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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규의 日신문분석] 2050년 기술 '브레인 네트워킹'

100억 브레인 연결···기계와 브레인 경계 허물어지는 싱귤래리티 도래
제5의 혁신, 두뇌 자본주의가 가치 낳는 시대
2019년 새해가 신기루처럼 살포시 다가왔다. 아장아장, 뚜벅뚜벅, 어정어정 사람의 새해 각오에 따라 그 걸음 소리는 다르게 들려온다. 필자의 새해맞이는 고속버스 터미널 가는 길로 시작한다. 일간지 전체를 손에 넣기 위해서다. 평일의 일간지는 세상의 희노애락을 얄궂게 다루는 심술을 부리지만, 새해 신문의 특집호는 박동하는 미래 사회의 심장 고동을 경쾌하고 풋풋하게 전해준다.
또한 연휴로 좀 늦게 국내에 들어오는 일본의 주요 일간지를 정독하는 것도 연초에 나만이 누리는 특별한 호사다. 온라인으로 정기구독을 하지만, 새해에는 종이신문만을 고집한다. 특히 미래 과학기술의 에너지로 넘쳐나는 예리한 필봉을 손끝으로 느끼는 촉감은 짜릿하기 조차하다. 이하에서는 일본의 일본경제신문(日本經濟新聞)의 원단(元旦)특집 '테크2050 신행복론'을  간추려 소개한다.

◆ 연결되는 100억의 브레인

일본경제신문은 2050년의 기술 세계를 '연결되는 100억 브레인'으로 제시하며 1면 헤드라인을 대담하게 장식했다. 관련 특집을 6, 7면에 걸쳐서 자세하게 다뤘다. 

1989년 인터넷이 상용화되며 인류에게 사이버 공간이라는 신세계를 선사했다. 현재의 스마트폰 성능은 30년 전 슈퍼 컴퓨터를 크게 상회한다. 인류의 대부분이 슈퍼 컴퓨터를 손에 들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든 사이버 공간에 자유자재로 접속할 만큼 상전벽해했다는 이야기다.

인류 역사상 기술도 지난 30년간 급속하게 발전했다. 하지만 앞으로 30년은 한층 가속적인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현재 슈퍼 컴퓨터의 성능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양자 컴퓨터가 실용화돼 인간의 지성을 인공지능(AI)이 초월하는 싱귤래리티(기술적 특이점)의 도래가 전망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었듯이, 부상하고 있는 AI가 30년 후에는 싱귤래리티로 거대한 위용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 실체는 100억의 인류 뇌가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일본경제신문은 분석한 과학기술 변화.<사진=일본경제신문>일본경제신문은 분석한 과학기술 변화.<사진=일본경제신문>

◆ 브레인과 기계 그리고 브레인의 연결

테크놀로지의 진보가 한층 가속화돼 인류는 2050년에 육체나 능력의 한계를 초월하는 초인간주의에 직면한다. 행복에 대한 본연의 가치도 근본적으로 뒤바뀌는 미래, 기로에 선 인류는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어내야 하는 전환기에 들어서고 있다.

인류 최후의 프론티어로 여겨지는 브레인. 인간이 인간인 연유이기도 한 뇌의 잠재력이 떨쳐 나오려 하고 있다. 2050년 인구 100억명 시대, 그리고 100억개의 브레인이 커뮤니케이션하는 세상이 과연 도래할 수 있을까. 야마나카 신야(山中新弥)교토대학 교수팀이 인간iPS세포 제작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해는 2007년. 10년 남짓 지나는 동안 인류는 뇌를 만드는 미래로 줄달음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다음과 같은 취재 사례로 뇌와 기계 그리고 뇌가 연결되는 '브레인 네트워킹'의 시대를 예고했다.

