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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관의 아·사·과 12] 좋은 균, 나쁜 균, 이상한 균

식물과 미생물의 재미있는 밀당(?)
글 :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나는 2019년 3월 '과학자의 글쓰기'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대덕연구단지를 비롯한 각 연구기관 과학자의 책쓰기 현황을 보여주기 위해 '기관별 과학 저자'라는 코너를 넣었다. 코너에는 각 기관에서 과학책을 쓴 과학 저자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하지만 내가 근무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마주보고 있는 이웃 연구소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는 과학 저자가 곽상수 박사뿐이었다(물론 과학 저자가 없는 기관도 많다). 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사를 해봤지만 또 다른 과학 저자는 발견할 수 없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 지인은 "류충민 박사가 책을 썼다고 들었는데···"라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아쉬웠다. 나는 '이웃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과학 저자를 더 많이 소개하면 좋을텐데!'하고 혼잣말을 했다.

그 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서울 출장길에 잠깐 짬을 내 서점에서 책을 훑어보다가 깜깍 놀랐다. 류충민 생명연 박사의 책이 나보란 듯이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좋은 균, 나쁜 균, 이상한 균'을 구입해 읽었다. 이 책은 2019년 1월에 나왔다. 그러니까 내가 '과학자의 글쓰기' 원고를 쓸 때는 출간되지 않았다.

그런데 책 제목이 왜 이럴까?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패러디한 것이 아닌가? 나는 저자와 출판사가 책 제목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겠다고 중얼거렸다.

'좋은 균, 나쁜 균, 이상한 균'은 '똑똑한 식물과 영리한 미생물의 밀고 당기는 공생 이야기'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식물과 미생물의 상호관계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책에서 생물과 미생물의 이야기를 꺼내며 먼저 얘기를 시작한 것은 똥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혹시 서점의 과학코너에 가면 '왜 그렇게 똥 책이 많은지?'하고. 그건 아마도 어린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똥, 방귀 이야기를 즐겨 읽고 대화 소재로 사용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좋은 균, 나쁜 균, 이상한 균'에서도 앞부분에 똥 얘기가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 감자밭에 똥을 섞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류 박사는 현재 영화에서처럼 화성에서 감자를 수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미생물 지식을 전한다. 그는 일단 그 생각이 전혀 허무맹랑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 나사(NASA)는 화성을 개척할 때 식물을 키울 계획을 갖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영화에서처럼 매일 화장실에서 똥을 받아 미생물을 분리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재배하는 식물에 최적화된 미생물을 준비해서 이식해야 한다고 저자는 얘기하고 있다.

앞에서 나는 이 책의 부제 '식물과 미생물의 공생'을 이야기했는데, 저자는 미생물 집합체를 이용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하는 연구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우장춘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토종 식물에 유익한 미생물 군집을 선발하고, 이것을 농작물의 생산성 향상에 이용하려는 '홀로바이옴(holobiome)을 이용한 작물 생산 증진'이 이 과제의 주요 내용이다.

홀로바이옴이란 전체(holo)와 미생물 전체(biome)의 합성어로 기주와 거기에 사는 미생물을 하나의 초유기체로 보는 것을 말한다. 즉, 인간이나 식물 같은 다세포생물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미생물과 함께 생활해왔으므로 인간과 미생물, 식물과 인간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처럼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균 나쁜 균 이상한 균'에서는 그림을 통해 과학적 사실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식물과 미생물의 공생 관계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콩에 기생하면서 공기 중 질소를 붙잡아 공급하는 '뿌리혹세균'의 예를 들 수 있다. 다시 말해 콩의 뿌리에 도착한 뿌리혹세균이 신호를 보내면 콩이 문을 열어주는 과정을 생물학이나 미생물학을 전공하지 않은 나같은 문외한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그는 참 친절한 이웃집 과학자다.

나는 지난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주관한 '바이오톡(biotalk)' 행사에서 류 박사의 강연을 들었다. 그는 내가 예상했던대로 재밌게 생물과 미생물의 공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좋은 균, 나쁜 균, 이상한 균'의 책 날개에서 류 박사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공감하려고 애쓰는 과학자라고 소개되고 있다. 식물과 미생물의 '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답게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스스로 "생물과 미생물의 대화를 가만히 듣다 보면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 많아 놀란다"고 고백한다.

그는 책에서도 "오직 인간만이 최상의 생명체, 고도의 지적 생명체라고 생각하며 다른 생물들을 경시하는 오만한 시선은 이제 거두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럴까? 류 박사는 책 머리말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철천지원수처럼 복잡하고 이상한 관계를 보이는 식물과 미생물을 보고 있자면, 지구에서 가장 고등한 생물이라며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다른 생명체에 안하무인격 태도를 보이는 인간은 반드시 겸손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p 5)

저자는 "이 책은 이러한 식물과 미생물에 대한 나의 연구 여행이자 동료 과학자들의 연구 여행을 담은 일종의 기행문"이라고 말한다. 류 박사는 인간의 겸손을 말하는 차원높은(?) 과학자다. 그런 이웃집 과학자가 바로 내 이웃 연구소에서 연구한다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도 큰 행운이자 기쁨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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