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대형·집단 기초연구 위한 '연구자 덕목' 강조
"연구원 한뜻으로 원칙·비전·소명의식 만들어 나가자"

신년사 전달하는 김두철 IBS 원장. <사진=IBS 제공>
신년사 전달하는 김두철 IBS 원장. <사진=IBS 제공>
"기초과학 연구로 열매를 맺으려면 긴 여정이 필요한 법입니다. 국가 기초과학을 이끌고자 하는 만큼 연구원이 가져야 할 사명감과 책임, 윤리 의식 역시 최고 수준에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엄격하면서 비전과 과학의 진보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김두철 IBS(기초과학연구원) 원장은 신년사에서 기초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 연구자의 흔들림 없는 태도를 강조했다.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선 꾸준함과 높은 윤리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IBS는 지난해 새로운 부지로 연구소를 이전하고, 30개의 연구단을 갖춰 기초연구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 오는 2021년까지 세계적인 과학자 유치와 육성, 글로벌 연구 협력체계 강화, 중이온가속기 건설 등을 목표하고 있다.

김 원장은 "올해 본격 가동하는 슈퍼컴퓨터, 이미지센터, 실험동물자원시설 등을 포함하는 핵심연구 장비센터를 갖추면 IBS는 기초과학의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신동지구에 건설되는 중이온 가속기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중이온가속기 건설 사업을 통해 도약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김 원장은 향후 새로운 시설이 갖춰지고, 기초과학 연구가 꾸준히 이어지려면 조직원들이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기초과학 연구를 위한 비전은 잃지 않아야 한다"면서 "연구원이 한뜻으로 뭉쳐 원칙과 비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믿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세계의 지평을 바라보게 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시민사회의 지지와 공감을 얻고 사회, 인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두철 원장은 1977년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로 부임한 뒤 물리학부장, 물리연구단장 등의 보직을 거쳤다. 2010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는 고등과학원 5대 원장을 지낸 바 있다. 2014년 하반기부터는 IBS 원장으로 부임한 그는 올해 원장직 임기를 마친다. 아래는 신년사 전문.
 

기초과학연구원(IBS) 가족 여러분,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올해 신년사는 고사성어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임중도원(任重道遠). 교수신문이 매년 연말 설문조사로 정하는 2018년의 사자성어가 이번에는 임중도원입니다. 논어 태백편에 실린 성어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라는 뜻입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처한 현실에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기초과학 연구로 열매를 맺으려면, 또 IBS와 같은 혁신적 연구기관이 흔들림 없이 자리 잡으려면 긴 여정이 필요한 법입니다. 연구 패러다임을 바꾸어 보겠다는 소명은 대단히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IBS 임직원 여러분, 지난해 우리는 크고 작은 위기를 겪었고, 해결과 대응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였습니다. 일부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다가올 상황도 예견됩니다. 오해로 비롯된 비판과 비난도 있고, 가치관과 철학의 대립으로 발생한 위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의 부족함에서 비롯한 일도 있습니다.

국가 기초과학을 이끌고자 하는 만큼 IBS 직원과 연구원이 가져야 할 사명감과 책임, 윤리의식 역시 최고 수준에 있어야 합니다. 세계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고, 최고의 연구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미래지향적 가치에 나태함이나 느슨함이 이끼처럼 들러붙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하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비전과 과학의 진보를 향해 한 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지금 IBS에 주어진 임중도원의 숙제가 아닐까 합니다.  

2018년, 의미 있는 성과 역시 많았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바래왔던 새 연구소 건물을 완성하고 '본원 시대'를 개막했습니다. 다른 연구자들이 부러워할 만한 연구 시설과 환경을 확보하였습니다. 또 30개 연구단을 갖추어 본격적인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제2차 IBS 5개년 계획'에서 밝힌 바와 같이 앞으로 본원 중심 연구단을 발전시키고, 핵심연구장비센터를 제대로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때마침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에 이창준 공동단장이 합류하여, 본원의 집단연구 시너지를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으로 공동단장 제도를 적극 도입하여, 연구단을 연구소 형태로 진화시키는 틀로 삼고자 합니다.

