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태 UNIST 교수팀, 수계 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 개발
'Korea CCS 2020' 사업으로 진행···CO₂ 다량 배출 사업장에 적용 목표

김건태 UNIST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개발한 '수계 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은 CO₂를 물에 녹여 제거하면서 동시에 전기와 수소를 만들어낸다. <사진=박은희 기자>
김건태 UNIST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개발한 '수계 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은 CO₂를 물에 녹여 제거하면서 동시에 전기와 수소를 만들어낸다. <사진=박은희 기자>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상태라 오히려 골치가 아프다. 안정하다는 것은 화학적 변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산화탄소 활용 및 저장기술(CCUS)은 CO₂를 화학적으로 전환해 메탄올이나 유기 화합물, 플라스틱 같은 고부가가치 생성물로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하지만 화학적 변화에 필요한 에너지가 너무 커서 실질적인 CCUS 기술이 활용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이산화탄소가 지닌 본연의 성질을 활용해 손쉽게 CO₂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해 관심을 받고 있다.
 
김건태 UNIST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개발한 '수계 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은 CO₂를 제거하는 동시에 전기와 수소를 만들어낸다.
 
연구팀은 CO₂를 물에 녹이면 손쉽게 다른 물질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CO₂를 다른 분자 구조로 전환하는 대신 물에 쉽게 녹여서 탄산염 형태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기존 CO₂ 활용 기술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이지만 지구온난화 주범인 CO₂를 제거하고 전기와 수소까지 얻어내는 데 성공한 것.
 
'Korea CCS 2020'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국제적인 학술지인 앙게반테케미(Angewandte Chemie)에 지난달 게재되며,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김건태 교수는 "기존 활용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직접 변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가 커서 효율성이 낮은 한계가 있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에 활용된 수계 전해질 용액 반응의 경우 자발적인 화학반응을 유도해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활용과 저감 기술로 응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CO₂ 분리 방법 기존과 차별화···세계 최초 기술
 

수계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의 모습. <자료=연구팀 제공>
수계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의 모습. <자료=연구팀 제공>
이번 연구는 CO₂ 분리 방법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열역학적으로 CO₂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에너지가 가해져야 한다. 하지만 연구팀은 CO₂가 물에 잘 녹는 성질을 활용해 CO₂가 자발적으로 분리되도록 했다.
 
김 교수는 "열역학적 방법에 의한 이산화탄소 분리방법을 고려하면 이번 연구가 기존 방법과 완전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외부 압력을 넣어 끊어야 하는 방법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생각을 달리하면 된다"며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고도 이산화탄소를 변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자발적 CO₂ 분리 방법은 책상에 놓인 논문 한 편이 개발 모티브가 됐다. 평소 교수연구실보다는 학생연구실에 자주 머물던 김 교수는 대학원생 책상에 놓여있던 논문이 눈에 띄었다. CO₂를 리튬화 배터리로 활용하는 내용을 보는 순간 아이디어 하나가 뇌리를 스쳤다.
 
"이산화탄소를 리튬화 배터리로 활용하는 논문이 몇 편 있긴 해요. 하지만 선행 연구들은 유기계 전해질을 사용해서 구동되는 배터리였어요. 학생이 보던 논문에서 전해질을 물로 대체하면 어떨까 생각을 했죠. 바닷물이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 30%를 흡수하잖아요. 이산화탄소가 물에 잘 녹는다는 이야기죠. 순간적인 아이디어였지만 한 번 해보자 싶었죠."
 
가능성에 불과했지만, 연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변리사와 함께 관련 논문과 특허를 살폈지만, 발견된 것이 없었다. 아이디어가 구현된다면 세계 최초라 할 수 있었다.
 
그는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으면 양성자 이온과 탄산수소 이온 상태로 변한다. 이런 자연스러운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탄산수소 이온은 비교적 손쉽게 다른 물질을 만들 수 있다"며 "여기까지는 사실 누구나 아는 이론이다. 이를 시스템화 시킨 것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수계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의 모식도와 원리. <자료=연구팀 제공>
수계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의 모식도와 원리. <자료=연구팀 제공>
반응 원리는 세 단계로 정리된다. 우선 물(H₂O)에 CO₂를 불어넣으면 양성자(H⁺)와 탄산수소이온(HCO₃⁻)이 만들어진다. 양성자가 많아져 산성으로 변한 물은 아연 및 알루미늄 금속에 있던 전자들을 도선을 통해 끌어당기면서 전기를 만들고, 수소 이온(H⁺)은 전자를 만나 수소 기체(H₂)로 변한다.
 
