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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과실로 연구원장 해임?···과학계 '졸속징계' 우려

나무 2400그루 무단 처분으로 해수부, KIOST 원장 해임 요구
원칙론적 강경 징계 입장에 연구소 측 재심 요청 예정
우리나라 해양 연구개발의 중심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발칵 뒤집혔다. 연구소 재산인 나무를 합리적 절차 없이 매각했다는 행정 과실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기관장 해임을 요구했고, 당시 행정부장은 파면 시설책임자는 정직이라는 자체 감사결과를 통보했다. 

연구소 측은 분명 잘못한 행정 절차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해수부의 이같은 강경 대응이 KIOST에게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원장 개인 비리가 내부 감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결과임에도 징계 요구 수위가 이례적으로 높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해수부는 더 나아가 김웅서 원장의 비리 여부를 밝히기 위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김 원장은 내부 감사에서 개인 비리는 없었다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의 임기는 오는 2022년 5월까지 아직 2년 이상 남은 상황이다. 
 
5일 해수부 및 KIOST 관계자에 따르면 연구소는 해수부 감사결과에 대한 재심 청구를 30일 이내 신청할 계획이며, 이후 감사위원회 재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이사회 의결에서 당초 감사결과 징계수준의 변화를 노력할 방침이다. 

반면 해수부 측은 KIOST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연구소 자산을 무단 매각한 것은 무겁게 봐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김 원장 등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계속 밀고 나갈 계획이다. 

◆ KIOST 무엇을 잘못했나? 공모입찰 등 미비···행정 잘못 인정

해수부의 감사 징계요구의 배경은 2475주의 나무다. KIOST는 작년 6월 옛 경기도 안산 청사의 나무 재산을 한 민간 조경업자에 무단 매각했다. 매각 과정에서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하지 않았고, 구두 계약으로만 나무를 처분했다. 또, 업체로부터 매각 대금을 받지 못해 5000만원 이상의 재산 손실을 가져왔다. 

해수부는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지난해 10월 자체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추진 결과 해수부는 매각대상이었던 연구소 수목을 이사회 등의 승인 절차 없이 매각한 것을 징계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원장 해임 징계 요구를 결정한 것이다.

KIOST는 나무 매각 비용으로 비교적 수목이 없는 부산 신청사의 조경 예산으로 이용할 목적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연구소 측은 이러한 행정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인정하고 이에 대한 내부 절차를 거쳐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 과학계 '졸속징계' 우려 해수부와 시각차

과학기술계에서는 해수부의 징계 방침을 두고 '졸속징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치명적인 비리 사건과 비교해 징계 수위가 높은 데다, '연구소 경영'을 둘러싼 KIOST 임직원들의 해명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아 징계 수위와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 절차의 오류로 해수부가 기관장 해임을 요구한 처분은 지나치다는 과학기술계 목소리가 적지 않다. 행정상 잘못도 중대한 과실이라는 원칙론적 해수부 분위기와는 대조된다.

과학계 안팎에서는 이번 KIOST 징계에 연구소의 주무부처인 해수부가 오히려 기관장이 경영을 제대로 못 했다며 강한 징계를 주려 하는 상황에 산하기관 길들이기 이상의 노림수가 개입돼 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출연연에서 어떤 행정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사실상 기관경영의 치명타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촌평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연연 기관장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특성상 행정적 잘못이나 오류로 인해 기관장의 임기가 쉽게 왔다 갔다 한다면 어느 누가 백년대계 연구를 이끌 수 있겠냐"며 "연구소는 보호해야 할 대상이지 감시로 인한 통제가 많은 대상이 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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