▲ 2018년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분교의 아리슨 무오트리 교수가 인간의 다양한 세포나 조직으로 성장하는 iPS세포로 인공뇌(人工腦)를 만들었다. 배양액 속의 인공뇌에서 수정 후 25~38주의 아기 뇌와 닮은 인공 뇌파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 뇌과학의 세계적 권위, 크리스토프 코흐(Christof Koch) 미앨런 뇌과학연구소의 프로젝트 책임자는 "사고나 질병으로 뇌가 손상되어도 인공뇌로 일부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복수 사람의 뇌를 안전하게 연결하여 문제를 해결한 첫 사례다." 3개월 전 미워싱턴 대학과 카네기멜론 대학의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성과이다. 세 사람의 뇌를 특수한 헤드기어 등으로 연결하여 '테트리스(Tetris)' 게임을 공동으로 실행하는 데 성공했다.
▲ 뇌과학의 선구자인 미겔 니코렐리스(Miguel Nicolelis) 미 듀크대학 교수는 "뇌끼리 통신할 수 있게 되면, 언어조차도 생략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사라지는 2050년

인류가 손에 넣을 뇌 관련 테크놀로지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의식을 갖는 인공뇌는 물체인가 사람인가 아니면 인체의 일부인가. 악의를 품은 인간에게 조종당할 우려는 없는지 등 많은 해결과제가 있다. 뇌과학자들은 윤리적 과제와 정면으로 맞닥뜨릴 전망이다.

인류의 유구한 진화 역사는 기술을 빼고는 성립되지 않는다. 특히 향후 30년의 변화는 과거 30년의 변화보다도 더욱 극적인 변혁을 수반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30년은 인간의 본연의 문제나 사회 시스템의 존재형태에 근원적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이 인류의 꿈이었던 불노(不老)의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열리고, AI의 진보가 노동과 학습의 개념을 재정의하게 한다. 바이오·나노·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의 동시병행적 발전으로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무너지게 된다.

인간의 정의는 기술의 진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첨단기술은 사회를 효율화하지만, 통제력을 잃게 되면 위험하다. 세계적인 위기도 일어날 수 있지만 그 위험성을 극복하고 나면, 멋진 신세계를 맞이할 수도 있다.(자크 아탈리 프랑스 경제학자) 지금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은 누구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점이다.

◆ '제5의 혁신'으로 비약한다

700만 년 전에 지구에 유인원이 탄생한 이래 기술혁신의 발걸음은 무척 무뎠다. 최초의 도구, 석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만년 전. 불을 사용하기까지는 100만 년이 걸렸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가 되어 농경·목축문화가 탄생하기까지 인류의 진화속도는 100만~수십 만 년 단위의 시간 흐름을 필요로 했다.

문자가 탄생하며 정보가 확산되게 되자 기술혁신의 속도는 수십 년 단위로 좁혀졌다. 18세기 후반에는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힘이 넘치는 동력을 획득하여 제1차산업혁명이 일어나고, 19세기에는 석유와 전기 등의 에너지가 제2차산업혁명을 불러왔다. 20세기 중엽부터 컴퓨터의 도입으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연산이 가능해지고, 최신 기술이 수년 단위로 교체되는 제3차산업혁명을 맞이한다.

동시에 DNA혁명으로 인간게놈의 해석을 완료하여, iPS세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21세기에 들어와서 제4의 혁명으로서 생명과학이 급속도로 진보하고 있다.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의 너머에는 '제5의 혁신'으로 신의 영역으로 들어서려는 새로운 차원의 과학기술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인류는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과거 30년보다 미래 30년이 기술 진화가 빠를 것으로 분석했다.<사진=일본경제신문>일본경제신문은 과거 30년보다 미래 30년이 기술 진화가 빠를 것으로 분석했다.<사진=일본경제신문>


 ◆ '두뇌 자본주의'가 가치를 낳는다

일본 고마자와(驅澤)대학의 이노우에 토모히로(井上智洋)교수는 AI등 기술의 비약적인 혁신은 자본주의의 상식을 바꿀 것으로 분석했다. 제4차산업혁명 이후의 자본주의는 뇌가 가치이며 대가가 되는 '두뇌 자본주의'가 된다는 것이다. 이노우에 교수는 "노동자의 수를 모아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국내총생산(GNP)을 결정하여 왔지만, 미래는 두뇌의 수준이 GDP를 좌우하게 되는 시대가 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커즈 와일은 2045년, AI가 인간의 지성을 능가하는 싱귤래리티가 찾아올 것으로 예측한다. 히브리대학의 유발 하라리 교수는 '사피엔스' 후속편 '호모 데우스'에서 "인류는 신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고 2050년의 인류를 예언한다.

