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일 서울대 교수 "명확한 기관 비전과 미션 정립하고 제역할"
2021년 준공 '사이언스플라자' 임대장사 NO! 科技놀이터로
"현장 의견 통해 지역 혁신에도 기여할 것"

이우일 서울대 교수가 차기 과총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 시작 1년을 앞둔 상태. 그는 남은 기간 동안 과총이 가야할 방향과 미션 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고민할 계획이다.<사진=김지영 기자>
이우일 서울대 교수가 차기 과총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 시작 1년을 앞둔 상태. 그는 남은 기간 동안 과총이 가야할 방향과 미션 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고민할 계획이다.<사진=김지영 기자>
"기관의 비전과 미션이 명확하지 못하면 리더가 바뀔 때 마다 조직이 휘청인다. 비영리단체일수록 우리가 뭘 하는조직인지 지향점이 뭔지 고민해야한다. 과총도 명확한 미션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정부에서 준 예산을 받아 학회지원금을 나눠주는 정도의 기관이 될 뿐이다."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회장 김명자)의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이우일 서울대 교수는 과총이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과학기술 없이는 미래를 논할 수 없는 시대를 부정할 수 없는 지금, 이 교수는 50만 과학기술인 중심에 선 과총이 과학기술계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다방면으로 생각을 모으고 있다. 그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피터 드러커의 '비영리단체의 경영'이라는 책에서 그의 고민이 어느정도 읽힌다.
 
이 교수는 처음으로 과총 회장 선거에 도전해 선출됐다. 그간 대부분의 과총 회장들이 70대에 회장직을 수행한 데 비하면 60대인 그는 젊은편에 속한다. 그는 선거에서 지방-수도권, 국내-국제, 대학-산업, 세대원로-젊은 층, 공학-이학 등 여러 좌표 가운데 과총이 플랫폼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세대 간 교류를 가장 중요하게 피력하며 젊은이들이 과학기술에 관심을 두고 인재가 과학기술계에 유입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이처럼 과학기술계에 젊은 인재를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과학기술이 '생존'과 직결돼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에는 과학기술을 사 오면 됐지만, 이제는 우리가 먼저 새로운 것을 만들어 치고 나가는 것이 필요한 때"라며 "우리 생활 곳곳에 과학기술이 없는 곳이 없지 않은가.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의 과학기술계 유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계 젊은 층 유입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흥미 유발'을 꼽았다. 그가 말하는 흥미 유발은 과학을 처음 접하는 아이부터 연구실에서 신명 나는 연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까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흥미 유발이 제대로 안 된데에는 과학기술계 반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나온 이론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무개 기자를 혼냈다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연구자를 여럿 보았다. 그건 자랑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과학을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대중이 흥미를 느끼지 않겠는가. 과학기술자들을 대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흥미 유발을 통해 젊은이들을 유입시키고 신명 나는 연구 분위기 속에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바꿔나가야 한다. 그런 역할을 과총이 할 수 있도록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과총의 본관과 별관은 '사이언스플라자'로 재탄생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이우일 과총 신임회장은 사이언스플라자를 과학자들이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방안을 모색 중이다. 사진은 사이언스플라자 조감도.<사진=과총 발간 매거진>
현재 과총의 본관과 별관은 '사이언스플라자'로 재탄생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이우일 과총 신임회장은 사이언스플라자를 과학자들이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방안을 모색 중이다. 사진은 사이언스플라자 조감도.<사진=과총 발간 매거진>
흥미 유발을 위해 그가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2021년 9월 준공예정인 (가칭)사이언스플라자 활용법이다. 사이언스플라자는 과총이 위치한 과학기술회관의 본관과 별관을 함께 철거해 지하 4층~지상 10층으로 통합 신축 중이다. 
 
이 교수는 이 공간이 과학자들이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 되길 희망하며 창업, 소통, 메이커 공간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칸막이로 나눠 딱딱하게 학회를 하거나 임대료 장사는 안 할 것"이라 선을 그으며 "어떻게 공간을 활용할지 많이 듣고 공부할 것"이라 말했다.
 
젊은 세대가 과총 운영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이는 현재 과총을 이끄는 김명자 회장이 임기 초에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까지는 대부분 심포지엄, 회의 등을 준비하는 과정에 선배 과학자들이 주도하고 후배들은 듣기만 하라는 식이었지만 후배들이 모든 것을 주도적으로 준비해서 실행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줄 것"이라며 "선배들에게는 인내와 용기가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후배들을 믿고 전적으로 맡겨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 "과기인, 프로젝트 노예" 現 과기 문제점 꼬집어
 
이우일 교수는 서울대 교수로 근무하기 전 출연연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지난 8월 교수직을 은퇴 하며 30여년간 과학기술자로서의 생활을 마무리했지만, 현장에서 느낀 문제점과 애로사항을 바꿔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과총이 회원학회에 지원금을 나눠주는 단체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과학기술인을 대변하기 위한 노력에도 힘쓰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평가제도, PBS 제도 등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출연연과 대학이 다른 연구를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지영 기자>
그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평가제도, PBS 제도 등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출연연과 대학이 다른 연구를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지영 기자>
그러면서 이 교수는 양적인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현 과학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R&D 평가에는 예산을 거의 투입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R&D 예산 5%가량을 평가에 사용하고 있다.

그는 "평가하는 사람이 전문가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전문성보다는 양적인 평가를 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 같은 방법으로는 정량적 평가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논문 수는 세계에서 상위권을 달리는데 인용은 그렇지 못한 것이 숫자로 평가하기 때문이 아닌가. 평가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투자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PBS(연구과제중심운영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도 전했다. PBS는 1996년 정부가 도입한 제도로 출연연 연구책임자가 연구실 인건비 중 일부만 정부 출연금을 통해 지원받고 나머지는 직접 외부기관으로 연구과제를 수주해 충당해야 하는 제도다. 이 교수는 출연연에 근무 당시 PBS를 반대한 적이 있다.

그는 "과학기술자들이 프로젝트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출연연 사기진작 문제가 심각하다"며 "PBS로 인해 연구원들이 허덕이며 프로젝트를 따와 인건비를 충당하는데 그렇게 되면 실제 과제 규모도 훨씬 작아진다. 프로젝트 규모가 작으면 대학이랑 다를 게 뭔가. 출연연이라면 대형과제를 할 수 있도록 인건비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지역혁신 실마리 마련 고민할 것"
 
과총에는 600개의 과학기술 단체와 과학기술인 50만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인의 대다수가 과총 회원이라 볼 수 있다. 다양한 단체와 사람들이 소속돼있다 보니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는 "과총이야말로 다양한 구성원들을 한데 묶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역할을 위해 지역과 지역을 엮는 역할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지역에서 혁신이 나올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하기 위해 지역 과총을 활용할 것"이라며 "앞으로 지역 과총에 더 관심을 두고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애로사항을 듣는 등 소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50만 과학기술인들이 모여있는 과총이 잘 할 수 있는 점이 분명히 많을 것이다. 과총이 어떻게 비전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지 임기 전까지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여러분들과 같이 지혜를 모아내겠다"고 말했다.

이우일 차기 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미국 미시간대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1987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2012~2014), 서울대학교 부총장(2014~2016),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과실연) 상임대표(2015~2016)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우일 차기 회장은 오는 2020년 3월부터 2023년 2월까지 3년 동안 과총을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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