아 있었다. PENTAX K-1, 40 mm with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11, 1/500 s, ISO400
주산지의 겨울-1_주산지에서 잠시 만난 삶의 흔적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주산지에는 아직도 가을의 흔적이 남아 겨울과 함께 하는 모습이 남아 있었다. PENTAX K-1, 40 mm with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11, 1/500 s, ISO400
여행의 마지막 날 우리는 숙소에서 가까운 주산지를 들르기로 하였다. 처음 가는 곳이었지만 사진으로 보아 늘 가슴 속에 꿈 같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새겨져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주차장에서 주산지까지는 겨울의 칼바람을 뚫고 황량한 겨울 길을 한참 가야만 했다.

주산지의 겨울-2_주산지에는 모든 잎을 떨구고 마치 얼음에 뿌리를 박고 서 있는 것 같은 겨울나무도 있었다. 칼바람과 얼음 속에서도 춥고 힘들고 지친 모습이 아닌 평안한 아름다움으로 서 있을 수 있는 나무의 비밀은 아마 자연의 흐름에 순종하여 모든 것을 다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 위에 겨울 햇살이 은혜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PENTAX K-1, 24 mm with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11, 1/400 s, ISO100
주산지의 겨울-2_주산지에는 모든 잎을 떨구고 마치 얼음에 뿌리를 박고 서 있는 것 같은 겨울나무도 있었다. 칼바람과 얼음 속에서도 춥고 힘들고 지친 모습이 아닌 평안한 아름다움으로 서 있을 수 있는 나무의 비밀은 아마 자연의 흐름에 순종하여 모든 것을 다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 위에 겨울 햇살이 은혜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PENTAX K-1, 24 mm with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11, 1/400 s, ISO100
주산지에 도착해 보니 물도 얼고 나무도 얼고 우리 모두도 얼어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어려운 날이었다. 아쉽지만 주마간산격으로 몇 장의 사진만 찍고 그곳을 떠나야만 했다. 부는 칼바람도 칼바람이려니와 춥다고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아내와 어린 외손녀의 성화가 칼바람보다 매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산지에서 잠시 만난 삶의 흔적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주산지에는 아직도 가을의 흔적이 남아 겨울과 함께 하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모든 잎을 떨구고 마치 얼음에 뿌리를 박고 서 있는 것 같은 겨울나무도 있었다.

봄이 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녹색의 생명 빛을 피워낼 꿈이 있기에 겨울나무는 그리도 꿋꿋이 추위를 이기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칼바람과 얼음 속에서도 춥고 힘들고 지친 모습이 아닌 평안한 아름다움으로 서 있을 수 있는 나무의 비밀은 아마 자연의 흐름에 순종하여 모든 것을 다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 위에 겨울 햇살이 은혜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겨울나무를 보면 / 강세화

겨울나무를 보면
일생을 정직하게 살아온
한 생애를 마주한 듯 하다.

나이에 대하여
부끄럽지 않고
섭섭해하지 않는
풍모를 본다.

집착을 버리고
욕망을 버리고
간소한 마음은
얼마나 편안할까?

노염타지 않고
미안하지 않게
짐 벗은 모양은
또 얼마나 가뿐할까?

겨울나무를 보면
옹졸하게 욕하고
서둘러 분개한 것이
무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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