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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관의 아·사·과 11] 남자들이 화장하는 이유

글 :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대덕넷은 수요일 격주로 '최병관의 아·사·과'를 연재합니다. '아주 사적인 과학'이라는 의미로 과학 도서를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저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 실장으로 올해 '과학자의 글쓰기'를 집필하는 등 과학 대중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병관 작가의 과학 서평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편지>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나는 주로 혼자 논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같다. 왜 그런가하고 생각해 보니 성품이 다정다감하지 않아 친구가 없기도 하지만 나의 취미가 독서나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놀이터는 주로 카페나 서점이다.

2018년 어느날, 나는 중고서점에서 혼자 놀다가 책장에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를 보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제목이 너무 멋지기도 했지만 요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도 우리나라 과학 커뮤니케이터 최재천 교수가 아닌가? 나는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책은 흥미진진하다. 최 교수의 지적에 가끔 뜨끔하기도 하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남녀간의 역학관계를 담고 있다. 바로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는 것이다.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목차만 봐도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진다. '여자와 남자, 정말 다른 행성에서 왔나'부터 시작해 '여성들의 바람기를 어찌할꼬?' '임신, 그 아름다운 모순'을 거쳐 '누가 둥지를 지킬 것인가' '남성이  화장하는 시대가 온다'로 결말을 맺는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는 지난 2000년 EBS 세상보기라는 프로그램에서 '여성의 세기가 밝았다'라는 제목으로 했던 여섯 번의 강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책에서 최 교수는 여성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아니 이미 도래했음을 만방에 고하고 있다. 사회생물학자답게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컷들의 행태를 인간과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 동물과 사람을 쉽게 비교, 설명해 쏙쏙 들어온다. 특히 저자는 남녀의 본성을 충분히 알 수 있는 과학적 논거를 재미있게 펼치고 있다.

가만 보니 책의 부제가 '한 사회생물학자가 바라본 여자와 남자'다. 사회생물학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사회생물학은 말 그대로 생물의 사회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다윈의 진화론에 기반한다. 다윈의 진화론 중에서도 특히 성선택론에 따르면 성의 선택권은 궁극적으로 암컷에게 있기 때문에 수컷은 자연히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규명한다.

저자는 책의 목적을 분명히 밝힌다. 서문에서 그는 "여성의 세기가 왜 반드시 올 수밖에 없는가, 온다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올 것인가, 그렇다면 그 새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물학적 분석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부터 남자도 '귀엽고 멋지게' 화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최 교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우선 저자가 환기시켜주는 다윈의 '성 선택론'에 따르면 번식에 관한 결정권은 암컷에게 있다. 수컷이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둘 중 하나다.

즉, 기가 막히게 매력적이어서 암컷이 사족을 못쓰게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암컷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독점하여 그들의 선택권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정도의 전략구사를 말하는 것이다.

앞에서 최 교수는 사회생물학자라고 했는데 저자는 이같은 조건을 적절히 활용해 남자의 화장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하기야 우리나라 사람치고 최 교수의 강의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만큼 그는 이해하기 힘든 여러 가지 현상을 사회생물학자답게 설명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는 갈매기와 티티원숭이를 예로 든다. 갈매기는 거의 완벽한 수준의 일부일처제를 실행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갈매기 부부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정확하게 12시간씩 집안일과 바깥일을 나누어 한다. 교대로 한 마리는 밖에 나가 먹이를 물어오고, 그 동안 다른 한 마리는 둥지에 앉아 알을 품는다.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시간을 나눈다고 하면 과장일까?

하지만 암수의 몸집 크기는 비슷하지만 티티원숭이의 세계에서는 수컷이 주로 아기를 업고 다닌다. 힘이 더 센 수컷이 자연스럽게 일을 더 많이 하게 된다. 티티원숭이는 수컷이 많은 일을 한다.

최 교수는 이처럼 하고 싶은 얘기를 갈매기와 티티원숭이를 예로 들며 비교, 설명한다. 그러니 책은 지루할 틈이 없다. 그리고 다음에 인용한 문장처럼 결론을 맺는다.

나는 우리 사회의 부부관계가 갈매기 수준에서 급정거를 하기보다는 적어도 한동안은 이를테면 티티원숭이 수준까지 밀려갔다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예측한다.(p 163)

현대 여성들은 이른바 '터프한' 미남보다는 부드러운 미남을 선호한다. 강인함을 바탕으로 남성 세계의 경쟁에서 이겨 돈을 벌어다 주는 남자가 아니라, 돈도 함께 벌고, 아이도 함께 기르고, 오순도순 얘기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귀엽고 자상한 미남을 원한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화장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p 223)


나에게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은 각 장마다 김승희 시인이 엮은 시집 '남자들은 모른다'에서 발췌한 시들이 한편씩 수록돼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기에 앞서 시를 음미하며 이 장에서 저자는 무슨 얘기를 할까 하고 생각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이 대목에서 책을 이렇게 편집하고 구성하는 방법도 있구나 하고 한 수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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