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스핀 홀 전도도'측정으로 위상부도체 구분 입증
전자 이동 특성 '홀 전도도'에서 영감···"양자 기반 전자장치 개발에 기여할 것"
UNIST(총장 정무영)는 박노정 교수팀이 물질에 한 방향으로 전압을 주면 발생되는 '스핀 홀 전도도(spin Hall conductivity)'를 이용해 위상부도체 구분이 가능함을 입증했다고 25일 밝혔다.
우리 주변의 물질은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된다. 전도도 여부로 도체와 부도체를 나누고, 자기장 영향의 여부로 자성체와 비자성체를 구분한다. 이 기준은 극한 환경에서 나타나는 별난 물질들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위상(phase)'이라는 수학적 개념이 도입됐다.
원자 속 전자의 파동은 물질의 위상 차이를 발생시킨다. 전자의 파동 특성은 수학적으로 계산이 가능해, 어떤 물질이 위상부도체인지 증명할 수 있다. 그러나 실험을 통한 측정값으로 위상부도체를 구분하거나 특성을 파악하는 방법은 없었다.
연구팀은 위상부도체를 구분하는 측정값으로 '스핀 홀 전도도'가 적당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스핀은 물질마다 고유한 형태를 갖는 전자의 자전을 뜻한다. 위상부도체의 경우 물질 내부에 있는 스핀들이 평형을 이루는데, 전기를 흘려주면 같은 방향의 스핀끼리 정렬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관측해 스핀 홀 전도도를 측정할 수 있다.
제1저자인 신동빈 UNIST 박사는 "도체의 경우 전자의 농도를 파악하기 위해 '홀 전도도(Hall conductivity)'를 측정하고 있다"며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위상부도체의 스핀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스핀 홀 전도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홀 전도도는 물질에 전압과 자기장을 동시에 작동시켜 발생되는 전자 이동의 특성이다. 이는 자기장이 커질수록 늘어나며 연속으로 상승한다. 미시세계에서는 연속적으로 변하지 않고 계단을 오르듯 증가한다. 이런 현상을 '양자화된 홀 전도도(Quantum Hall conductivity)'라고 하는데, 별난 물질에서 유사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스핀 홀 전도도 역시 위성부도체라는 별난 물질에서만 양자화된 스핀 홀 전도도가 발생했다. 따라서 연구팀은 스핀 홀 전도도 측정으로 위상부도체를 구분할 수 있었다.
박노정 교수는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미시세계에서 활약할 전자장치의 소재로 위상부도체가 활발히 연구되는 추세"라며 "이번 발견은 향후 새로운 전자장치 개발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 14일자 논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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