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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타지 않고, 칼에도 안 찢기는 '토르 장갑'

[모든 것의 시작, 나노. 22] 구스텍, 아라미드 특수장갑 대중화
얇고 가벼운데 400도씨 고온 견뎌···생활부터 산업 필수품 기대

손에 낀 장갑이 불에 닿아도 타지 않는다. 칼로 긁어도 흠집이 생기지 않는다. 아라미드라는 특수섬유로 만들어 내열성과 내절단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일상 캠핑과 주방에서부터 용접과 절단을 다루는 산업용으로도 쓰인다. <영상=윤병철 기자>
 
어벤져스의 영웅 '토르'는 본래 북유럽신화의 신으로, 묠니르라는 강력한 망치를 휘두른다. 수많은 적과 물체를 파괴하고 10억 볼트에 이르는 번개를 직통으로 받아도 끄떡없다. 토르는 이 천하무적 망치를 다룰 때 장갑을 낀다. 쇠로 만든 장갑이라야만 뜨겁게 달아오른 망치를 쥘 수 있다고 신화는 전한다. 

현실에도 이런 내열 장갑이 있다. 내열 장갑은 보통 가죽으로 만들어 두껍고 무거워 손동작이 불편하다. 그러나 일반 면장갑처럼 가볍고 손놀림이 자유로운 장갑이 등장해 새로운 시장을 빠르게 만들고 있다. 국내 섬유 제조사인 구스텍(대표 남영식)의 '토르 글러브'가 그 주인공이다.

다양한 특수 목적에 맞는 토르 글러브 라인업 <사진=윤병철 기자>다양한 특수 목적에 맞는 토르 글러브 라인업 <사진=윤병철 기자>

캠핑족 필수장갑 된 아라미드 소재, 국내서 외면받다 해외로 역진출 '성공'

"우리도 모르게 토르가 캠핑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 장갑이 됐더라고요. 이젠 캠프파이어 필수품입니다."

남 대표는 "토르 글러브를 낀 채로 뜨거운 숯을 잡을 수 있어서 캠핑 시장에서 인기"라고 말했다. 인기는 유명 TV 프로그램에서 캠핑의 달인이 토르 장갑을 낀 장면이 나오면서 촉발됐다. 시청자들이 즉각 브랜드를 찾아냈다. 남 대표는 별다른 홍보도 못 했는데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했지만 우수한 상품성을 고객이 먼저 알아봤다.  

토르 글러브는 겨울용 장갑처럼 생겼다. 그러나 불이 붙은 목재를 쥐고도 타질 않는다. 신소재 '아라미드'가 소재로, 400도 열을 견디고 총알도 튕겨내는 초고강도 내열성이 특징이다. 

아라미드는 60년대 글로벌 화학사 듀폰이 '케블라'란 브랜드로 처음 상용화했고, 특허권이 풀린 현재 코오롱과 효성, 태광 등 국내 대기업도 만든다. 방탄용이나 소방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라미드 섬유를 만날 수 있다.

국산 아라미드 섬유는 시장 진출이 어려웠다. 듀폰 케블라의 유명세에 밀린 데다 국내 소요 시장도 제한적이었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해외를 공략했지만, 기존 케블라의 아성을 뚫기에는 용도 전개가 미약했다. 특수한 시장을 범용으로 이끄는 히트 상품이 없었다.

구스텍은 자체 섬유 융합기술로 이종 제품을 혁신한다 <사진=윤병철 기자>구스텍은 자체 섬유 융합기술로 이종 제품을 혁신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화섬업계 배테랑이었던 남영식 대표는 아라미드의 활용으로 장갑을 주목했다. 2010년대 초 국내 장갑 산업은 해외 OEM 업체로 전락해 수익성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국내서 만든 장갑이 해외 브랜드를 달면 높은 가격에 팔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주목했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선진국은 생활용, 산업용 등 업종별로 쓰이는 다양한 장갑 시장이 존재했다. 남 대표는 "우리 기술로 특수섬유 장갑을 자체 브랜드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따져 봤더니 승산이 있겠더라"며 세계 시장을 목표로 아라미드 장갑 개발에 나섰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토종 브랜드 '토르 글러브'다. 

