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단상]문 정권 2주년, 과학계 인사 무관심 안돼제대로 된 인사는 방향 설정의 시작점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더 염려되는 것은 내로남불 정권이 과학계를 전리품으로 전락시켜도 관심을 두지 않는 무관심이다.

캠코더(캠프출신, 코드인사, 더불어민주당) 인사로 과학계에서 주시했던 인물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수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취임식을 마치고 3년 임기를 시작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관장은 공모제로 내부, 외부에서 지원할 수 있다. 외부 인사의 과학계 수장 임명이 잘못된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외부의 시선으로 보면서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계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인사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과학계를 위해 결국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신임 기초지원연 원장은 외부 인사다. 누구보다 두드러지게 활동한 캠코더도 인사로 분류된다. 교수진을 대표해 이번 정권 설립을 도왔다. 그는 소속된 대학의 총장 공모에서 세 번 출마했다가 낙마했다. 그러던 차에 문재인 정권의 당선에 앞장섰고 출연연 기관장 공모에 나섰다. 폴리페서, 자리를 쫓는 인사, 캠코더 인사로 비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과학계 현장에서는 지난해부터 공석이었던 한국원자력연구원과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초지원연 기관장 인사에 주목해 왔다. 이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위축된 원자력연과 대형 출연연으로 한국의 ICT 산업 발전의 중심축이었던 ETRI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즈음 누가 적임자일지 관심이 모아졌던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ETRI 3배수에 부실학회 관련자, 기초지원연 3배수에 캠코더 인사가 포함돼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원자력연과 ETRI의 기관장 선임이 무난하게 마무리되면서 과학계는 기초지원연 기관장 선임을 염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보란듯이 캠코더 인사를 임명했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과학계에서 기관장 인사에 반응을 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해석된다. 새로운 기관장의 임기인 3년만 버티면 된다는 안일함과 누가 오던지 상관하지 않는다는 무관심이다.

안일함과 무관심의 폐해는 고스란히 과학기술 후퇴로 이어진다. 빠른 속도로 변화되는 과학계 외부 환경과 달리 국내 과학계는 앞으로 나아가기는 커녕, 누구도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서 결국 후퇴를 자초하게 된다. 악습이 반복되며 연구현장은 더욱 피폐해지고 만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선박 , 자동차 등 한국이 가장 앞섰던 기술분야들이 속절없이 추락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대목이다. 특히 인공지능,  자율차, 우주진출 등 과학강국들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여전히 우왕좌왕하는 상황이다.

과학계 보직이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모 정권 시기에는 임기가 남은 기관장까지 전부 물갈이 했다. 낙하산 인사들이 밀려 왔지만 과학계는 조용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뀔때마다 기관장 물갈이는 관행이 됐다.

촛불정부로 믿었던 이번 정부도 기관장 사퇴 압력설이 파다했다.  사퇴 압력 전 강도높은 감사가 이뤄지며 연구 환경은 뒤숭숭해졌다. 이후 인물 중심보다 네편, 내편 편가르기 인사가 주를 이뤘다. 이번 정권이 들어서고 불과 일 년여만에 10여명의 과학계 기관장이 임기를 남겨두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출연연 상임감사 자리도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졌다. 국회에서 일부 낙하산 인사 문제를 거론했지만 이번 정권에서도 캠코더 인사, 낙하산 인사 관행은 근절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은 오는 10일 자로 취임 2년을 맞는다. 촛불 민심으로 세워진 정부로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았지만 한국의 미래는 녹록지 않다.

과학계는 물론 산업, 경제 분야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며 최악을 기록했다. 생산 동력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북한 등 주변국의 움직임도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과학기술 기반의 성장 동력 창출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학기술계 출연연 중 올해 11월 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시작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내년 1월 중순, 한국기계연구원과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관장의 임기가 내년 3월에 종료된다. 누군가는 벌써 자리를 노리고 움직임을 시작했을 수 있다. 그러나 과학계 자리가 더 이상 정권의 전리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은 국가 성장 동력의 시작점이다. 제대로 된 인사는 바른 방향을 만들어 가는 기반이다. 연구 현장에서도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악습을 단절하고 과학기술계가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되지 않도록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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