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위원회 25일 대정부 권고안 발표···"정부는 조연"
권고안, 지난해 12월부터 민간 전문가 100여 명 참여해 만들어
"실리콘밸리서 출퇴근 시간 확인 한다는 소리 들어본 적 없어"

장병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사진=KAIST 제공>
장병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사진=KAIST 제공>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부는 민간의 도전과 변화를 조력하는 역할에 주력해달라며 정책 대전환을 촉구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주 52시간 근로제, 대학 등록금 동결 등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정책을 비판했다. 또 국회에 발목을 잡힌 데이터 3법 등을 둘러싼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장 위원장은 "주 52시간제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기본권을 보호하는 선의를 지니지만, 지금처럼 급변하는 사회에서 일률적인 대책을 사회 전체에 강요하는 방식은 문제"라면서 "주 52시간제의 일률적 적용에 개별 기업, 노동자가 주도적·자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인재 성장의 걸림돌이 되거나 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물론 개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노동 형태를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출퇴근 시간을 확인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인재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일한다. 불확실성에서 가치를 찾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 힘쓴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권고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부의 단편적이고 일률적인 정책이 개인이 일할 권리조차 막고 있다"면서 "스타트업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회사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52시간보다 더 일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권고안은 지난해 12월부터 100여 명의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해 만든 것으로 지난 8일 국무회의 보고를 거쳐 공개됐다. 4차위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진 민관위원회다. 장 위원장은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회사 크래프톤을 창업한 벤처기업가로서 위원장을 맡게 됐다. 장 위원장을 포함한 민간 위원 19명과 과기부 장관 등 정부 위원 6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개된 권고안에선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려면 대학 자율성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 위원장은 "대학의 유형을 다양화하는 등 구조조정을 중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면서도 "정부는 대학이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인재 육성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권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 재정과 의사결정의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자연도태 등 자율권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위원회는 지능화 혁신으로 경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5대 미래산업(바이오헬스, 제조, 도시, 금융, 모빌리티·물류)과 더불어 농수산식품 분야까지 산업별 맞춤형 대응을 요구했다. 이 요구에는 현재 계류 중인 사안이 대거 언급됐다. 개인의 건강정보 자기 결정권을 강화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 암호자산에 대한 법적 지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다. 

장 위원장은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는 창업 촉진 정책을 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스타트업 생태계는 혁신과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라며 "정부는 스타트업 조력자로 관련법과 규정을 빠르게 정비하고 행정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적극 행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는 기업가 정신 고취를 위해 유연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스타트업의 경영 재량 확대를 위해 근무 시간과 방식, 고용 대상 및 형태 등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패자 부활과 창업 재도전을 독려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도 실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원회가 언급한 벤처투자촉진법과 일명 '데이터 3법'으로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 신용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 개정안은 줄줄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벤처투자촉진법은 벤처 투자 진입 장벽을 완화해 민간 중심 벤처 생태계 조성을 촉진하는 내용이다. 빅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이 소관 부처별로 나눠 있어 생긴 불필요한 중복 규제를 없애 활용 폭을 넓혀보자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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