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열대우림에서 만난 서양사람들과 호기심
한국 과학도 한반도 벗어나 활동 영역 지구 차원으로

기고자가 올해 휴가에서의 기억을 공유하고자 글을 대덕넷으로 보내왔습니다. 기고자는 대덕단지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기고자에게 열대 방문 소감을 물으니 온대가 좋은 기후임을 알았다고 합니다. 4계절이 있고, 한여름의 땡볕과 한겨울의 혹한만 피하면 사람이 지내기 좋은 온대가 얼마나 행복한 환경인지 새삼 알게 됐다고 합니다. 온대에 살고 있기에 일에 대한 욕심도 열정도 지속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도 열대를, 특히 말레이시아 물루국립공원(Mulu Park)을 다녀오기를 추천했습니다. 아울러 사막과 극한지역 등 지구의 다른 지역도 가보고 경험하는 것도 온대에 대한 이해를 더 높일 수 있지 않나 하는 측면에서 욕심이 났다고 합니다.[편집자 주]

열대를 다녀왔다. 한반도의 폭염이 모든 기록을 다 갈아치우며 맹위를 떨치는 8월 초에. 장소는 동남아 브루나이와 말레이시아 물루(Mulu).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열대는 오히려 시원했다. 간간이 내리는 스콜과 온대를 비추느라 오히려 직사를 피한 태양 빛은 평균 기온을 32도 정도로 만들며 한국보다 덜 더웠다. 해안가 바람은 체감 온도를 낮추는 덤이었다.

브루나이는 동남아에서 싱가포르와 더불어 가장 잘 사는 나라. 선진국처럼 시내 정비가 잘 돼 있고 동남아에서 흔히 보이는 햇빛만 가리는 허름한 집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브루나이에 10여 년을 살며 동기들을 초청한 친구로부터 부자 나라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국민들에게 국민 주택이 무료로 제공되고 교육과 의료가 무상이며 법인세를 제외한 개인 세금이 없는 나라. 국왕이 자신이 가진 부를 국민들과 함께 나누는 나라. 천국이 따로 없을 듯하다.

하지만 내면을 보면 상상과는 좀 다르다. 여러 혜택이 주어지다 보니 거꾸로 사람들의 욕망이 없어 오히려 무기력해 보이는 면도 엿보인다.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굳이 많은 공부를 할 필요가 있는지,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해야 하는지 등등.

열대가 가져오는 느른함도 더해지며 무엇을 바꾸려는 의욕보다는 현재에 만족하는 듯해 보인다. 자원이 부족하고 빈부 격차가 있어, 무엇인가가 아쉽고 불편하게 여겨져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우리 환경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역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브루나이의 전형적인 서민 주택가 풍광. 잘 정리된 열대가 인상적이다. 열대는 특히 자연환경 관리가 힘들다. 이 정도 관리가 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여겨진다. 브루나이는 다른 동남아 국가와는 다른 환경을 갖고 있는 인상을 받게 한다. 참고로 브루나이 인구는 43만 명. 외국인 노동자는 10만 명. 주로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등 인근 지역에서 왔다. 이 나라의 면적은 충청북도 크기다.
브루나이의 전형적인 서민 주택가 풍광. 잘 정리된 열대가 인상적이다. 열대는 특히 자연환경 관리가 힘들다. 이 정도 관리가 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여겨진다. 브루나이는 다른 동남아 국가와는 다른 환경을 갖고 있는 인상을 받게 한다. 참고로 브루나이 인구는 43만 명. 외국인 노동자는 10만 명. 주로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등 인근 지역에서 왔다. 이 나라의 면적은 충청북도 크기다.

친구의 소개로 열대를 더 잘 알 수 있는 열대우림, 다른 말로 정글로 간다. 장소는 Mulu란 곳. 정확한 이름은 Gunung Mulu National Park. 유네스코 세계 자연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Mulu Park는 말레이시아 사라왁주에 있다. 브루나이에서는 육로로 말레이시아 국경을 넘어 Miri란 도시로 가 그곳에서 프로펠러 비행기로 30분 걸리는 거리이다. 그런데 좀 특이한 것이 눈에 띈다.

우리 일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람이 서양사람들. 나중에 공원에서 만난 사람들의 국적을 물어보니 독일·영국·크로아티아 등등 다양하다. 유럽 사람들에게는 아주 잘 알려진 곳이란 이야기. 영국 텔레크라프지는 세계에서 재방문율이 가장 높은 열대우림이란 기사도 실을 정도로 서양 사람들에게는 유명하다.(참고자료)

Mulu Park는 보르네오섬에 위치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코타키나발루에서도 항공편이 있다. Mulu 공항에 도착해 독특한 모습의 열대우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대다수가 서양 사람들이다.
Mulu Park는 보르네오섬에 위치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코타키나발루에서도 항공편이 있다. Mulu 공항에 도착해 독특한 모습의 열대우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대다수가 서양 사람들이다.

아시아에서 서양사람들 무리에 둘러싸이니 기분이 묘하다. 여기가 유럽인가? 아시아에 사는 우리는 이곳을 모르는데 저들은 어떻게 알고 왔을까? 우리가 초문인 것은 우리가 과문하기 때문이겠지. 행동경도 좁고. 아시아임에도 일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왜 아시아인은 적고 유럽인은 많을까? 왜 서영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졌고, 아시아인들에게는 낯설까?

그 의문은 공원 입구에 있는 전시실의 사진에서 풀렸다. 영국 왕립학회가 이곳의 생태계를 조사해 세계에 Mulu Park의 존재를 알렸다. 영국은 1977년과 1978년, 두 해에 걸쳐 대대적인 식생 조사를 벌였다.

