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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과학계 '한계돌파'···"벽 허물고, 새 시도해보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계돌파 프로젝트' 추진···입사 1달된 연구자도 추천해 '파격'
난제·미래지향적 기술 개발 목표···연구자들도 호응
우주망원경 개발 사진과 한계돌파 프로젝트 미팅 장면.<사진=한정열 천문연 책임연구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제공>우주망원경 개발 사진과 한계돌파 프로젝트 미팅 장면.<사진=한정열 천문연 책임연구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제공>

"달 유인우주선, 극지에 출연연 센터 공동 조성을 통한 극한기술 연구, 실험동물 대체 모델링 등 다양한 의견들을 자발적으로 모았다. 이제는 출연연이 퍼스트무버로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송미영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본부장)

"제도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어느 연구소가 어떠한 연구를 하느냐와 연령, 성별이 중요하지 않다. 함께 공동의 아젠다를 만들고, 토론하면서 벽을 허물고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조성재 출연연 발전위원회 위원장·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원장)

"이제 30대 중·후반이다. 지난해 12월에 입사했는데 기관에서 추천해줬다는 것이 파격이라고 본다. 제안한 연구가 선정되지 않아도 연구인생의 목표로 계속 도전해보고 싶다."(김도연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

과학계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한계돌파'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과학기술 미해결 난제에 도전하고, 미래지향적인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일본의 ImPACT Program, 중국의 '선도주자 우위 육성' 전략, EU의 FP7 등 해외에서는 세계 과학기술 선도 역할을 하기 위한 지원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사장 원광연)는 출연연의 도전적 임무 수행과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한국형 한계돌파 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한계돌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학에서도 기술 개발 등을 통한 한계돌파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각 출연연 부원장 추천···다양한 연령대로 구성해 새로운 혁신 시도

송미영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본부장은 출연연에서의 한계돌파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존의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에서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서 한국의 연구개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상황에서 과학기술도 한계를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경부터 송미영 본부장은 출연연 부원장이 중심이 된 출연연 발전위원회에서 이러한 연구의 필요성을 알리고, 부원장들을 통해 각 기관별로 3명씩 연구자 추천을 받았다. 이어 화학연 디딤돌플라자, 오송역 등에서 연구자들을 만나 취지를 설명했다. 

송미영 본부장은 "기관별 추천 연구자 3명씩을 추천받아 75명의 연구자와 25명의 부원장을 포함해 총 100명의 어벤저스급 인력들을 모았다"면서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한 부원장들도 연령, 성별 등을 초월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연구자들을 흔쾌히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의 전제로 기간 제한이 없고, 예산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실패를 전제하는 등의 연구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는 특징이 있다.

부원장들은 입사 한 달의 연구자부터 40대중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연구자들을 파격적으로 추천하며 힘을 보탰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평가나 자문 역할도 자처했다. 

연구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하향식(Bottom-up)으로 개개인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부원장·전세계 동료 연구자 리뷰를 거쳐 선정된 자율적·독립적 연구를 실행해볼 수 있다는데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현재 부원장 리뷰, 글로벌 피어리뷰 등도 진행해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단계에 있다.

송 본부장에 의하면 지난해 미팅 당시 연구자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무엇인가 새로운 꿈을 꿔보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다만 한계 돌파의 정의와 목표에 대해서는 개선이냐 창조냐를 놓고 의견이 상이하기도 했다.  

송 본부장은 "기존 융합연구와 국민생활연구에 이어 후속 융합연구 과제로 런칭할 계획도 갖고 있다"면서 "한계돌파에서 10% 성공 사례가 나와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연구자들이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구자들 "순수한 아이디어 기반으로 확장···한계 돌파하자"

연구자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초기 단계에 있지만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박한진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사는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으며, 아직 예산이 있거나 강제적인 것도 아니었다"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한계를 생각해보고 독성실험에서 동물대체 실험을 위한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당장 돈이 되거나 10년내 이뤄지기 쉽지 않은 기술이지만 선정 여부를 떠나 제안한 아이디어로 지속 도전해 볼 계획"이라면서 "이 프로젝트가 순수한 아이디어 기반으로 확장돼 과제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정말로 필요한 원천기술 확보와 출연연 역할을 고민하는 기회로 활용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연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신진 연구자로서 이번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입사 후 1달만에 한계돌파 관련 미팅에 참석하고, 단백질 구조에 기반한 정신질환 치료 약물 개발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김 박사는 "자원이 부족해 못하거나 다학제 융합이 필요한 연구에서 한계 돌파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 "앞으로 실질적 한계를 돌파하는 연구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피력했다. 

한정열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연구자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정부 R&D 지원에 대한 성과 측면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됐다"면서 "한계 돌파를 위한 동력과 동기부여가 되도록 행정적 부담에서 탈피해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도 기술 한계 극복 시도···"혼자 연구해 성과창출 시대 끝나"

대학에서도 기술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KAIST 리서치데이'에서 최고 연구상인 '연구대상'을 받는 조병진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도 반도체 소자와 에너지 소자 분야에서의 한계돌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병진 교수는 차세대 나노 전자소자와 플렉시블 에너지 소자 분야에서 독창적 성과를 인정받은 연구자다. 반도체 소자 기술 분야에서 240편 이상의 저널 논문과 300편 이상의 학회 논문을 발표했으며 50건 이상의 특허를 취득했다. 또한, 지난 2015년 프랑스의 기술평가기관 넷엑스플로(Netexplo)에서 주관하는 IT 분야 신기술 어워드 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바 있다.

최근 반도체 소자는 7나노미터 이하의 극한까지 회로의 선 폭이 줄어들고 있는데 조 교수는 이에 따른 여러 가지 물리적·공정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에너지 소자 분야에서 유연열전소자의 새로운 응용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조병진 KAIST 교수는 "연구 자체가 한계돌파라고 할 수 있으며, 1~2가지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 계획"이라면서 "기존 반도체 공정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한계를 돌파하려면 기존 상황에서 기초과학을 활용해 변화를 창출해야 한다"면서 "위대한 과학자 1명에게 좌우되는 시대는 끝났으며, 이제는 같이 연구를 수행하며 한계를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한국과학기술인단체총연합회,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대덕넷은 23일 대덕테크비즈센터(TBC) 1층 콜라보홀에서 '대덕열린포럼'을 개최한다. 

포럼에서는 송미영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본부장이 발제하고, 출연연 소속 연구자들이 나서 천문 관측, 인공피부, 동물 실험에서의 한계돌파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같은 날 'KAIST 리서치데이'에서 조병진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연구대상 수상 기념으로 '반도체 소자와 에너지 소자 분야에서의 한계 돌파'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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