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창규 POSTECH 겸임교수

박창규 POSTECH 겸임교수.<사진=대덕넷 DB>
박창규 POSTECH 겸임교수.<사진=대덕넷 DB>
북한의 비핵화가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안보상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싶다.  이에 따라 북한과의 과학기술과 철도 협력, 광물자원 공동 활용과 경제적 지원 등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경제적 지원은 에너지, 특히 전기 에너지 지원이 중요하고 시급할 것이다. 예를 들어 봉제 공장을 돌리고, 고속철도를 운영한다고 해도 안정적인 전기의 공급이 가장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북 경수로 지원 사업'이 다시 화두의 중심이 되고 있다. '대북 경수로 지원 사업'은 20여년 전인 지난 1995년 소위 1차 북핵 위기 해결책으로 한국과 미국이 중심이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설립해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1000MWe 규모의 한국형표준원전 2기를 북한 신포에 건설해 준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북한의 NPT 탈퇴로 2차 북핵 위기가 발생하면서 이 사업은 2006년 공식 중단됐다. 

현재 북한의 전력난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북한의 총 발전설비용량은 7661MWe이고 발전량은 2390GWh로 우리나라의 14분의1과, 23분의 1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기뿐만이 아니라 요즈음 중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경제가 성장하려면 전기는 필수요소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와 연계해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하려면 전기 에너지의 지원이 가장 우선 되어야 하고, 이전에 시도되었던 '대북 경수로 지원 사업'이 재개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 시작되는 '2차 대북 경수로 지원 사업'은 지난 1차 때의 사업과 몇 가지 점에서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우선 참여 국가가 미국과 우리나라 정도면 가능하다. 그리고 최근에 한수원이 취소한 4기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부지만 바꾸어서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해도 1차 때보다 전체 용량이 크게 늘어난다.  1차 때는 1000MWe짜리 2기였으나, 지금은 1400MWe짜리 4기이다. 그리고 부지도 1차 때의 신포 부지에 더해서 가장 전기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양과 개성 인근 서해안에 추가 부지를 찾아야 한다. 

2차 대북 경수로 지원 사업은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북한의 경제적 발전을 직접 지원할 수 있다. 특히 경제 발전을 위한 산업 인프라 구축에 직접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종사해 왔던 핵과학기술자들을 이 사업에 참여시킴으로서 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소위 북한판 '넌-루가 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탈 원전 정책으로 그동안의 원자력 산업 인프라가 해체되고 고급 인력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번 2차 대북 경수로 지원 사업으로 우리나라 원전의 해외 수출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원자력 산업의 공동화와 인력의 해외 유출과 같은 우려가 많이 완화될 것으로 본다.

북한은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우라늄 농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핵무기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우라늄 235의 농축도가 90%를 훨씬 넘는다. 하지만 만약 이들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원자력발전소 핵연료를 위한 농축우라늄을 생산한다면 농축도가 3 내지 5% 정도면 된다. 공정을 전환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IAEA의 사찰을 전제로 현재의 핵무기용 농축 공장을 원자력발전소용 핵연료 농축 공장으로 전환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재 이란이 이런 방식으로 농축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에 제공되는 원자력발전소와 우리나라에 가동되는 원자력발전소가 동일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당연히 북한의 농축 공장에서 나오는 농축 우라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운송비 등을 크게 절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장차는 중국에도 원자력발전소 핵연료용 농축 우라늄을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현재 북한에서 농축을 담당하던 과학기술자들도 계속적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돼 핵확산의 우려도 덜게 된다. 

원자력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많이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 조금만 더 연구개발을 하면 현재의 원자력발전소보다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소위 '무 누출 원자로'도 개발할 수 있다.  건설 공기도 많이 단축돼 지금부터 시작하면 5년 뒤부터 매년 1기씩 준공해 앞으로 10년 뒤인 2028년경이 되면 북한의 발전설비용량이 현재보다 70% 이상 늘어날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북한의 경제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면 우리나라의 안보는 그만큼 더 튼튼해 질 것이다.

◆박창규 포스텍 겸임교수는
서울대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사학위,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 한국원자력연구원 미래원자력기술개발단 단장과 신형원자로개발단 단장을 거쳐 제16대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또 제19대 ADD 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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