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 3人 뉴욕타임스에 기고문 게재···원자력 필요성 강조
"원자력에 대한 비합리적인 두려움 극복해 기후변화 대응해야"
美는 당략 뛰어넘어 국익 중시···"4세대 원전 개발에 초당적 합의"

 

세계 석학 3人은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을 게재하고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원자력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세계 석학 3人은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을 게재하고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원자력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화석 연료의 대체가 요구되는 가운데 '원자력'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뉴욕타임스에 소개됐다.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 하버드대 교수, 조슈아 골드스타인(Joshua S. Goldstein) 아메리칸대 명예교수, 스테판 퀴비스트(Staffan A. Qvist) 스웨덴 에너지 공학자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원자력은 세계를 구할 수 있다"며 "원자력 기술 확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탄소를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조슈아 골드스타인과 스테판 퀴비스트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국가별 에너지원을 비교한 '밝은 미래'를 공동 집필한 에너지 전문가다. 스티븐 핑커 교수는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뇌인지과학과 교수로 21년간 재직하며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등 다양한 대중 과학서를 집필한 과학자다.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what)이 아니고 '어떻게'(how) 라고 주장한다. 화석 연료 대체를 위해 보다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석학들은 기고문에서 독일의 신재생에너지와 프랑스의 원자력에너지를 비교했다. 이들은 "탄소를 줄이는 대중적 대답은 재생에너지이지만,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며 "독일은 재생에너지를 위한 올인(all-in)으로 탄소 배출량을 거의 감소시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프랑스는 화석 연료를 사용해 생산한 거의 모든 전기를 불과 15년 만에 원자력으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원전 56기를 가동해 국가 에너지 75%를 충당하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기반으로 전기를 유럽 전역에 판매하기도 한다. 신재생에너지가 주 에너지 공급원인 독일도 프랑스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다. 출력이 일정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를 커버하기 위해서다. 기고문에선 "인류의 가장 큰 문제 '기후변화'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은 원자력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주로 원자력을 활용해 전력 공급을 하고 있는 반면 독일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력 공급을 하고 있다. 사진은 'electricity map'의 탄소 배출 집약도. <그래픽=김인한 기자>
프랑스는 주로 원자력을 활용해 전력 공급을 하고 있는 반면 독일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력 공급을 하고 있다. 사진은 'electricity map'의 탄소 배출 집약도. <그래픽=김인한 기자>
원자력이 경제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석학들은 한국의 원전을 사례로 들었다. 이들은 "원자력은 한국에서 가장 값싼 에너지원"이라며 "한국은 현재 미국의 6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고비용 문제는 "표준화와 반복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60년 동안 생성된 방사성 폐기물 월마트 하나에 들어갈 정도"

필진은 "광산 사고, 수력발전 댐 붕괴, 천연 가스 폭발 그리고 석유 열차 충돌은 때때로 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석탄 연소의 가스는 연간 5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죽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핵 폐기물은 콤팩트하다. 미국이 지난 60년 동안 만든 방사성 폐기물은 월마트 하나에 들어맞을 것(America's total from 60 years would fit in a Walmart)"이라며 "수많은 석탄 폐기물에 비하면 훨씬 환경적으로 쉬운 도전이다. 방사성 물질을 새로운 종류의 원자로 안에 태우거나 지하 깊숙이 매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선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해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과 고속로 개발에 힘쓰고 있다. 사용후핵연료에 있는 반감기(방사성붕괴를 통해 방사능의 양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가 긴 원소를 추출해 고속로에서 연소시키면 방사성 폐기물 유효 수명이 3만 년에서 300년으로 줄어드는 기술로 미래 원자력 분야 핵심 기술로 꼽힌다.  

◆美 스타트업들 '4세대 원자로' 개발 중···의회도 초당적 의견일치

미국은 정치 당략을 뛰어넘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원 발굴에 힘쓰고 있다. 차세대 첨단 원자로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원자력 혁신 및 현대화법'(Nuclear Energy Innovation and Modernization Act)을 발의해 의회에서 초당적인 의견일치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올해 1월 '4세대 원자로' 개발을 위한 해당 법안에 서명했다. 

기고문에선 "수십 개의 미국 스타트업은 '4세대 원자로' 개발을 진행 중이며 의회에선 드물게 두 당의 의견일치(rare bipartisan agreement)를 보인다"라며 "정치인, 규제 당국이 그것을 허용한다면 해당 원자로는 2030년, 2040년대에 세계로 수출돼 가난한 나라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고, 미국에는 보수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달했다. 미 의회는 당략보다는 국익을 우선시하고, 가치 중심적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미국은 98개의 원자로를 통해 국가 전기 생산의 20%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4세대 원자로 개발을 통해 원전의 안전성·경제성을 높여가겠다는 전략이다. 

◆원자력에 대한 비합리적인 '두려움' 극복해야

석학들은 "TMI 당시에는 아무도 죽지 않았고, 체르노빌은 31명, 후쿠시마는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만 있었다"며 "60년 동안 원자력으로 인한 사망자는 매달 석탄 가스 배출로 인한 사망자 수와 같을 것(the death toll from 60 years of nuclear power would still equal about one month of coal-related deaths)"이라고 비교했다. 

60년 원자력 역사 동안 1979년 TMI(Three Mile Island), 1986년 체르노빌(Chernobyl), 2011년 후쿠시마 사고만이 공공의 경종을 울렸다. 이들은 "원자력 발전소는 원자 폭탄처럼 폭발할 수 없다"며 "청정에너지로 변화를 꾀하려면 비합리적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재생에너지로부터 기대되는 탄소 절감액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에 원자력은 환경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다"며 "환경을 보호하고, 에너지 수요가 있는 국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원자력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석학들은 "미국의 대중들과 정치인들이 실질적인 위협에 직면해서 근거 없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인류의 가장 절박한 도전을 해결할 수 있고, 우리 후손들에게 기후 안정과 풍부한 에너지의 밝은 미래를 남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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