인간은 생물의 한계를 넘어선 폭발적인 진화를 이루고 있다. 인공지능이 지수함수적으로 진화해 기술 이노베이션은 세계를 격동시킨다.

야마기와 쥬이치(山極寿一) 교토대학 총장은 "인간은 신뢰와 기대를 품고 자신과 타자가 세계를 공유하며 살아간다. 인간은 오감중 미각, 촉각, 후각 3가지가 인간관계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체를 갖지 않는 AI는 이러한 관계성을 형성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인류의 진화를 다시 쓰게 되는 미증유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 젊은 연구자의 90% '싱귤래리티 도래' 응답

일본경제신문사는 2050년의 장래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2018년 12월에 20~40대 젊은 연구자 남녀 300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200명의 회답을 받았다. 50년까지 AI가 인간의 지성을 초월할 것이라고 하는 '싱귤래리티'가 도래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그렇게 생각한다'(33%)를 포함하면 90%가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회답하고 있다.

시기에 대해서는 30년이 18%로 가장 많았고, 40년이 16%로 그 뒤를 이었다.  '50년에 일본인의 사망원인으로 무엇이 1위가 되어 있을 것인가'의 물음에는 자살이 28%로 가장 많아, 암(24%), 미지의 질환(19%), 노쇠(9%)를 상회했다. 그 배경에는 의료기술의 진보로 수명이 늘어나,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설문의 마지막에 '현재보다도 행복해져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렇다고 생각한다'(39%), '어느 정도 그렇다고 생각한다'(24%)로, 60%가 긍정했다. '변함이 없다'29%이고, '어느 정도 그렇다고 생각한다'는 9%,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제로로, 기술의 진보를 전향적으로 생각하는 연구자가 많았다.

이번 설문 조사는 일반사단법인 '미래기술추진협회'(도쿄)와 여성전용 클라우드 펀딩 'kanatta'를 운영하는 'AIR'(도쿄)의 협력으로 수행됐다.
설문자의 90%가 AI가 인간의 지성을 초월할 것이라는데 긍정적으로 답변했다.<사진=일본경제신문>설문자의 90%가 AI가 인간의 지성을 초월할 것이라는데 긍정적으로 답변했다.<사진=일본경제신문>


◆ 정리자의 변 : 무르춤하는 대한민국

필자는 유년 시절부터 '근하신년'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정월 초하루 특집을 좋아했다. 어른이 되고 정년 퇴직 후의 삶을 살고 있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지금 이 순간도 책상 위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주요 일간지 특집호가 볼륨감 있게 놓여있다.

특정일의 양국 신문 내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신중해야겠지만, 적어도 미래기술의 관점에서는 질량적으로 현격한 차이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신문은 미래사회를 조망하는 특집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 반면에 일본신문은 다가오는 미래사회와 기술을 연계하는 각종 기사로 넘쳐난다.

초격동하는 미래에 대해 장기적 시각에서 대응하는 구상력이 빈약해지고, 무르춤하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설날의 신문에도 그대로 묻어있다. 국가의 미래상을 상큼하게 빚어내고 있는 일본의 신문이 부럽기도 하다. 2020년의 신년 특집호는 독자의 눈높이에서 약동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상이 가득 담긴 내용을 기대한다.

◆ 하원규 박사는
   
하원규 박사하원규 박사
하원규 박사는 도쿄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석사, 사회정보학 박사를 마쳤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정보연구정책실장, IT정보센터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슈퍼 IT 코리아 2020' '꿈꾸는 유비쿼터스 세상' '제4차 산업혁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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