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2025년 트램 개통 목표···첨단화 방안은?
대덕열린포럼서 과학자·공무원 등 시민 아이디어 제안
"기술+문화+편리함 갖춘 대전 명물로 만들자"

우주관, 동식물관으로 꾸며진 트램에서 과학 체험을 한다. 장애인이 탈 때는 출입구에 이동 판이 자동으로 나온다. IoT 시스템이 교통 상황, 열차 상태, 트램 안팎의 사람 등을 상시 관찰하고 위험에 대비한다. 외부에 달린 센서로 범죄 상황을 감시한다. 인공지능(AI)이 승객의 탑승 패턴을 파악해 하차 알림을 보내고, 트램 챗봇과 탑승객이 대화도 나눈다. 

대덕연구단지 구성원들이 그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의 모습이다. 지난 20일 TBC에서 개최된 대덕열린포럼은 트램 첨단화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과학자와 공무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의견 교환에 앞서 지난 7월 5일 발표된 '트램 첨단화 아이디어 배틀' 공모전 수상작이 소개됐다. 선정된 아이디어는 ▲투명 LED 기술을 활용한 가상현실 열차 ▲미세먼지 흡착 ▲NFC를 활용한 임산부 탑승 알림 시스템 ▲압전소자를 이용한 교차로 안전등 ▲AI 성우가 들려주는 디지털 도서 등이다. 

◆ 첫째는 안전···기술 보여주기보다 '도구'로 써야

AI, 기계공학, 경제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AI, 기계공학, 경제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과학기술인들도 AI, IoT, 소프트웨어 등을 적용한 이색적인 트램을 제안했다. 패널 토론에는 박필우 대전시 트램건설과 팀장, 유용균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AI 프렌즈 대표), 최병철 ETRI 기술경제연구본부 박사, 최진혁 인포리언스 대표, 한순흥 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유용균 박사는 "먼저 트램에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정리하고 철학을 세워야 한다. AI 등 과학기술을 보여주려는 용도로만 생각하지 말고 기능을 구현하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박사는 "트램에 접근하는 사람의 속도를 감지하는 시스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요소, 출퇴근 픽업 등 기술이 접목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일부 트램 칸을 우주 등 이색 공간으로 꾸며 재미와 문화를 갖춘 도시의 명물로 만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병철 박사는 안전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최 박사는 "IoT 기술로 교차로·시스템·선로·객실 등을 감시하고 조절할 수 있다"면서 "제어 시스템은 계획 단계부터 준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최 박사는 "열차를 첨단화하는 것은 좋지만, 관광보다 교통량 분담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과학기술 홍보와 첨단기술 체험 등은 정거장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이 밖에도 영상 인식 기술을 활용해 장애인 발판 등을 자동으로 내려주고, 탑승자가 스마트폰에서 하차 알림을 받고, 5G 주파수로 무선 충전을 하는 트램의 기능을 제시했다.

최진혁 대표는 트램용 온라인 서비스를 제안했다. 최 대표는 "트램 탑승자들만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생길 것"이라며 "미래에 더 발전할 기술을 고려해서 서비스 탈착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자"고 말했다.

그는 "트램 사용 데이터가 많이 쌓이면 혼잡한 시간과 여유로운 시간에 맞는 서비스를 할 수 있다"며 "개인의 사용 패턴에 맞춘 알림 서비스 등 사용자 친화적 기능은 관광객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순흥 교수는 트램 고속 구간을 제시했다. 한 교수는 "출·퇴근 시 트램을 이용하는 승객에게 속도 26km는 느릴 것 같다"며 "안전장치 등을 설치해 외곽이나 일부 지역에서는 트램이 고속으로 달릴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열차의 소음을 줄일 필요성도 나왔다. 한 교수는 "열차의 마찰음이 지상에서 꽤 큰 소음이 된다"며 "쇠가 아닌 다른 재료로 바퀴를 만들거나 회전 반경을 조절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차체 안전 점검에도 최신 기법이 도입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20일 오후 7시 TBC에서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첨단화: 과학기술 도시 대전, 과학기술로 무장하라'를 주제로 대덕열린포럼이 개최됐다. <사진=대덕넷>
20일 오후 7시 TBC에서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첨단화: 과학기술 도시 대전, 과학기술로 무장하라'를 주제로 대덕열린포럼이 개최됐다. <사진=대덕넷>
◆ 대전 트램 기억에 남게···열차·정거장에 이색 콘텐츠를

청중들도 적극적으로 첨단화 방안을 이야기했다. 트램이나 정거장에 대전만의 특징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 체험 공간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트램이 인구 밀집 지역을 지나가게 설계하고, 교차로 운영 방안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다음은 토의에서 나온 내용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트램이 반경 1km 내에 있는 승용차의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읽고 충돌 확률을 파악해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트램 전용 노선을 좀 더 과감하게 확장해서 자동차와 함께 쓰는 도로를 만들자.

▲트램을 운송 수단뿐만 아니라 콘텐츠 체험 수단으로 쓰자는 의견이 흥미롭다. 대전의 콘텐츠가 될 트램에 어떤 정체성을 부여할지 고민해야 한다. 정거장을 체험 광장으로 꾸민다거나, 트램이 지나가는 길에 나무를 조성해서 사람들이 트램 구간을 인식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외국에서 트램을 탔던 경험은 지금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트램 운영 시스템이나 열차 디자인은 행정가들끼리 결정하지 말고, 전문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수십 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게 만들길 바란다. 속도가 느려도 도로는 승용차와 혼용하는 게 좋겠다. 또 트램 완공 전까지 트램 관련 게임·애니메이션 등 콘텐츠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에 익숙해지도록 하자.

▲대전의 특색을 트램에 입히자. 예를 들어, 국립중앙과학관에 있는 식물관, 동물관, 천체관 등 체험 공간을 트램 안에 넣는 것이다. 

박필우 대전시 트램건설과 팀장. <사진=한효정 기자>
박필우 대전시 트램건설과 팀장. <사진=한효정 기자>
트램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첨단화가 아무리 잘 되어도 트램의 1차 목표는 정시 도착"이라며 교차로 운영 계획을 물었다. 이에 박필우 팀장은 "트램이 교차로에 들어서면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도록 교통 전문가와 함께 트램 우선 신호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KAIST와 출연연 연구자들의 자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자율주행차가 확산되면 트램이 교통수단으로써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박 팀장은 "자율주행차가 운송을 100% 해결하지 못한다"며 "대중교통 수단을 일단 확보해놓고 나머지를 자율주행차가 다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램 건설이 국내 기술로 가능한지 묻는 말에 박 팀장은 "트램을 개발하는 회사가 국내에 2곳이 있고 이중 한 곳은 수출도 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제작은 국내 업체가 할 수 있고, 일부 기술은 수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대전시가 추진 중인 무가선 트램은 2019년 1월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선정됐다. 대전 트램은 전용 레일을 이용하며 36km 구간에서 35개 정거장을 지난다. 개통 예정은 2025년이다. 

박필우 팀장에 따르면, 대전 트램의 노선은 공청회 두 번을 거쳐 확정됐다. 기본 계획 승인이 되면 설계에 돌입한다. 이날 포럼에서 "트램이 인구 밀집 지역을 통과해야 하고, 도로와 혼용으로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자료=대전시 제공>
박필우 팀장에 따르면, 대전 트램의 노선은 공청회 두 번을 거쳐 확정됐다. 기본 계획 승인이 되면 설계에 돌입한다. 이날 포럼에서 "트램이 인구 밀집 지역을 통과해야 하고, 도로와 혼용으로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자료=대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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