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서 '원자력 60년 이야기' 출판 기념회서 의기투합
"원자력계 국민 소통 부족 책임 통감···원자력 알리는 시작"

9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아톰 할배들의 원자력 60년 이야기'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공동으로 집필한 5명의 박사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9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아톰 할배들의 원자력 60년 이야기'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공동으로 집필한 5명의 박사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큰 효자였습니다.
더 함께 하고 싶은 함성
뒤로 하고
떠나는 그대
무슨 말로 감사 하다는 말 전할까...(중략)
 

덕수궁 돌담길 한 식당에서 시 한 편이 울려 퍼졌다. 제목은 '고리 1호기'. 시인으로 활동하는 정옥화 씨가 고리 1호기 가동을 멈춘 날 직접 쓴 시다. 시를 듣는 사람들 가슴에는 하나같이 진주를 꿰어 만든 원자핵 모양의 코르사주가 달려있었다. 9일 열린 '아톰 할배들의 원자력 60년 이야기' 출판 기념회 & 故 한필순 박사의 영면 5주년 모임 모습이다.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원장 등 5명의 원전 전문가는(일명 아톰할배) 지난해 말 우리나라 원자력 연구 60주년을 맞아 기술자립의 역사와 일화를 엮어낸 책을 발간했다. 국민소득 60달러밖에 안 됐던 가난한 나라가 원자력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기술자립을 위해 피땀 흘린 많은 과학자의 노고, 원전에 대한 초보 상식과 안정성 문제까지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공동저자인 이재설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정부의 탈핵을 보면서 그동안 원자력계가 국민과의 소통이 많이 부족했다고 느꼈다. 원자력을 제대로 알리는 기회이자 시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과 한필순 박사의 5주기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념회에는 한필순 박사의 스승인 안세희 전 연세대 총장과 채영복 전 과기부 장관, 오명 전 부총리, 박노벽 전 원자력 대사, 민병주 원자력학회장, 최연혜 국회의원 등 약 100여 명이 모였다.
 

출판기념회와 한필순 박사의 5주기를 위해 100여명의 관계자들이 모였다.<사진=김지영 기자>
출판기념회와 한필순 박사의 5주기를 위해 100여명의 관계자들이 모였다.<사진=김지영 기자>
장인순 박사는 인사말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원자력연구소의 간판이 에너지연구소로 바뀌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부터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의 쾌거 등 다사다난했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특히 그는 선배인 한필순 박사를 떠올리며 "우리가 가진 자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자는 한 박사님의 철학을 보며 많이 배웠다. 그분이 계시지 않았다면 원자력계 위기 때 연구소를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원전은 우리나라를 지킬 힘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후손을 위해, 더 크게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프로젝트로써 원자력을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노벽 전 원자력 대사는 "(이번 출판을 계기로)원자력의 필요성은 보다 많은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질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선배들의 업적이 훼손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원자력계가 국가발전과 국제협력, 인류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영복 전 장관은 "지금 어려움이 반전돼 원자력이 큰 빛을 발하고 우리에게 큰 보탬이 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명 전 부총리도 "요즘처럼 원자력이 어려울 때 한 박사가 계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면서 고인을 추억했다.
 
오랜 시간 한전에서 근무하다 은퇴한 허성광 씨의 부인 정옥화 시인의 시 낭독도 이어졌다.
 

한필수 박사의 딸 한윤주씨는 고인이 된 아버지를 생각하며 손님들에게 떡국을 대접했다.<사진=김지영 기자>
한필수 박사의 딸 한윤주씨는 고인이 된 아버지를 생각하며 손님들에게 떡국을 대접했다.<사진=김지영 기자>
한필수 박사의 딸 한윤주 씨는 행사를 찾은 손님에게 원자핵 코르사주와 떡국을 대접했다.
 
한윤주씨는 "아버님이 살아계셨다면 오는 18일 미수(米壽)가 된다. 새해 인사 겸 쌀 미자가 들어간 쌀떡국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면서 "아버지가 가셨다는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아마 선후배들과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을 하셔서 그런 거 같다. 오늘 찾아주시고 이 자리 만들어주신 5분의 저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아톰할배들의 원자력 60주년 이야기는 장인순, 전재풍, 김병구, 박현수, 이재설 박사가 공동저자로 출판했다. 

2015년 고인이 된 한필순 박사는 한국형 원자로 설계기술과 중수·경수 핵연료 기술을 완전 자립화시킨 과학자다. 여러 악조건에서 원자로 설계기술 독립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원자력계 대부다.

원자핵을 본떠 만든 코르사주. 한필수 박사의 딸 한윤주 씨가 직접 만들었다.<사진=김지영 기자>
원자핵을 본떠 만든 코르사주. 한필수 박사의 딸 한윤주 씨가 직접 만들었다.<사진=김지영 기자>

고리 1호기

정옥화

 
큰 효자였습니다
더 함께 하고 싶은 함성
뒤로 하고
떠나는 그대
무슨 말로 감사 하다는 말 전할까
 
슬픈 박수 수리
가슴은 먹 구름
소나기 되어 쓸어 내립니다
 
사십 년 전
가난에서 태어나
산업 원동력 선진국으로
첫발 길 열어 준 그대
 
삶의 뿌리 햇빛 가득 심어 놓고
검은 보자기에 쌓여
폐로 길 떠나는 그대
 
큰 절 올립니다
다시 또
다른 세상 태어나
밝은 빛으로
천수를 기약하소서
 
2017년 6월 고리 원자력 1호기 탈 원 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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