마지막으로 칼륨 이온(K+)·나트륨 이온(Na⁺)은 음극 전해질에서 전기화학적 평형을 맞추기 위해 분리막을 통과, 탄산수소염(HCO₃⁻)과 반응해 탄산수소칼륨(KHCO3) 및 탄산수소나트륨(NaHCO₃)이 된다.
 
"이번 연구는 가스 상태인 이산화탄소가 고체 상태인 베이킹소다(탄산수소나트륨)를 만들어 냅니다. 변환 과정 중 수소가 나오고 전기도 만들어 냅니다.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면서 수소, 전기, 베이킹소다까지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은 거죠."
 
◆ 1세대에서 2세대로 진화···가격 ↓ 성능 ↑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음극(아연, 알루미늄 금속)과 양극(촉매)에 분리막이 있는 구성이다. 다른 전지와 달리 촉매가 물속에 담겨 있으며, 음극과 도선으로 연결돼 있다.
 
음극에 해당하는 전지 부분은 김 교수의 전공 분야지만 양극은 아이디어가 실제 구현된 형태로 두 가지가 합쳐지면서 새로운 시너지를 내고 있다.
 
"금속-공기 전지(Metal Air Battery) 연구를 해왔어요. 기존 지식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합쳐지는 것이 중요했어요. 원리는 간단하지만, 시스템을 디자인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거죠."
 
시스템 첫 테스트에서 수소가 올라오는 모습만 상상하면 여전히 신기하다는 김 교수는 "학생들의 노력이 컸다. 아이디어는 된다는 확신이 없는데 그걸 실험으로 증명해 보였다"며 "함께 했기에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번 시스템은 2세대에 해당한다. 1세대는 음극에 '나트륨 금속'을 사용했다. 비싸고 폭발할 위험성도 있었다. 분리막으로 사용했던 물질도 나트륨 이온을 빠르게 통과시키지 못해서 수소 생산 속도나 전기 출력이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2세대에서는 아연 및 알루미늄 금속으로 변경, 가격이 내려가고 동시에 폭발 위험도 없어졌다. 분리막도 유리 재질로 바꾸며 성능을 높였다.
 
"1세대에서 2세대로 오면서 제작비용은 100배 줄이고 성능은 1000배 이상 높였어요. 2세대에서는 반응생성물이 용해된 이온과 기체 형태의 수소라 전극이 막힐 염려가 없어요. 이에 수소 발생 속도 또한 굉장히 빨라졌죠. 결과적으로 고밀도 전류에서 지속해서 구동하며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게 됐죠."
 

김건태 교수는 "개발한 시스템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인류의 삶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김건태 교수는 "개발한 시스템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인류의 삶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 특허만 30여개···상용화 '잰걸음'
 
아이디어에 불과했던 이론이 시스템으로 구현되기까지 총 2년이 걸렸다. 연구 성과와 관련한 특허만도 30여개다. 전극, 분리막, 촉매, 시스템 등 그간 연구에 대한 특허를 가급적 구체적으로 출원했다.
 
김 교수는 "처음으로 개발한 기술이라 기술 침해를 우려해 특허를 촘촘하게 설계했다. 분리막은 제자 아이디어로 이 역시 특허를 냈다"며 "특허도 논문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미국, 중국, 유럽 등 국제 특허도 진행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상용화를 위한 연구도 박차를 가한다. 동서발전과 함께 시스템 대형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며, 3세대 시스템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동서발전과는 이산화탄소를 없애면서 15가구 정도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 10킬로와트(KW) 정도 생산을 목표로 한다"며 "향후에는 메가와트(MW)급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CO₂ 다량 배출 산업 시설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는 김 교수는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이는 방법은 대형화, 실증화가 용이하기 때문에 전기와 수소를 생산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켜 탄소 배출 규정을 준수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며 "사업화에 성공해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로 인류의 삶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Korea CCS 2020사업 책임자인 박상도 센터장은 "김건태 교수팀의 세계 최초의 혁신적인 성과는 사업단 형태를 통해 다양한 연구자와의 지식공유와 김건태 교수팀의 '몰입'의 결과물이라 생각된다"면서 "앞으로 추가적인 스케일업 연구를 통해 실질적으로 대량배출원에 적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다의 날을 기념해 연구팀이 개발한 '수계 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을 선보였다. <사진=연구팀 제공>
바다의 날을 기념해 연구팀이 개발한 '수계 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을 선보였다. <사진=연구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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