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9시 '매봉산 환경지킴이 시민행동 피크닉' 열려
학생·주민·과학자 '자연 생태계 보전' 진솔한 마음 공유
매봉산 '안아 주기' '마음 읽기' '마음 잇기'···"우리 힘으로 지킨다"

과학동네 구성원들이 지난 3일 매봉산 일대에서 '매봉산 환경지킴이 시민행동 피크닉'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학생부터 주민, 과학자까지 다양했다.<사진=박선민 참가자 제공>
과학동네 구성원들이 지난 3일 매봉산 일대에서 '매봉산 환경지킴이 시민행동 피크닉'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학생부터 주민, 과학자까지 다양했다.<사진=박선민 참가자 제공>
"그릇이 깨지면 날카로운 칼이 된다. 우리는 자연이라는 그릇을 잘 보존해야 한다. 우리가 그릇을 깨버린다면 칼날이 후손에게 돌아간다. 보전을 넘어 가치를 키워 나가자."

"자연은 짧은 시간에 훼손되지만, 회복에는 30년 이상이 걸린다. 숲은 지역이기주의를 벗어나 모든 국민들이 지켜야 한다. 국가에 자연 보전을 요구하지 말고 모두가 지켜나가야 한다."

과학동네 구성원들이 지역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

겨울철 매서운 한파가 물러나고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토요일 아침. 한 손에는 커다란 피켓과 또 다른 손에는 쓰레기봉투를 든 지역주민들이 공동관리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 주부, 과학자 등 다양한 연령대의 과학동네 구성원들이 완연한 봄빛 아래 익숙한 듯 밝은 얼굴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처음 보는 사람도 있고 지인도 있지만 '우리의 힘으로 지역을 지키자'라는 하나된 마음에 낯설음도 금방 극복하고 구호를 외치며 매봉산을 향해 활기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과학동네 허파로 불리는 매봉산의 자연환경을 시민 스스로 지켜내자는 공감대가 모이면서 '매봉산 피크닉' 행사가  지난 3일 오전 9시 유성구 도룡동 공동관리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열렸다.

최근 매봉산 부지에 아파트 건립 등의 난개발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역민들이 직접 자연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두 손 두 발을 걷고 나서고 있다. 지역 생태계 보호를 위해 가만 있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에서다.

매봉산 환경지킴이 시민행동 피크닉에서 참가자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매봉산 안아 주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박선민 참가자 제공>
매봉산 환경지킴이 시민행동 피크닉에서 참가자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매봉산 안아 주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박선민 참가자 제공>
캠페인 참가자들은 한밭고 학생들이 만든 '매봉이 웃는다 대전도 웃는다' '매봉산 가즈아~' '대전의 산소 매봉산' '산소의 놀이터 매봉산' '개발하면 일시만족 보존하면 평생만족' 등의 다양한 피켓을 높이 들고 매봉산 정상으로 향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만난 매봉산은 따뜻한 햇살에 기지개를 켜며 참가자들을 반겼다. 긴겨울 켜켜이 쌓인 매봉산의 낙엽들은 걸음마다 바스락거리며 환영하듯 화음을 맞췄다. 

참가자들은 매봉산 입구에서 손에 손을 잡고 인간띠를 만들었다. 그리고 매봉산을 안아주며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후 자연환경 보전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매봉산 정상에 올랐다.

이들은 자연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다짐 쓰기 등의 시간을 가지며 매봉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했다. '매봉산아 주민들이 지켜줄게 사랑해!' '그냥 그대로 있는 것도 좋지 않나?' '봉산아 굳세어라!' 등의 문구를 엽서에 적어 매봉산 희망띠에 걸었다.

◆ "자연이라는 그릇 후손에게 물려줘야···우리 힘으로 지킨다"

한 참가자가 매봉산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엽서에 적고 있다.<사진=박선민 참가자 제공>
한 참가자가 매봉산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엽서에 적고 있다.<사진=박선민 참가자 제공>

매봉산 정상에 올라 자연환경을 우리가 지키자는 진솔한 마음들을 공유했다.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대표는 "그릇이 깨지면 날카로운 칼이 된다. 우리는 자연이라는 그릇을 잘 보전해야 한다"라며 "우리가 그릇을 깨버린다면 후손들에게 날카로운 칼을 그대로 물려주는 격이다"고 말했다.

도룡동 KAIST교수아파트에서 34년 동안 거주한 조경자 주민은 "아침에는 새 소리에 눈을 뜨고 매일 자연을 벗 삼아 하루를 보낸다"라며 "아직도 고라니, 노루 등의 야생동물들이 서식하는 진정한 자연 생태계다. 생태계가 파손된다면 우리의 삶도 훼손되는 것"이라고 자연환경 보전의 필요를 알렸다.

대덕에서 태어나 30년 이상 대덕에서 살고 있다는 한 참가자는 "매봉산 주변 주거지인 공동관리아파트와 현대아파트에서 살았었다"라며 "특히 그동안 우성이산을 수백 번 올라왔다. 사이언스빌리지 등의 건립으로 훼손되는 자연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매봉산만큼은 꼭 지켜내야 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도룡동 주민뿐만 아니라 서구·유성구 등의 동네에서도 매봉산 피크닉에 동참했다. 서구 도마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계절의 변화를 보며 자연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살아 있는 생명체를 인간이 다스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유성구 어은동에서 찾아온 강영순 주민은 "매봉산에 등반하고 나니 연구소와 조화된 자연스러움을 느꼈다"라며 "매봉산은 자연 그대로 남아있다. 우리가 매봉산을 지켜나가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고 소회했다.

박선민 신성동 주민은 "매봉산은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또 다른 가치가 있는 곳"이라며 "특정 단체가 아니라 다양한 연령,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바람직한 움직임이 일파만파 확산돼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대덕연구단지 과학자들도 매봉산 피크닉에 참여해 자연환경 보전에 대한 진정성 있는 마음을 전했다. 함진호 ETRI 박사는 "연구실에서 연구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매봉산에 자주 올라왔다"라며 "연구자들에게는 중요한 안식처"라고 말했다.

이순석 ETRI 박사는 "그동안 자연과 동떨어져 살아왔지만 매봉산에 직접 올라와 보니 자연은 변하지 않는 친구임을 알았다"고 말하며 문홍규 천문연 박사는 "자연 생태계 보전은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이강철 前 대전광역시시의원은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매일같이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 그는 "오래전 만수원 공원을 지켜내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다. 자연을 훼손하기는 쉽지만 회복을 위해서는 30년 이상이 걸린다"라며 "자연은 지역이기주의를 벗어나 모든 국민들이 지켜내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용환 벽돌한장 단장은 "지역 공동체들이 하나하나 마음을 모으면 힘이 생긴다"라며 "그동안 우리가 대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직접 행동하며 해결한 사례가 많이 없다. 이번 사례도 공동체의 힘을 보여주자"고 피력했다.

한편, 매봉산 피크닉은 오는 10일 토요일 오전 9시에도 진행된다. 장소는 대전교육과학연구원 주차장이며 매봉산을 등반하고 참석자들과 교류의 시간도 갖는다.

매봉산 피크닉에 참가한 과학동네 구성원들의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매봉산 피크닉에 참가한 과학동네 구성원들의 모습.<사진=박성민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