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기계연, AI 기반 사고대응 기술 본격화
"AI, 기계·부품 고장 예측···사고대응 기술로도 활용"

1931년 소개된 하인리히 법칙은 안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론이다. 대형사고 한 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발생한다는 내용으로 1:29:300 법칙으로도 불린다. 이러한 징후를 사전 예측하기 위해 산업 분야에선 수많은 가상사고를 재현해 안전성을 높인다. 사고 시뮬레이션은 분석·예측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최근 인공지능(AI)이 이 분야에 접목돼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를 구현해내고 있다. 

대덕 연구자들도 AI 물결에 올라탔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선 딥러닝을 활용해 다수의 원전 가상사고 시나리오를 분석·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한국기계연구원은 AI를 해군 함정의 배관계통 자동화, 보일러 급수 펌프 시스템 진단 기술 등에 활용하고 있다. 대덕벤처인 아이캡틴도 재난 발생 시 실시간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AI를 개발했다.

◆ AI 최대 강점은 빅데이터 기반 예측

박진균 원자력연 박사가 AI를 활용했을 때 원전 안전성이 확률적으로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박진균 원자력연 박사가 AI를 활용했을 때 원전 안전성이 확률적으로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원자력 발전소는 AI를 활용한 사전 예측으로 안전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다. 박진균 원자력연 박사는 "원전과 같이 복잡한 시스템은 가상사고 전개에 따라 분석해야 하는 시나리오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서 "사고 시나리오 1건당 평균적으로 3시간이 걸리는데 1400만 개가 넘는 시나리오 분석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원자력연 리스크평가실은 올 4월부터 '원전 빅데이터 기반 과도상황 대응 지원 및 동적 리스크평가 요소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 중이다. 박진균 박사는 이 중에서도 딥러닝을 활용해 사고 시나리오 결말을 고속예측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그는 "딥러닝을 활용하면 시나리오 하나를 0.01초 만에 예측할 수 있다. 고속으로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원전 안전성도 확률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박사는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CPU 1202개, GPU 176개를 활용한 반면 원전 사고시나리오 결말 고속예측을 위해 CPU 8개, GPU 2개를 활용했다"면서 "시나리오를 분석해 최적 대응 전략을 도출하기 위해선 훨씬 많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하기 위한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그는 "원자력 분야는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실시간으로 원자력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혼란이 줄어들 수 있다"며 "설계기준사고(DBA)처럼 낮은 수준의 문제가 생겨도 국민들에게 정보를 주고, 그들이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딥러닝을 활용해 시뮬레이션 분석, 예측 속도를 높여 정보를 제공하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믿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경호 기계연 시스템다이나믹스연구실 박사는 AI를 활용한 새로운 진단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모션증폭 기술을 활용해 펌프를 진단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움직임을 AI가 증폭해 인간의 눈으로 진단하는 방식이다. 데이터를 저장, 취득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 사고 대응 기술로도 활용 

원자력연 지능형 컴퓨팅 TFT팀은 27일 AI 기반 사고대응 기술 워크숍을 개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문석준 기계연 박사, 선경호 기계연 박사, 김현철 아이캡틴 대표. <사진=김인한 기자>
원자력연 지능형 컴퓨팅 TFT팀은 27일 AI 기반 사고대응 기술 워크숍을 개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문석준 기계연 박사, 선경호 기계연 박사, 김현철 아이캡틴 대표. <사진=김인한 기자>
문석준 기계연 시스템다이나믹스연구실 박사도 지난해부터 'AI 기반 기계시스템 사고대응 기술'을 개발 중이다. 특히 국방, 우주 분야에 활용되는 기계 기술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문 박사는 "해군 함정 배관계통 손상을 통제하는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AI를 접목해 충돌, 피격 등에도 자동으로 대응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문 박사는 스마트밸브, 센서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2020년 1월까지 알고리즘, 하드웨어 개발을 통해 사고 대응 시간을 120초 내로 할 수 있도록 하고, 2020년 12월까진 이 시간을 90초 이하로 단축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덕벤처 아이캡틴은 AI를 활용해 재난 방재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올 2월 설립됐다. 특히 세월호처럼 실시간 재난 메뉴얼이 없고, 상황별 대응 방안이 없는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취지로 KAIST에서 연구를 시작해 창업까지 이어졌다. 김현철 대표는 "굉장히 많은 대피 시뮬레이션을 학습한 AI가 재난이 발생하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실시간 재난 메뉴얼을 통한 상황별 최적 대응하는 게 목적"이라며 "가상 시뮬레이션, AI,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기술 융합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 여객선이 190여 개가 넘는데, AI를 활용해 배마다 재난을 대응할 수 있는 교육체계를 만들면 안전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27일 AI 기반 사고대응 기술 워크숍을 개최한 유용균 원자력연 지능형 컴퓨팅 TFT 팀장은 "기계연, 원자력연 등 대덕에 AI 연구를 하고 있는 연구자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술개발 과정을 교류하고 의논할 수 있도록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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