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근호 전 한국한공우주연구원 소장

지난달 16일, 과학기술연우연합회 주최로 '출연연-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 특구의 역할'이란 주제의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주제발표는 '연구개발특구의 기술사업화'를 내용으로 윤병한 본부장이 맡았습니다.

윤 본부장은 대덕연구개발특구 조성의 50년 역사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발전 현황과 앞으로 발전 계획 등을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전체적인 평가에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음을 자축 하면서도, 몇 가지 아쉬운 점들도 부각 되었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심각하게 인식 된 부분은 출연연의 연구 결과물이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 발전에 얼마나 기여 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출연연의 많은 연구 결과물 들이 활용 되지 못하고 쌓여가는 반면에 중소기업들은 기술과 기술자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간담회의 제목으로 보면 중소기업인들이 많은 관심을 보일 것 같았으나 현장에 참가한 인원 대부분은 과학 기술인 들이었습니다. 기업인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왜 중소기업인들이 출연연이나 연구개발특구 행사에 거의 무관심 수준에 이른 것일까요. 정부 정책은 출연연과 중소기업 연계를 적극 지원하지만 그 결과는 미흡한 상태에 있다는 방증입니다.

이 문제에 대하여 우리가 좀 더 적극적인 태도로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먼저 우리가 인식해야 될 점은 중소기업이 당면하는 문제들과 출연연이 취급하는 문제들 간에는 큰 간극이 있다는 점입니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결함 없이 제품에 직접 적용 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을 요구합니다. 출연연은 개발한 결과물을 어떻게 제품화로 연결 할 것인가는 해결 되지 않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많은 경우 중소기업 자체에서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확인하는 능력이 부족하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을 알지 못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속에서 정부의 지원 정책이 있더라도 중소기업이 적극 나서기 어렵습니다.

이 시점에 과감하고 적극적인 방침을 건의 하고자 합니다. 출연연이 개발 한 연구 결과물은 국내의 중소기업 모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자는 것입니다. 단 특정 기술을 독점 취득하기를 원할 경우에는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면 됩니다.

출연연의 연구개발 성과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이미 대가가 지불되었습니다. 제품의 소유권은 국민에게 있어야 합니다. 연구결과물이 출연연이나 어느 기관의 소유가 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출연연은 기술 소유자가 아니고 기술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국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출연연 성과를 개방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매우 합당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많은 중소기업들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어디에서 무상으로 얻을 수 있을가 하고 경쟁적으로 출연연을 찾게 될 것입니다. 출연연은 현재 기술 계약 금액으로 그 성과를 평가 받고 있으나, 이를 계약 금액이 아니고 기술 공여 건수로서 평가를 받는다면, 동기 부여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는 출연연과 중소기업, 연구인력과 중소기업 간의 연계를 활성화하는 국가 정책 차원의 건의입니다.

물론 출연연의 연구 결과물과 중소기업이 요구하는 제품에는 기술적 단계가 더 필요합니다. 연구성과는 원천기술로 시장에 제품으로 선보이려면 기술개발이 지속돼야 합니다. 시장을 선도하는 Market-pull 인식도 확산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과제 형성이 안되면 중소기업을 기술적으로 지원하기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때문에 출연연에게는 개인 평가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현재 중소기업의 기술 습득 방법은 자체 개발, 기술 매입, 기술 도용 등입니다. 무상으로 기술을 얻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국내 기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중 적지 않은 수의 기업이 기술 확보를 위해 출연연과 협력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성공사례가 만들어지면 참여 중소기업도 빠르게 증가 할 것입니다.

◆ 장근호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소 소장은

장근호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소 소장.
장근호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소 소장.

장근호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소 소장은 미국 가톨릭대에서 응용물리학 분야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공대 제트추진연구(JPL)에서 우주비행체용 특수 발전장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1976년 귀국해 금성정밀 연구소장과 쌍용그룹 양회 부사장, 그룹 기술기획실장, 컴퓨터 사장을 역임했으며 1996년 한국항공우주연구소(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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