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운 레보스케치 대표 행보 주목···우리별 3호 개발자 출신
업계 첫 단일장비 '디지털 PCR'···"수십만 유전자, 한 개씩 검출"

 

이성운 레보스케치 대표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4번 창업한 '연쇄 창업가'다. 창업한 기업 모두 인수합병 되거나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여 년을 축적하며 '3세대 디지털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기술을 내놨다. 업계에선 처음으로 단일 장비 '디지털 PCR'을 선보였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유전자 하나하나를 증폭해 검출할 수 있어 암, 유전 관련 질병 정복이 가능하다. 사진은 이 대표가 레보스케치 핵심 기술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
이성운 레보스케치 대표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4번 창업한 '연쇄 창업가'다. 창업한 기업 모두 인수합병 되거나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여 년을 축적하며 '3세대 디지털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기술을 내놨다. 업계에선 처음으로 단일 장비 '디지털 PCR'을 선보였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유전자 하나하나를 증폭해 검출할 수 있어 암, 유전 관련 질병 정복이 가능하다. 사진은 이 대표가 레보스케치 핵심 기술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넘었다. 48세 나이에 이미 4번째 창업을 한 대덕의 스타트업 CEO가 있다. 우주 분야와 정보통신, 최근 바이오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벤처산업 전선에서 활약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연쇄 창업가' 이성운 대표 얘기다. 그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네 차례 창업했다. 중간 공백 없이 연쇄적인 창업을 했다. 최근 창업한 회사의 이름은 레보스케치. 수십만 개에 달하는 몸속 유전자를 하나씩 볼 수 있다면 어떨까. 레보스케치는 유전자를 하나씩 검출해 암 정복과 유전 관련 질병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현재 레보스케치는 기계, 설비, 광학, 전자, 소프트웨어, 바이오 전문가 12명이 모여 기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 

최근 레보스케치가 내놓은 3세대 디지털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기술도 축적과 집념의 응축이다. 업계에선 처음으로 단일 장비를 내놨다. PCR은 중합효소 반응이라는 의미로 이 기술을 활용하면 유전자 증폭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암세포에서 만드는 극소량, 저농도 유전자는 검출이 어려웠다. 레보스케치는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미세구조 챔버를 400만개까지 만들었다. 미세구조 하나하나에 유전자 반응로를 만들어 증폭시키도록 했다.

"3세대 디지털 PCR 같은 경우는 유전자를 한 개씩 셀 수 있어요. 기존에는 바이오 튜브 한 공간에서 유전자를 보려다 보니 유전자 한 개 두 개는 보이지가 않았죠. 저희는 10만개에서 400만개까지 마이크로 챔버를 구축했어요. 기계를 돌리면 원심력에 의해서 유전자가 주변 벽, 미세구조에 붙게 됩니다. 각각의 미세구조 반응로에서 유전자가 증폭되는 것이죠. 유전자 검출에는 고해상도 레이저 스캐닝 기술도 들어갑니다."    

◆ 3세대 디지털 PCR, 축적과 집념의 결과

이성운 대표는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92학번 출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 기계 조립에 관심이 많았다. 학부 시절, 'AKCRON'이라는 회사를 창업해 원보드 컴퓨터를 개발했다. 지금으로 치면 태블릿 PC 개념이다. 당시만 해도 국비 장학생인 KAIST 학생은 기업을 이끌 수 없어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대표직을 물러나고 AKCRON은 미국의 'PhotonDynamics'에 합병됐다. 

대학교 3·4학년 시절에는 한국의 독자적인 기술로 설계된 소형 인공위성 '우리별 3호'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우리별 3호 제작에 13가지 설계가 필요했는데, 이 대표가 2가지를 담당했다. 2000년에는 디지털 X레이 기술을 기반으로 'Star V-ray'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회사는 2005년 미국의 Vidar라는 회사에 인수됐다. 이때 인연이 된 덴마크 기업가와 2007년 3DISC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3차원 이미지 시뮬레이션 회사다. 3DISC는 내수 40억·수출 140억원을 기록했지만, 경영상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이성운 대표는 대학교 3·4학년 시절 '우리별 3호' 인공위성 제작에 참여했다. 사진은 KAIST 인공위성연구소 30주년 기념 행사. <사진=레보스케치 제공>
이성운 대표는 대학교 3·4학년 시절 '우리별 3호' 인공위성 제작에 참여했다. 사진은 KAIST 인공위성연구소 30주년 기념 행사. <사진=레보스케치 제공>

 

이 대표는 2007년 3DISC라는 회사를 창업하기도 했다. 3차원 이미지 시뮬레이션 회사다. 3DISC는 내수 40억·수출 140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경영 상 문제로 회사를 나와 레보스케치를 창업했다. <사진=레보스케치 제공>
이 대표는 2007년 3DISC라는 회사를 창업하기도 했다. 3차원 이미지 시뮬레이션 회사다. 3DISC는 내수 40억·수출 140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경영 상 문제로 회사를 나와 레보스케치를 창업했다. <사진=레보스케치 제공>
◆ 4번의 창업···"역량 분석과 기업 네트워킹으로 가능"

2007년 네 번째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바이오니아, 마크로젠과 협업 프로젝트를 하면서 바이오 시장을 알 수 있었다"며 "그동안 함께해 온 팀과 자체 역량을 분석하고 바이오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네트워킹해 온 바이오 기업과 인터뷰를 하고 제품을 다듬어 갔다. 내년부터 3세대 디지털 PCR 기술이 담긴 제품이 하나둘 출시될 예정이다. 레보스케치 제품은 업계에선 처음으로 단일 장비 디지털 PCR이다. 그동안 업계에선 분액 장비, 증폭 장비, 검출 장비 3개로 분할이 됐는데, 이 기능을 제품 하나에 넣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레보스케치는 인간 수명 연장,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재능이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 "하루라도 빨리 창업하라" 

이 대표는 후배 예비창업가들을 위해 "창업에서 팀워크가 중요한데 돈이 팀을 와해시키는 촉매가 되기도 한다"며 "돈을 보고 창업을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일단 창업을 해서 대표가 되면 무지하게 고생하지만 다시는 월급쟁이 생활은 못 할 것"이라며 "기업을 하면 자기가 가고 싶은 방향을 자기가 결정한다. 창업을 하면 수동적인 인생보다는 능동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며 후배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창업하기를 권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패를 하더라도 어렸을 때 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창업하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좋은 열매는 고생을 통해 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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