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기계연 컨소시엄, 70억 규모 연구과제 본격화
시료채취하고, 성분 분석, 현장 애로 사항 청취
오는 2022년까지 기술 개발, 실증 연구로 악취 해소 기대

12일 오후 기계연 연구진과 함께 도착한 곳은 대전 도심의 제조공장. 공장 정문 앞에서 화학연, 성균관대 연구진도 합류했다. 이들과 공장 뒷편으로 이동하자 폐수처리시설. 거대한 배관들이 눈에 들어오고, 창고와 저장조, 배출조를 확인할 수 있다. 

공장 관계자가 시설을 설명하는 가운데 시설 곳곳에서 역한 냄새가 뿜어져 나온다. 냄새가 심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문을 열어 놓은 한 배출구에는 '출입금지'라고 적힌 경고판도 부착돼 있다(평소에는 문을 닫아 놓음). 

대전시·한국기계연구원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도심 복합악취 문제 해결 현장을 찾았다. 본격적인 해결방안 마련에 앞서 이날 현장에 과학자들이 집결해 공장, 매립장을 둘러보며 모니터링 작업이 실시됐다.      

공장, 매립장 악취문제 관련 시민들의 민원이 적지 않다고 한다. 악취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할 수 있어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았는데 출연연과 지자체가 협력해 문제 해결에 착수한 것이다. 

연구진들은 공장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문제 원인을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이다. 주요 대기 배출구를 파악해 악취 포집 키트로 시료 채취와 분석이 즉석에서 이뤄진다. 일차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시료 냄새를 맡으며 연구진이 잠시 찡그리는 모습도 보인다. 

계단으로 탈수탑에 올라가서 찾은 배출구에서 시료채취도 지속됐다. 연구자들은 '황화수소',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등을 언급하며 유해물질 발생 여부를 점검했다. 한편에서는 결과를 기록하고, 시료 라벨도 부착했다.    

악취포집 키트와 주요 논의 내용.<사진=강민구 기자>
악취포집 키트와 주요 논의 내용.<사진=강민구 기자>

이대훈 기계연 박사가 시료를 냄새로 확인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이대훈 기계연 박사가 시료를 냄새로 확인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인근의 다른 제조공장으로 이동해 찾은 곳은 공장 내부 탈수기실. 앞서 야외에서 조사가 이뤄진 것과 달리 이번 악취가 발생하는 곳은 실내 시설이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역한 냄새가 올라온다. 이전처럼 시료를 채취하고, 결과를 토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정화시설을 도입하고 있다는 공장 관계자의 설명과 함께 이에 대한 조언도 함께 이뤄진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공장에서 나와 차로 한적한 길을 10여분 이동해 찾은 곳은 도심의 쓰레기 처리 시설. 굴뚝처럼 배출 타운이 솟아 있는데 올라가는 길은 계단뿐이다.

길게 세워진 원형 기둥 옆 계단으로 이동했다. 무거운 장비를 챙기면서 다소 가파른 길을 올라가느라 숨이 가빠진 연구자의 모습도 보인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시료채취가 이뤄지고, 성분 분석이 함께 진행됐다. 
 

타운에서 나와 바로 옆 건물로 이동했다. 슬러지 연료를 처리하는 시설동이다. 건물 문을 열자마자 오래된 음식물찌꺼기 냄새가 역하다. 냄새를 참고 계단을 올라 도착하자 배출구 시설이 나온다. 옥상 건물에서 비를 맞으며 시료 채취가 진행됐다. 냄새는 이미 옷에 배긴지 오래다. 

대전시 관계자에 의하면 한국기계연구원 컨소시엄에는 기계연, 재료연, 핵융합연, 화학연 연구진등이 참여한다. 연구진들은 출연연이 협력해 창출하는 국민 실감형 연구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악취를 완전히 없애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산업체의 영세성, 환경 비용 문제, 기업 비밀 유지 등으로 현실적 어려움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연구진들은 악취문제를 저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화학연 연구진은 "기업도 악취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지만 기술이 없거나 비용이 많이 소모되어 이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악취를 저감할 수 있고, 비용을 낮춘 저감장치를 개발하고, 기존 설비를 개선해 국민 생활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제 책임자를 맡은 이대훈 기계연 박사는 협력 연구로 악취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대훈 박사는 "10여개 업체를 컨택했으나 해결을 거절한 경우도 있고, 회사상황이 좋지 않아 협조를 꺼리는 사례들도 있었다"면서도 "냄새 자체가 수치적인 측면보다 감성적인 측면도 존재해 시민을 100% 만족시키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박사는 "현장을 둘러보니 기업 맞춤형으로 기술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앞으로 실증설비를 구축하고, 사업장에 해결책과 방향을 제시해 악취를 저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시료 포집 후 확인하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시료 포집 후 확인하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연구진이 주요 분석 물질 항목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강민구 기자>
연구진이 주요 분석 물질 항목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강민구 기자>
한편, 이번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주관하는 '지역현안해결 창의형 융합 연구사업'의 '도심 복합 악취 문제해결' 연구과제 일환이다. 연구과제에는 총 7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출연연이 나서 도심 복합악취 문제 해결로 주민 삶의 질 개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는 2021년까지 진행되는 1단계 사업에서 출연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지원을 받아 악취 기술 개발·개량과 대전지역 사업장에서 실증 연구가 진행되며, 이후 1년간 대전시에서 10억원을 투입해 악취해소 기술성과 적용과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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