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휴학생 이채린 대표, 교수-학생 잇는 학습 플랫폼 개발
AI·빅데이터 활용···기존 수업 체계 바꾸지 않고도 적용 가능
'크립톤',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로부터 투자 유치

이채린 클라썸 대표는 학과에서 일어나는 작은 문제를 개선해보자는 생각이 창업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채린 클라썸 대표는 학과에서 일어나는 작은 문제를 개선해보자는 생각이 창업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질문을 하기 전 바보같은 질문은 아닐지, 유난떤다고 보이진 않을지 많은 생각이 들잖아요. 이런 심리적·물리적 장벽을 걷어내 온전히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클라썸이 추구하는 방향이에요. 가르치는 사람은 가르치는 것에 집중하고, 배우는 사람은 배우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죠."

'양방향 학습 플랫폼' 클라썸을 창업한 이채린 대표의 목표는 명확하다. 본질적인 학습을 가로막는 개인의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걷어내 학습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채린 클라썸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KAIST 전산학부에서 과대표를 맡았던 시절로 돌아간다.

이 대표는 "2016년 당시 전산 붐이 불고, 100명이 넘는 학생이 전산학부에 몰렸다"며 "아는 사람이 있는 학생은 공부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막막해 하는 모습을 보며 이 문제를 개선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창업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2016년 당시에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활용해 학생들의 질문을 모았지만, 답변과 질문이 섞이고 내용이 축적되지 않는 한계를 지녔다. 이를 보완한 것이 '클라썸'이다. 2018년 창업한 클라썸은 수업 중 직접 질문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이 어플리케이션(앱)에 질문을 올려 놓으면 학생·교수가 답변하는 시스템인 '양방향 학습 플랫폼'이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끝을 설정해서 창업한 것은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문제를 당장 개선해주자는 생각을 하면서 대상도 점차 확장됐다. 자연스럽게 대학·학원 수업, 기업 교육까지 목표치가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KAIST의 창업 생태계도 이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는 데 힘을 실어줬다. 그는 "어린 나이에는 창업은 멀리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블루홀(배틀그라운드)을 창업한 장병규 선배 등 학과에서 창업한 선배를 보면서 생각을 전환했다"며 "창업을 하고 자신의 인생을 불태워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업의 실패가 개인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며 "사업은 흥망성쇠가 있을 수 있지만, 개인은 그 안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배움을 학교에서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채린 클라썸 대표는 "지금 삶을 가장 즐겁게 살 수 있는 방식으로 살고 있다"며 "공감하는 가치를 함께할 수 있는 팀원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채린 클라썸 대표는 "지금 삶을 가장 즐겁게 살 수 있는 방식으로 살고 있다"며 "공감하는 가치를 함께할 수 있는 팀원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 단순함과 편리성 추구하는 양방향 학습 플랫폼

이 대표는 "실제로 타인의 질문과 답변을 읽는 게 학습에 도움이 된다"며 "학생들이 서로의 질문을 최대한 많이 읽도록 웹과 앱 개발을 했다"고 설명했다. 

클라썸은 단순함과 편리성을 추구한다. 질문 작성이 수월하도록 제목을 없애고, 질문을 태그로 정리할 수 있도록 앱을 최적화했다. 사용자가 필요한 질문을 검색하거나 선별해서 읽고, 알림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공감이 가는 질문에는 '저도 궁금해요' 기능을 누를 수 있고, 공감수가 많은 질문은 '인기 질문'으로 선정된다. 인기 질문은 조교·교수에게 알림이 간다.

클라썸은 단순히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소통 방식을 넘어선다. 교육자에겐 통계를 제공해 수업 개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근에는 고도화된 수업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도입 중이다.

클라썸 어플리케이션(앱)은 AI·빅데이터를 활용해 질문을 카테고리화하고, 학생들의 공감을 얻은 질문은 '인기 질문'으로 선정된다. 인기 질문은 조교와 교수에게 알림이 전달된다. <사진=클라썸 제공>
클라썸 어플리케이션(앱)은 AI·빅데이터를 활용해 질문을 카테고리화하고, 학생들의 공감을 얻은 질문은 '인기 질문'으로 선정된다. 인기 질문은 조교와 교수에게 알림이 전달된다. <사진=클라썸 제공>
◆ KAIST·서울대 등 21개 학교에 적용, 그러나 대부분의 수요는 서울

클라썸은 2018년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고, 같은 해 12월 '크립톤'과 'KAIST청년창업투자지주'로부터 투자를 받아 승승장구 중이다. 현재까지 KAIST와 서울대 등 21개 학교와 다수의 학원에서 클라썸을 도입하는 등 교육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최근 각 대학은 수업 방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해법을 모색 중이다. 이를 위해 시범적으로 플립러닝, 온라인 강의 등을 도입해 수업 방식을 개선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리스크 등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

이채린 대표는 "기존 수업에 클라썸은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라며 "기존 수업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도 학생들의 문화를 바꿔줄 수 있다"고 말했다. 

클라썸은 질문의 카테고리화를 통해 중복된 질문을 줄인다. 이 대표는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중복 질문을 피하고, 학생들이 많이하는 질문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학기가 끝나면 질문을 빅데이터로 카테고리화해 교수에게 수업 개선방향을 제안한다. 현재 다수의 대학·학원, 기업 교육, K-MOOC 등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다. 개발자, 투자자뿐만 아니라 현장 수요도 수도권에 몰려 있어 서울 이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고민 끝에 올해 하반기 서울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 "24시간 올인···지금 삶을 가장 즐겁게 살 수 있는 방식으로 산다"

클라썸은 현재 10명까지 구성원이 늘었다. 이 대표를 비롯해 경영진은 일에 24시간을 올인하고 있다. 물론 자발적이다.

이 대표는 "인생에서 24시간을 올인할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삶을 가장 즐겁게 살 수 있는 방식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태도가 기저에 깔려 있는 클라썸은 창업 이래로 가파른 성장 속도로 다수의 벤처캐피탈(VC)이 투자를 눈독 들이는 스타트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대표는 경직된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시장은 국내, 해외의 장벽을 두고 있지 않다. 영어 UI는 현재도 활용 중"이라며 "해외 진출을 위해선 국가별·문화별로 들어가는 포인트가 다르다. 이것만 해도 10년 이상의 과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썸은 대학·학원·기업 교육 등 수업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 도입 가능하며 모바일 앱과 웹사이트에서 활용할 수 있다. 
 

◆ 클라썸은?

'Class'와 'Forum'의 합성어로 만들어졌다. 수업이 활발한 논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철학을 이름에 담았다. 2016년 KAIST 전산학부 수업에서 질문이 오갈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한 것이 시초가 돼 2018년 교수와 학생을 잇는 '양방향 학습 플랫폼' 클라썸이 탄생했다. 2018년 12월 '크립톤'과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았다. 현재까지 21개 대학, 기업 교육, K-MOOC, 학원 수업 등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현재 KAIST 나노종합기술원에 위치한 클라썸은 현장 수요와 인력 수급을 위해 올 하반기 서울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기업 문의는 contact@classum.kr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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