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대전 라온컨벤션서 '기업의 인재상' 주제로 대화 나눠
기업 대표가 직접 답하다···"당신이라면 누구를 뽑겠습니까"

 

대전지역 기업 대표 4인이 참여한 토크 콘서트가 라온컨벤션에서 열렸다. <사진=정민아 수습 기자>
대전지역 기업 대표 4인이 참여한 토크 콘서트가 라온컨벤션에서 열렸다. <사진=정민아 수습 기자>

"많은 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하면서 남들처럼 형식적인 스펙만을 쌓고 딜레마에 빠집니다. 그러나 차별성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특별한 스토리를 만들면 취업의 문은 자동으로 열릴 것입니다."

"선배들의 조언이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만 보고는 기업이 어떤 인재를 뽑고 싶어하는지 알 수 없었는데, 직접 질문하고 소통하며 확실한 답을 찾았어요."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알아보고 대표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토크 콘서트는 한밭대학교(총장 최병욱)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인 '한밭인, 지역을 반짝이다(한집안)'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개인과 지역 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통찰력 있는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는 이번 행사에는 심사를 거쳐 선발된 한밭대 3~4학년 재학생 20명이 참석했다.

어떤 기업에 취업할지 고민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지역 기업 대표들이 나섰다. 박기택 부강테크 부사장, 서경훈 이앤에스헬스케어 대표, 이준희 코셈 대표가 그 주인공(이름순).

토크 콘서트는 학생이 질문하고 대표가 답하는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늦은 시간에도 콘서트홀을 가득 채운 학생들의 관심에 기업 대표들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

취업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현장을 기록했다.
 

(왼쪽부터) 박기택 부강테크 부사장, 서경훈 이앤에스헬스케어 대표, 이준희 코셈 대표. <사진=정민아 수습 기자>
(왼쪽부터) 박기택 부강테크 부사장, 서경훈 이앤에스헬스케어 대표, 이준희 코셈 대표. <사진=정민아 수습 기자>
Q. 간단한 회사 소개와 토크 콘서트에 참여한 이유는.

박기택 부강테크 부사장(이하 박기택): 우리 회사는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정수, 하수·폐수 처리와 설계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국내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국내 하수처리 시장 1위 업체지만 미국 법인에 진출해서 서서히 자리잡고 있고 베트남에도 법인이 있다.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열정적인 인재를 찾고 있다.

서경훈 이앤에스헬스케어 대표(이하 서경훈): 우리는 여성암 관련 키트를 개발 중이다. 혈액이나 대·소변 등을 이용해 쉽게 병을 진단하는 제품을 만든다. 헬스케어 산업은 의료와 맞물려 규제와 표준화 절차가 굉장히 엄격하다. 쉽지 않은 사업이지만 굉장히 큰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아직 큰 회사는 아니지만,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과업에 들어가 많은 인재를 필요로 한다.

이준희 코셈 대표(이하 이준희): 전자현미경을 만든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현재 전 세계 20여개 회사만이 전자현미경을 만들고, 국내에서는 우리가 독자적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업체다. 우리는 신뢰·창의·열정을 회사의 기본 가치로 여긴다. 직장을 '지속 가능한 돈 버는 놀이터'로 여기며 즐겁게 일할 인재를 필요로 한다.

Q. 취업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박기택: 물론 연봉이나 복지도 중요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 일하다 보면 화나거나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분명 생기는데, 힘들 때 나를 잡아주는 것은 '좋아하는 일' 자체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더 많은 시간을 몰입할 수 있다.

이준희: 연봉이나 인센티브보다 일하면서 주어지는 기회 자체에 관심을 가져라. 기회를 통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지혜와 경험을 얻을 수 있다. 기계적으로 일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주체적으로 세상을 가지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임해라. 인생은 문제를 푸는 과정이고, 이를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서경훈: 회사에 다니는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취가 없고 쳇바퀴 도는 삶을 살게 된다. 직장은 꿈을 이루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수단이다. 큰 가치를 바라보고 꿈을 실천하는 것은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회사는 삶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회사가 커져야 개인도 꿈을 이룰 수 있다.

Q. 원하는 직장에 합격하기 위한 필승 전략은.

박기택: 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 많은 이력서 중 어떤 것이 가장 눈에 들어올지 생각해보라. 대부분 정석대로 자기소개서를 쓰지만 진솔하고 독특한 스토리를 만들어 회사의 문을 두드려라. 단순히 높은 학점은 서류전형 통과에는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세부적인 측면에 주목한다. 유체역학, 일반물리 등 학점이 잘 안 나오더라도 기초적인 과목을 듣고 온 학생들을 기업에서는 선호한다.

Q.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빠른 취업과 늦더라도 더 준비해서 좋은 기업에 가는 선택지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가.

이준희: 졸업 후 공백이 길면 취업에 불리하다. 빠른 결정을 통해 업무 이해도를 높이고 경험을 쌓길 추천한다.

서경훈: 무작정 문을 두드리기 전에 기초적인 준비는 필요하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취업 전 실습을 하고 오는 게 경쟁력이 된다. 또한 글로벌 시대에 기본적인 실무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기회가 넓어질 것이다.

Q. 여성 직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 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서경훈: 프로젝트나 협업 시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성별의 역할이 나뉘어있는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여직원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데 소심한 경향이 있다. 회사는 '여성'을 뽑은 게 아니라 '내 식구'를 뽑았다. 여성의 역할에 치우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라.

박기택: 회사에 많이 혼나고 울던 여성이 있었는데 역량을 키워 어엿한 대표가 됐다. 여성이라는 역할 안에 자신을 가두지 말라. 회사는 '여성'이 아닌 '직원'을 뽑는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길 바란다.

Q. 남들 모두 따는 자격증이 중요한가.

이준희: 보편적인 자격증은 형식으로만 필요한 개념이다. 회사에서는 특수한 분야의 자격증이나 경험을 더 높이 산다. 성적이 낮더라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한 알고리즘을 만들어내거나 남들이 하지 않은 특이한 경험을 한 사람을 선호한다.

서경훈: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가 만든 우물 안에 갇혀 있다. 남들과 똑같아지려 하지 말고 자기 존재의 차별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

Q. 한 사람은 열정이 가득하고, 다른 사람은 회사에 잘 스며드는 장점이 있다. 어떤 스타일의 인재를 더 선호하는가.

이준희: 둘 다 선호하는 인재상이 아니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박기택: 스타일보다는 사람 자체에 중점을 두고 평가한다. 우리는 대부분의 지원자가 스터디에서 획일화된 답안을 외우고 오기 때문에 압박 면접을 시행한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질문이 이어졌다. <사진=정민아 수습 기자>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질문이 이어졌다. <사진=정민아 수습 기자>
행사가 끝나도 대표들은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학생들은 관심 있는 기업 대표에 찾아가 추가적인 질문을 하며 명함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형식적으로만 이뤄졌던 타 취업설명회와는 달리 직접 대표에게 질문을 던지고 구체적인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큰 만족감을 느꼈다. 각 기업 대표들도 "생각보다 학생들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어서 놀랐고 앞으로 그들의 힘찬 발걸음을 지켜보겠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한편 '한밭인, 지역을 반짝이다(한집안)' 프로그램은 28일까지 진행된다. 참가 후 우수 학생에게는 참여기업 인턴, 현장실습 연계, 취업 우대 등 혜택이 제공될 예정이다.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정민아 수습 기자>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정민아 수습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