PRC(Pioneer Research Center)라는 새로운 본원 연구단 모델도 도입하였습니다. PRC는 젊은 과학자들이 연합하여 이루는 연구단인 만큼, 보다 도전적인 분야에 천착할 것입니다. 특히 2개 PRC의 CI(Chief Investigator)로 참여한 김호민 박사, 엄상일 박사, 차미영 박사는 미래 기초과학을 이끌 차세대 리더입니다. PRC가 기존 연구단과 함께 IBS의 '양 날개'가 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겠습니다.

젊은 인재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선배 연구자들이 해야 할 가장 큰 과제라 생각합니다. 올해 본격 가동하는 슈퍼컴퓨터, 이미징센터, 실험동물자원시설 등을 포함하는 핵심연구장비센터를 갖추면, IBS 본원은 명실상부한 대형·집단 기초과학의 허브로서 기능할 것입니다. 신동지구에 건설되는 중이온 가속기 건설도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특히 새로운 리더를 맞이한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의 사업진행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IBS 가족 여러분, 우리 연구자들이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들을 지속적으로 내고, 저명한 학술단체들이 IBS의 영향력을 인정한다는 사실은 자랑스러워할 만합니다. 얼마 전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가 선정한 피인용 세계 상위 1%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s)에 IBS 연구자가 9명 포함되었습니다.

국내 기관 소속의 피인용 세계 상위 1% 연구자가 53명인데, 이 중 IBS가 17%로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최근 신희섭 단장이 '사이언스'를 발간하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펠로에 선발되고, 로드니 루오프 단장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의 피인용 우수연구자(Citiation Laureates)에 선정되었습니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단장은 미국 물리학회 조셉키슬리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연구자들이 국내외 과학상을 받았습니다. 이와 함께 IBS 연구단장과 연구원들이 암흑물질 검출, 엘니뇨 메커니즘, 원자 핵스핀, 단결정 금속포일, 식물의 탈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 지식의 깊이를 더하는 성과를 내어 전 세계에 IBS의 학문적 명성을 알렸습니다. 

여러 내우외환에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책임을 다 해주신 연구자들과 직원들께 원장으로서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보냅니다. 역사의 수많은 격동기를 거치면서도 현대과학이 흔들림 없이 발전해왔듯, IBS 연구도 그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성장하는 길은 평탄치만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계속 이뤄야 할 과학의 진보를 위해 연구원은 물론 행정, 기술을 담당하는 모든 IBS 가족들이 한 뜻으로 뭉친다면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우후지실(雨後地實)을 경험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위기를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우리의 문제를 진단하고 잘못된 관습을 혁신하는 단초로 삼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칙과 비전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과학을 향한 비전은 잃어버리지 않아야 합니다. IBS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은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믿음'일 것입니다.

과학자는 과학의 힘으로 많은 사람들을 거인의 어깨 위로 오르게 하여, 새로운 세계의 지평을 바라보게 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시민사회의 지지와 공감을 얻고, 사회에, 인류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해가 바뀌고 환경이 변해도 우리의 비전은 늘 같을 것입니다. 

IBS 가족 여러분, 2019년은 제가 임기를 마치는 해이기도 합니다. 원장으로서 올해 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다음 원장이 IBS를 더 크게 발전시키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입니다. 산적한 현안들은 가능한 한 제 임기 안에 해결하겠습니다. 그래서 후임 원장이 탄탄한 토대 위에서 마음껏 뜻을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산을 다니다 보면 험준한 봉우리들을 자주 만납니다. 하나의 봉우리를 힘들게 넘으면, 더 높고 험한 봉우리에 맞닥뜨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체력과 인내는 바닥나고 가야할 길은 아득한, 문자 그대로 임중도원의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러나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봉우리들을 넘고 넘어 결국 정상에 서게 마련입니다. 새해에도 IBS 구성원 모두가 낙오없이 정상에 올라 성취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저와 여러분이 서로 도우며, 함께 힘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1.2. 기초과학연구원장 김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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