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시험발사체 성능 '합격점'···항공우주 전문가들의 '고견'
'우리만의 우주카드' '국가 아젠다' '우주 산업체 육성' 다양한 제안

국내 항공우주 분야 전문가들이 한국의 '우주독립' 전략으로 '경쟁보다 틈새기술', '우주청 건립' 등을 제안했다.<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국내 항공우주 분야 전문가들이 한국의 '우주독립' 전략으로 '경쟁보다 틈새기술', '우주청 건립' 등을 제안했다.<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우주독립을 위해 '틈새기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주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선진국들과의 경쟁은 유리하지 않다. 미국은 '재사용 로켓', 중국은 '유인 우주선', 일본은 '소행성 탐사', 룩셈부르크는 '광물 채굴' 등의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만의 차별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

"한국의 우주개발 체계는 과기부·국방부로 이원화돼 있다. 우주개발 협력·공유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로 경쟁하는 구조까지 돼버렸다. 이번 시험발사체 성공을 계기로 우주·국방 등의 거대기술은 국무총리 산하에 '우주청'과 같은 상설 기구를 둬야 한다."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의 75톤급 시험발사체가 지난 28일 굉음과 함께 화염을 내뿜으며 고도 209km 상공까지 시원하게 치솟았다.

한국형발사체 개발 기반은 2002년 11월 28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국내 최초의 액체로켓(KRS-3)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위성을 쏟아 올릴 수준은 아니었지만 16년전 시작된 '우주독립'을 향한 첫걸음이 이어지면서 기술적 초석을 마련한 것.

시험발사체가 성공리에 발사된 가운데 국내 산·학·연·관 항공우주 분야 전문가들도 누리호 연구팀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아낌없이 전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진정한 '우주독립' 국가를 위한 구체적 전략들도 제안했다.

◆ "우리만 하는 우주기술 카드" 틈새기술 전략

항공우주 분야 원로 연구자는 우주독립을 위한 '틈새기술' 전략을 언급했다. 우주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선진국들과 경쟁하기보다는 '우리만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우주기술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예로 미국의 스페이스X는 '재활용 로켓'을 개발하고 있고, 중국은 '유인 우주선' 분야에서 이미 한참 앞서고 있다. 일본은 '소행성 탐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인구 60만 명에 불과한 룩셈부르크는 소행성에서 광물자원을 채굴하는 '우주광산'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ADD(국방과학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었던 항공우주 분야 한 원로 박사는 "한국은 우주 선진국에 비해 우주 투자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우주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의 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라며 "때문에 우리만의 차별화 기술·전략을 찾아내고 한 분야에 몰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같은 로켓 발사 비용으로 최고의 효율을 내는 여러가지 전략이 있겠지만 특히 우주 궤도를 이용해 중력새총 기술로 작은 위성을 우주 먼 곳까지 보내는 전략도 있다"라며 "우주 기술은 세계 1등만 기억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 "우주는 국가 아젠다" 우주청 건립

'우주청' 건립 의견도 제안됐다. 우주기술 전문 기업체 대표에 따르면 한국의 우주 기술 개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로 구분된 이원화 체계다. 때문에 우주기술 개발 협력·공유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경쟁 구도로 가고 있다.

이번 발사 성공을 계기로 우주·국방 분야 등의 거대 기술은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우주위원회'나 '우주청'을 상설 기구로 두고 국가 아젠다 전략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누리호 시험발사체의 75톤급 액체엔진 성공은 기술 개발의 한고비를 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75톤 액체엔진 4개를 묶고 2단에 하나 올리고 3단 7톤급 액체엔진까지 넘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면서 "현재 추이대로 지원과 개발 전략이 이어진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그는 "발사체는 큰 비용이 들어가는 과제다. 각국의 우주 시장 경쟁도 커지고 있다. 일본 등 우주기술 선진국도 비용 측면을 고려한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도 일정 기술개발이 이뤄지면 이런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출연연은 도전적 기술 개발을 하면서 산업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우주 기술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우연 출신 한 연구자도 우주청 건립 제안에 동의했다. 그는 "과기부 예산으로 우주개발 비용을 운용하다 보니 예산이 일정하지 않은 편"이라며 "우주청 정도의 기관이 생기면 예산 독립이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 예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연구의 지속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우주 산업체 육성' 민간주도 전략

우주개발 '민간주도' 전략도 언급됐다. 윤영빈 서울대학교 기계학공공학부 교수는 "국가주도 우주개발은 한계가 존재한다"라며 "민간주도의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주산업에 민간이 뛰어드는 초기 분위기를 국가가 조성해야 한다"라며 "항우연은 나름의 선도형 연구를 선도하고, 우주 개척 의지가 있는 산업체를 자체적으로 발굴해 다양한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세진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소장도 민간이 참여하는 우주 산업체 육성 전략을 언급했다.

그는 "대형로켓 기술 안정화와 엔진 성능 검증이 이뤄졌다는 것이 고무적이며 첫 단추를 잘 뀄다. 하지만 누리호에 활용될 클러스터링, 단분리, 궤도 진입 등을 위한 기술개발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주 산업체 육성 등 민간 참여를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우주시대에 첫발을 내디딘 만큼 시험발사의 횟수를 늘려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출연연 항공우주 분야 한 전문가는 "시험발사 횟수를 늘리면 비용이 기업으로 흘러간다. 투자·예산이 늘면 사업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고 참여 기업도 살찌우는 효과"라며 "일본의 경우 발사체 개발부터 발사까지 매달 시험발사를 한다. 1년에만 12대를 만들어낸다. 개발 단가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우주개발에 적지 않은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국민적 합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출연연 원로 과학자는 "우주와 같은 기초기술에 막대한 연구비가 투자된 것에 비해 선진국을 추격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인들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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