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벤처 에스큐그리고 '사운드볼' 기술 車에 접목 모색
'CES 2018'서도 호평···관련 기술 상용화 박차

#1. 한 가족이 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아버지는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으며 운전하고, 옆 좌석의 어머니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뒷좌석에 앉은 아들은 락음악을 듣고, 딸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즐긴다. 각각의 소리는 원하는 사람에게만 전달된다.(차량용 오디오 적용 사례)

#2. 아이들을 데리고 중앙과학관을 찾은 A씨. 전시관에 입장해서 한 전시물에 다가가자 안내 음성이 흘러 나온다. 바로 옆 전시물에 다가가자 또 다른 안내 음성이 들린다. 이어폰을 착용한 것도 아닌데 앞서 본 전시물에 대한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전시물 적용 사례)

자동차 등 한 공간에서 별도의 이어폰 없이 음악, 뉴스, 스포츠 방송 등 자신의 취향에 따라 저마다 들을 수 있다. 좌석마다 보이지 않는 소리돔이라도 형성된 것일까?

주변의 소리가 물리적으로 조작되어 가상의 구(sphere)로 형상화된다. 형상화된 구는 핸드폰, 태블릿PC 등을 활용해 원하는 시간과 구역으로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잘 들리는 구역(Bright zone)과 잘 들리지 않는 구역(Dark zone)으로 자유롭게 설정해 나만의 음향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영화속에만 가능할 것으로 생각됐던 소리를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기술이 현실화되고 있다.

대덕 벤처 에스큐그리고(舊 사운드볼, 대표 이종화)는 독보적인 음향 제어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음향과 관련된 새로운 소비자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세계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창업 이후 고객에게 새로운 차량용 오디오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이와 관련된 연구에 매진해 왔다. 최근에는 이 기술을 올해 초 열린 'CES 2018'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등 마케팅 활동에도 나서면서 글로벌 유수 자동차 업체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에스큐그리고의 기술이 적용된 컨셉트카가 'CES 2018'에서 시연된 모습.<사진=에스큐그리고 제공>
에스큐그리고의 기술이 적용된 컨셉트카가 'CES 2018'에서 시연된 모습.<사진=에스큐그리고 제공>


◆30여년 축적된 기술력 바탕···사운드볼 자유자재로 조종

"30여년 축적한 기술이 이대로 사장되는 것이 아쉬워 창업에 나서게 됐습니다. 제자, 외부전문가 등 소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술 상용화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음향학계 권위자 김양한 KAIST 명예교수(現 에스큐그리고 CTO 겸 회장)는 창업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에스큐그리고는 지난 2015년 4월 설립됐다. 창업 이후에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대표 이용관)와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인 TIPS의 투자를 받았을 정도로 기술 우수성과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 회사의 대표기술이 '사운드볼'이다. 김 교수는 학생들을 지도하며 음향학 관련 연구를 수행해 왔다.(관련기사 링크) 당초 회사 이름도 대표 기술과 동일하게 사운드볼이었으나 이를 좀 더 부드럽게 표현하기 위해 회사명(SQand)을 바꿨다.

​현재 임직원들은 주로 KAIST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 김양한 KAIST 교수를 필두로 이종화 대표, 박준영 부사장이 중심축을 담당한다. 특히 이종화 대표와 박준영 부사장은 다양한 사업화 경험을 보유했다.

이종화 대표는 음향학을 전공하고, 기업 경영자로 활동했다. 박준영 부사장도 다수의 초기 기업을 성공적으로 사업화한 경험이 있다. 이들은 이 회사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도전을 택했다.

에스큐그리고는 사운드볼 형상화 기술부터 사운드볼 집중, 공간 이퀄라이저, 플랫폼화 기술, 소리 위치 제어 기술, 특허 등을 보유했다.

한 공간의 소리는 다수의 '사운드볼' 형태로 형상화될 수 있다. 주변 공간의 특성을 분석하고, 공간의 소리를 형상화해 이동, 크기, 숫자 등을 소프트웨어로 조절할 수 있다.

이종화 대표는 "공간상 원하는 지점에 음향에너지를 집중시키고, 전파되는 소리를 활용해 가상 스피커를 만들어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소리 간섭현상을 활용해 공간의 소리가 옆으로 새지 않게 되면서 개인에 최적화된 음향을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ES 등 해외전시회 참가해 호평···상용화 위한 테스트 '매진'

"자동차 내부에 개인용오디오구역(PAZ)을 꾸며 시연해보니 일반인들이 신기해했습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도 기존 차량에 상품성을 높일 수 있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이종화 대표)

에스큐그리고 연구진은 현재 차량용 오디오 시스템 적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아직은 차량용 오디오 시스템에만 몰두하고 있지만 향후 극장용 시스템, 가정용 오디오 시스템, 헬스장, 대형 광고판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올해 초 현대차 등과 함께 차량용 독립음장을 구현한 시스템은 CES 전시회에서 공개되어 자동차 전장사와 자동차 제조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현재 B사, J사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지속적인 문의도 오고 있다. 기존 설비 대체 없이 소프트웨어적 요소를 활용해 추가 형태로 기존 차량에 적용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기술력과 상용화 가능성이 입증된 만큼 최종적인 상용화 테스트를 준비하며, 홍보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연구진은 올해 여름 중국 전시회 등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이종화 대표는 "현재 차량용 오디오에 '선택과 집중'을 하며 해외 판촉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B사와는 향후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실제 상품화할 수 있도록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화 대표는 "그동안 기술 축적에 주력했던 만큼 이제는 고객 반응을 살피면서 상품성을 키워야 할 때"라면서 "빠르면 2년안에 제품과 기술을 실제 자동차에 적용해 양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스큐그리고를 이끌고 있는 이종화 대표.<사진=강민구 기자>
에스큐그리고를 이끌고 있는 이종화 대표.<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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