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미세플라스틱 연구동향 콘퍼런스 열어
"플라스틱 생산량 철보다 많아, 30년뒤 폐기물 330억톤"
류충민 박사 '곤충유래 플라스틱 분해 효소' 등 多 연구 소개

플라스틱은 20세기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각광을 받으며 인류의 삶을 한 단계 도약시킨 물질로 꼽힌다. 그러나 몇해 전 대한민국 면적의 15배에 이르는 거대한 플라스틱 섬이 태평양에 생성되며 인류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2일 이탈리아 서부 사르디니아 해변에서는 임신 중 숨진 고래의 뱃속에서 22kg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크기 5mm 미만의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와 토양의 주요 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 하수 처리 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하천과 바다로 흘러가게 된다. 이를강과 바다의 생물이 먹게 되고, 인간이 이를 섭취할 수 있어 인체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므로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미국과 스웨덴이 화장품에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2017년 7월부터 해당 사항이 금지돼 있다. 

2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미세 플라스틱 연구동향'을 주제로 '2019  KRIBB 이슈 콘퍼런스'를 마련한 가운데 지금부터라도 예방적 차원의 조치를 취해야 하며 관련 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2일 '미세 플라스틱 연구동향'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미세 플라스틱의 유해성, 해결책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2일 '미세 플라스틱 연구동향'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미세 플라스틱의 유해성, 해결책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 "플라스틱 생산량, 철 생산량 초과"···30년 후 330억톤

심원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소장에 의하면 현재 플라스틱 생산량은 철 생산량을 초과한다. 하지만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 수준. 심 소장은 "생산량으로만 봤을 때 플라스틱 시대가 왔다"면서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까지 누적 폐기물 발생량은 약 330억 톤에 이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예측무영향농도(PNEC·Predicted No Effect Concentrations) 연구를 소개했다. PNEC는 인체가 화학물질에 노출됐을 때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농도다. 현재까지 PNEC 농도가 5%를 초과하지만, 현재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재활용률에 변화가 없으면 2100년에는 농도가 100배 증가하게 된다. 

심 소장은 "경상남도에서 1년 동안 플라스틱으로 인한 피해를 분석했더니 1300억원 규모"라며 "플라스틱이 생태계뿐만 아니라 경제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2066년에는 유해 농도가 44% 초과할 것"이라며 "플라스틱 오염은 지구적 규모의 오염이기 때문에 예방적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0년 뒤에는 바다의 절반 가량이 플라스틱으로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 제브라피시 활용해 플라스틱 유해성 알리기도···'플라스틱 분해 효소 연구' 등 다양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2010년도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대략 480만 톤 ~1270만 톤이다. 이 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나일론 등이 포함된 석유화합물이기 때문에 오염 물질과 만나 새로운 환경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또 버려진 플라스틱이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하기도 한다. 

정진영 생명연 환경질환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제브라피시를 이용해 미세플라스틱의 생체 내 영향을 입증한 연구를 소개했다. 정 연구원은 "미세플라스틱이 제브라피시 배아의 난막을 통과해 체내에 축적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형광 분석을 수행한 결과 배아의 기관 중에서도 영야을 공급하는 난황에 주로 쌓이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난황이 기능을 못하면 발달 장애 등 신체 문제가 생긴다. 

생명연 환경질환연구센터는 미세플라스틱이 세포의 핵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를 손상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호흡과 에너지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금 이온과 미세플라스틱을 동시에 흡수한 제브라피시 배아의 미토콘드리아는 심하게 망가지는 것을 밝혀냈다.

이날 류충민 생명연 박사는 '곤충유래 플라스틱 분해 효소'와 관련한 주제로 미세 플라스틱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류 박사는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효과적인 효소의 발굴이 절실하다"며 "연구를 통해 유래 플라스틱 분해 효소를 발견해 미세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류 박사 연구팀은 꿀벌부채명나방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왁스와 플라스틱을 먹였을 때 곤충의 장 내에서 특별하게 만들어지는 곤충 단백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왁스와 플라스틱을 분해할 때 만들어지는 다량의 효소를 새롭게 찾았다. 확인된 효소의 정확한 기전과 효과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미세플라스틱 생체 영향 연구와 유해성 분석 연구 등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확인하는 연구가 소개됐으며, 플라스틱 분해 효소 연구 등과 같은 해결책도 공유하는 시간이 됐다. 미세 플라스틱은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문제라는 데도 뜻을 모았다.

한편 해양수산부에서는 미세 플라스틱 환경 영향 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2020년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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