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잎기술, 30여년 소재 연구 기반 미·중 시장 인정
솔젤 실록산 재료 연구 기반 해외 시장 공략 박차
"韓 소재도 가능성 있어···기술가치 제대로 평가받겠다"

2008년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한 사업단. 소재 연구를 지속하던 중 국내 한 전자회사의 관심으로 이를 활용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하드코팅 소재를 개발했다. 소재 연구에 참여했던 KAIST 교수는 기술이 사회에 확산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연구소기업을 설립했다.

창업초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대중에게 생소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전자회사들이 관련 제품을 출시하며 대중에게 친숙한 개념이 됐다. 최근 폴더블폰 출시로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일본 수출 규제로 원천 기술을 확보한 국내 기업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소재 솔루션 개발에 전념하며 독보적 기술력으로 중국,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인정 받고 있는 대덕벤처가 있다. 

솔잎기술(대표 배병수)이 그 주인공. 솔잎기술은 배병수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하이브리머 원천소재기술을 바탕으로 기술출자해 설입한 연구소기업이다. KAIST 문지캠퍼스에 입주한 가운데 캠퍼스에서 전자소재를 개발, 생산 가능한 역량을 갖췄다. 

배병수 솔잎기술 대표가 주요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배병수 솔잎기술 대표가 주요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 재료 기술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적용···내열성 등 우수성 두루 갖춰 

"우리 회사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사와 같이 해왔습니다. 우리만큼 할 수 있는 전세계 회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창출하고 있고, 우리 제품을 테스트 안하는 회사가 없습니다." 

배병수 솔잎기술 대표는 회사의 기술력을 자신했다. 현재 대부분의 물량을 중국, 미국 등 해외시장에 수출함으로써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재료 솔루션 관련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솔잎기술의 솔루션은 솔젤 실록산(sol gel siloxan)이라 불리는 무·유기 하이브리드 재료를 기반으로 한다. KAIST에서만 25년 넘게 학생들과 기술을 연구개발한 배병수 대표가 평생을 두고 연구해 온 소재이다. 배 대표는 지난 1992년경부터 산업체와 소통하면서 산업화에 관심을 가졌다. 광소자, 광통신부품,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등에 응용하면서 한 가지 재료 연구를 지속해 왔다. 

배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배 대표는 솔젤 혁신 프로젝트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사업단에서 연구개발을 수행했다. 회사 이름도 사업단 명칭에서 유래했다.

국내 한 전자회사에 폴더블 디스플레이 자문을 하던 중 사업단에서 개발한 소재를 접목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재료가 변형성, 유연성, 강도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또 이 재료는 투명하고, 내열성을 갖췄다. 열경화, 가공성, 성형성, 굴절률 등이 우수해 코팅수지, 디스플레이, 광소자, LED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배 대표는 "모 전자 회사의 요청으로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을 수행했다"면서 "의도적으로 개발한게 아니라 20여년에 걸쳐 개발한 소재와 관련해 자문하던 중 활용성을 봤고, 회사측의 요청으로 기술 상용화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솔잎기술은 하이브리머를 응용해 스마트폰 커버윈도우 플라스틱 하드코팅 제품, 자동차·건축용 플라스틱 윈도우 하드코팅 제품, 내열성 고굴절률 봉지재 제품 등을 출시했다. 

디스플레이 무기재료는 잘 깨지는데 이를 얇게 만들어주는 하드코팅을 해준다. 쉽게 말해 유리, 플라스틱, 고무의 특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 인아웃되는 접기 테스트 등을 통해 강도를 높였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가령 유리를 플렉시블 필름으로 대체하려면 기판은 폴리이미드 필름으로 대체하고, 커버윈도우 필름은 투명폴리이미드 필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내구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요구한다는 점에서 소재의 혁신이 지속돼야 하는 이유다.

배 대표는 "진정한 플렉시블은 아직 없다"면서도 "재료로 활용범위를 확장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 기술 가치 제대로 평가해야···"자금 투입 보다 회사·인재 육성을"

"원천기술을 상용화하기 전 기술 성숙도를 높이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봅니다. 기술을 제대로 인정받고 벤처가 활성화되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솔잎기술은 고객들의 제품 요구 성능에 맞춰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파트너십도 체결할 계획이다. 

배 대표는 국내에서의 애로도 토로했다. 우선 소재에 대한 가치평가가 높지 않다. 인정을 잘 안해주는 분위기이다. 소재만 갖고 하기 어려운 일이 많다. 배 대표는 "국내 파트너십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면서 "중국은 혁신기술을 시험하고 소재 사용여부를 기술자가 정하고, 신기술을 열망하는 것과 국내 분위기는 상반되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의 인식 전환 필요성도 피력했다. 국내 기업이나 제품을 신뢰하지 않는 기존 경향에서 벗어나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소·벤처기업의 기술을 탈취하고, 계열사에 개발을 맡기는 분위기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견해도 내비쳤다. 그는 "국내에는 관련 전문가나 강소기업이 부족하다"면서 "자금을 많이 투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가지 기술이나 재료를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돕고, 전문가와 국내 산업체가 활성화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할 방안과 분위기를 형성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 대표는 "국내에서 IT 원천 소재를 갖고 전세계 시장을 리딩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면서 "제조업 기반 벤처회사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국내에서 소재 연구와 상용화의 성공사례로서 기술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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