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진단치료기연구실, 분당 서울대병원과 공동연구 진행
200회 임상 75% 정확도 확인···수술 예후 모니터링도 가능

이대식 ETRI 책임연구원이 전자 코(호기 가스 분석)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ETRI 제공>
이대식 ETRI 책임연구원이 전자 코(호기 가스 분석)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ETRI 제공>
국내 연구진이 내쉬는 숨(날숨)을 통해 폐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X선·CT 촬영 없이 폐암을 진단할 수 있어 저비용으로 조기 진단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편의성도 우수해 폐암 환자의 수술 예후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진단치료기연구실이 폐 속 암세포가 만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날숨으로 감지하는 센서와 이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통해 폐암 환자를 판별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진은 해당 기술에 '전자 코'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람의 코가 신경세포를 통해 냄새를 맡는 것처럼, 전자 코에 호흡 가스가 들어오면 이를 전자소자를 이용해 전기적 신호로 바꿔 질병을 판단, 검진하도록 만들었다. 

지난해 한국인 사망 원인 1위가 암이었고, 그중 폐암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폐암 진단·예방이 시급하지만 현재 폐암 진단에 쓰이는 X선·CT 촬영은 진단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사람의 호흡만으로도 간단하게 검사가 가능하다. 우선 검진자의 날숨을 비닐에 담고, 비닐 안에 탄소 막대기를 함께 넣는다. 호흡 중 배출되는 여러 가스 성분들이 막대기에 붙도록 했다. 

'전자 코' 시스템에 막대기를 넣으면 내장된 센서를 통해 가스가 붙은 정도에 따라 전기 저항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날숨의 구성 성분 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환자의 날숨 정보와 비교하면 폐암 유무를 판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진은 분단 서울대병원의 도움으로 폐암 환자 37명과 정상인 48명 날숨을 채취해 200회를 분석한 뒤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계학습 모델에 적용한 결과, 약 75% 정확도를 보였다. 분당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연구팀의 임상적 유의성도 확인해 폐암 환자 진단 보완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해당 기술은 기존 진단 장비에 비해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가격 대비 정확도도 높은 편이다. 편의성도 우수해 폐암 환자의 수술 예후 모니터링은 물론 일반인의 자가 건강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의료기기 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상용화를 계획 중이다. 또 후속 연구를 통해 환자 정보를 추가로 얻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판별 정확도를 높이고 위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 조기 진단 가능성도 타진할 계획이다. 

이대식 진단치료기연구실 박사는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면 폐암 진단 관련 의료기기 시장 경쟁력 확보는 물론 정부 건강보험료 지출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상훈 분당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도 "저렴하면서도 편리하게 폐암 발병 여부를 검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정확도 개선과 빅데이터 적용 등을 통해 시스템을 고도화해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외에도 비만 환자가 운동할 때 지방이 분해되면서 날숨으로 배출되는 단내(아세톤)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웨어러블 전자 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분당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연구팀과 같이 국책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환자의 운동량 측정 등 다양한 서비스에 응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ETRI가 개발한 전자 코(호기 가스 분석) 시스템. <사진=ETRI 제공>
ETRI가 개발한 전자 코(호기 가스 분석) 시스템. <사진=ETR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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