아라미드에 이종 소재 결합, 필터와 방충망 등 기존 제품 혁신

숯불을 만지고 용접하고 쇠를 깎고 오븐을 만져도 별탈 없다 <사진=구스텍 제공>숯불을 만지고 용접하고 쇠를 깎고 오븐을 만져도 별탈 없다 <사진=구스텍 제공>

토르 글러브는 기존 일상작업용 면장갑과 두께나 무게에서 비슷하지만, 장갑을 낀 채로 뜨거운 숯을 잡거나 날카로운 절단기에 손을 보호할 정도로 강하다. 구스텍은 자사 소재로 만든 산업과 민간용 장갑을 토르 브랜드에 실어 해외에 선보였다. 

'신의 장갑'이란 이야기에 걸맞게 토르는 품질과 기능성을 인정받아 출시 초기부터 일본에 수출해 경쟁력을 입증했다. 스테인리스 스틸이 함유된 내절단장갑은 일본에 올해만 1만 켤레 넘게 팔았다. 

구스텍은 뻣뻣한 아라미드 섬유를 유연하게 만들고, 스테인리스 강철과 탄소섬유 등 다른 기능성 원료를 혼합하는 기술로 노하우를 쌓았다. 그러면서 독자적 이종소재 혼용으로 기존 제품의 성능을 향상한 제품군들을 출시했다. 

탄소섬유용 옥시팬과 아라미드가 섞여 700도씨의 내열성을 갖는 '구알론’, 모노필라멘트로 만들어 내구성이 강하고 미세먼지도 막는 방충망 '구스망'이 토르 다음을 이었다. 뜨거운 것을 견디는 응용제품은 군대 포탄 탄피수거용 내열장갑으로도 이어졌다. 

나노와 마이크로 섬유를 융합한 공기청정 필터 <사진=윤병철 기자>나노와 마이크로 섬유를 융합한 공기청정 필터 <사진=윤병철 기자>
최근엔 구스텍이 축적한 나노 섬유와 기존의 부직포 제조 방법을 접목해 공기청정기 필터를 개발하고 특허를 냈다.

나노와 마이크로 섬유가 교차해 여과 효율을 향상하고 필터 수명을 늘렸다. 시제품 개발은 나노 조합의 T+2B 사업지원을 받았다.

ICT 제품도 개발 중이다. 열 센서를 달아 혹시 있을 화상을 예방하거나, 작업 중 급성 졸도를 알려주는 위치 센서를 심어 산업안전을 도와줄 수 있다. 

손 다치는 산업현장에 보호장갑 쓰여야···'세계최고 장갑' 포부  

화학섬유 전공자인 남 대표는 화학섬유기업 연구소에서 근무하다 기술 사업화를 위해 2010년 창업에 나섰다. 

그에겐 산업용 모노필라멘트와 나노섬유를 상업화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당시 대기업이 국산화한 아라미드가 시장을 찾지 못해 방황한 것을 해외에서 수출을 이뤄낸 것도 창업을 안 했으면 없었을 일이다.

구스텍은 주요 수출국인 일본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도 수출을 상담 중이며, 오는 11월 독일최대 안전보건전시회에 출품한다. 해외 진출을 위해 창업년도부터 부지런히 공항을 오갔다. 

남 대표는 토르 글러브가 캠핑용으로 특수 장갑시장이 넓어지는 것을 환영하면서도 본래 쓰임인 산업용으로도 빨리 확산하길 바랐다. 제대로 된 보호장갑을 안 껴 손을 다치는 사고가 아직도 잦기 때문이다. 

그는 "특수섬유 기술을 다양한 영역에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겠다"며 "산업용 장갑분야에서 명성을 떨치는 유럽과 일본의 기업들과 최고를 겨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남 대표가 자사 제품으로 유튜브에 등장할 것을 예고했다 <사진=윤병철 기자>남 대표가 자사 제품으로 유튜브에 등장할 것을 예고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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