식물과 동물 등 생물자원에서 동굴과 암석 등 지질학적 분석, 원주민 생활이란 인류학적 접근 등 다양한 분야를 샅샅이 살폈다. 영국 왕립학회 최대의 해외 조사라는 이 연구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열대 우림과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에 알게 된 말레이시아가 자체 조사로는 힘에 부치자 영국에 요청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이후로도 영국을 주축으로 한 지질 및 생태 조사는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참고자료)

열대우림은 전 세계 면적의 2%에 불과하나 생물 다양성으로 전 세계 생물의 50%를 차지해 중요도가 높다고 한다.

1977년과 1978년 두 해에 걸쳐 이뤄진 영국 왕립 지리학회의 Mulu 탐사 활동사진. 오른쪽은 그 대장인 Robin Hanbury-Tenison이 원주민과 함께 있는 사진.
1977년과 1978년 두 해에 걸쳐 이뤄진 영국 왕립 지리학회의 Mulu 탐사 활동사진. 오른쪽은 그 대장인 Robin Hanbury-Tenison이 원주민과 함께 있는 사진.

우리가 서양 국가들을 제국주의로 지적하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들이 있다. 피해 경험이 있어 제국주의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가해 행위를 한다고 인식한다. 그런데 Mulu Park의 생태 조사와 휴가차 이곳을 찾은 서양인들을 보며 다른 측면에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왜 우리는 우리가 태어난 지역만을 활동 공간으로 생각할까? 다른 나라에 가서 그 지역에 도움 되는 일을 하는 행위를 할 수는 없나? 제국주의 국가들은 자신들의 지역을 벗어나 다른 대륙으로 행동반경을 넓히며 많은 자료를 축적했고, 그 지역에도 도움 되는 연구들을 해 왔다.

우리도 해외 오지에 가서 생물 다양성 조사 및 확보를 할 수는 없을까? 과학자들이 국내를 벗어나 해외에 진출해 다른 환경을 연구하고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국제 협력 연구를 하는 것은 어떤가?

열대는 물론 사막과 극한 지대 등등 인류가 살아온 곳을 우리도 경험하고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것은 어떤가 등의 물음이 다가온다. 극지방 연구나 지질 조사 및 해양 연구의 경우 해외에서 연구 활동을 벌이기는 하나 차원이 좀 더 확대되고 일반화될 필요는 없을까? 우리의 경제력도 이제는 대단위 해외 연구를 가능하게 하지 않을까? 고용에도 도움 되지 않을까?

Mulu Park 관리소에서는 방문객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다. 동굴 탐험, 열대 식생 관찰, 나무와 나무를 이어 만든 하늘길인 캐노피 산책, 이곳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인 석회 암석 등반 등등 다양했다.

그런 가운데 특히 눈길이 간 것은 저녁 7시 무렵에 시작하는 야간 식생 탐방.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동식물 등을 숲해설가의 안내를 받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역시 참여자는 대부분 서양 사람들. 다시 한번 서양인들의 호기심과 활동력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Mulu 공원관리소는 저녁 7시 이후 야행성 동식물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Mulu 공원관리소는 저녁 7시 이후 야행성 동식물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브루나이의 대표적 호텔인 엠파이어 호텔 로비에는 크기 5x6m 정도의 큰 그림이 있다. 1521년 마젤란 일행의 방문을 기록한 그림. 서양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한 브루나이 국왕의 행차를 그렸다.

1521년은 브루나이로서는 역사적인 해이기에 이렇듯 그림으로 그려서 외부인들에게 알리는 것이리라. 그런데 마젤란, 혹은 그 함대를 보낸 스페인 입장에서의 1521년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무엇이 어느 나라에서는 역사적 해인데, 어느 나라에서는 여러 사건 중의 하나로 기억될까? 세계 최초란 행위를 한 나라는 어떤 물음을 가졌기에 그런 역사를 만들 수 있었을까? 우리는 그런 역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가? 혹 여전히 남들이 만드는 역사에 영향을 받으며 우리 자신의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등등의 의문이 뒤따랐다.

Mulu Park와 브루나이 엠파이어 호텔의 1521년이란 그림은 결국 같은 맥락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졌다.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이 둘을 묶어 세상에 질문을 한 그룹은 영향력을 키우며 외부로도 영향을 미쳤다.

호기심이 빈약하고 기존의 것에 안주하며 세상에 질문하지 않은 그룹은 영향을 받고 더 나쁜 상황으로는 지배도 받았다. 우리는 어떤 부류이고, 지향하는 부류는 무엇인가?

박쥐의 비행을 볼 수 있도록 데크도 마련돼 있다. 방문자들이 박쥐의 비행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위). Mulu Park 내부의 모습.(아래)
박쥐의 비행을 볼 수 있도록 데크도 마련돼 있다. 방문자들이 박쥐의 비행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위). Mulu Park 내부의 모습.(아래)

브루나이 국토 대연결 프로젝트로 건설되고 있는 템부롱 대교 건설사업 모습. 우리나라 건설업체엔 대림이 시공하고 있다. 총공사비 2조 원대 프로젝이고, 대림은 공사 기간 중 가장 긴 13.65km에 이르는 해상 교량을 건설한다.
브루나이 국토 대연결 프로젝트로 건설되고 있는 템부롱 대교 건설사업 모습. 우리나라 건설업체엔 대림이 시공하고 있다. 총공사비 2조 원대 프로젝이고, 대림은 공사 기간 중 가장 긴 13.65km에 이르는 해상 교량을 건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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