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탄소나노튜브 활용한 엑스선(X-Ray) 상용화
"전압·전류로 제어할 수 있고, 고속으로 촬영 가능"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탄소나노튜브(CNT) 기반 디지털 엑스선 소스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는 송윤호 ETRI 소재부품원천연구본부장. <사진=김인한 기자>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탄소나노튜브(CNT) 기반 디지털 엑스선 소스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는 송윤호 ETRI 소재부품원천연구본부장. <사진=김인한 기자>
국내 연구진이 120년 동안 지속돼 오던 엑스선(X-Ray) 발생 원리를 획기적으로 바꿨다. 기존처럼 열을 이용하지 않고, 전기를 이용해 엑스선이 검출기(디텍터)에 도달하는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전압·전류를 제어할 수 있어 기존 방식보다 빠른 속도로 정밀 촬영이 가능해,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도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탄소나노튜브(CNT) 기반 디지털 엑스선 소스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엑스선(X-Ray)은 1895년 독일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Wilhelm Conrad Röntgen)이 발견했다. 뢴트겐은 당시 미지의 광선을 발견했다는 의미로, 미지수 X에 광선을 결합해 엑스레이(X-Ray)라고 명명했다. 뢴트겐은 엑스선을 발견해 현대 물리학과 의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1901년 제1회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엑스선은 우리 몸이나 기계를 통과할 수 있어 의료 진단과 산업용 검사 분야에 주로 쓰인다. 엑스선 촬영을 위해선 광원, 피사체, 검출기(디텍터)가 필요하다. 그동안 엑스선을 활용한 기술 개발은 대부분 디텍터 분야에 한정됐다. 광원 제어 분야는 상대적으로 고도의 연구 역량이 필요해서다. 이런 이유에서 엑스선은 120년 전 발견한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다. 

기존까지 엑스선은 필라멘트를 2000도까지 가열해 만들었다. 고온에서 나오는 전자를 가속해 금속에 충돌시키는 과정에서 엑스선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해당 방식은 열에 따라 전자가 발생돼 엑스선이 방출되기 때문에 정량적인 작동이 어렵다. 즉각적 제어가 불가능해 방사선 노출이 불가피했다.

ETRI 연구진은 탄소나노튜브(CNT)를 활용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탄소나노튜브에 전압을 가하면 탄소나노튜브 안에 있던 전자가 양자역학적 터널링을 통해 가속된다. 이때 가속된 전자가 금속에 충돌해 엑스선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방식을 적용하면 언제든 전자 방출 제어가 가능하다.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필요한 순간에만 엑스선을 방출할 수 있다. 연구진은 흉부 엑스선을 기준으로 방사선 노출을 50% 저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원리는 의료 진단기기, 산업용 제품 검사기는 물론 물체 움직임에 따라 촬영이 필요한 혈관 진단기, 세관 검사기기에도 쓰일 수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해당 원리는 의료 진단기기, 산업용 제품 검사기는 물론 물체 움직임에 따라 촬영이 필요한 혈관 진단기, 세관 검사기기에도 쓰일 수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ETRI 연구진은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해 곡선 형식으로 흐르던 엑스선을 직선 형식으로 바꿨다. 연구진은 엑스선 튜브를 완전 진공 밀봉 형태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진공 상태에서 수백 나노초(ns) 수준으로 전류 제어가 가능해 수십 밀리초(ms) 수준으로 제어하는 기존 방식보다 최대 1만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정밀 촬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물체 움직임에 따라 촬영이 필요한 혈관 등 의료 진단기, 세관 검사 기기 등에 범용 될 수 있을 전망이다. 

ETRI는 해당 기술을 지금까지 총 12개 기업에 기술이전했다. 초고밀도 비파괴 산업 검사 장비, 치과 휴대용 엑스선 장비, 유방암 진단 장비 등 분야도 다양하다. 정밀 진단·검출 분야는 오랫동안 일본을 포함해 기술 선진국이 전유물이었다.

송윤호 ETRI 소재부품원천연구본부장은 "오랜 기간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부품을 혁신적인 신기술로 대체했다"며 "단순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입지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진성 연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의료기기산업학과 교수도 "ETRI가 개발한 엑스선은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며 "방사선 노출을 줄이고, 영상 특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해당 기술을 3차원 컴퓨터 단층촬영(CT)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출력을 높이고 관련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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