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정성창 지식재산과 혁신생태계 연구소장
유학생·퇴직 과학자 연결, "글로벌창업 만들자"

대전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소 26개와 민간 연구소 35개에서 근무하는 박사급 인력은 1만 5000명에 이른다. 이들 고급 인력 중 일부는 곧 퇴직을 앞두고 있고, 나머지도 언젠가 퇴직한다. 이들의 활용 방안은 대전 지역 경제에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사안이 중요한 만큼 이같은 논의는 이미 오래전 시작되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동안 과학 대중화 강연 사업이나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 분석 등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다시 한번 이들의 경륜과 지혜를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에 필자는 미국과 일본 사례에서 답을 찾아 본다. 

◆ 美·日, 이민자 창업 번성

우리가 아는 실리콘밸리는 이민자 창업이 넘쳐나는 도시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첨단기술 기업의 삼분의 일이 미국이 아닌 타국에서 태어난 사람에 의해 설립된 기업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구글 창업자 중 한 사람인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은 러시아 출신이다. 그는 스탠포드 대학 동기인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함께 오늘날 구글을 창업했다. 테슬라 자동차 창업자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이다. 그는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 모터를 일으켰다. 야후 창업자 제리 양(Jerry Yang)은 대만 출신이다. 반도체 전문기업 샌디스크 창업자는 인도 출신으로, 버클리 대학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일본은 20년 전 '벤처 지옥'이라 할 정도로 벤처 토양이 척박했지만, 최근 유학생 창업 흐름이 생겼다. 중국 유학생 출신 타오 쳉(Tao Cheng) 씨가 도쿄 대학에서 창업한 기업이 중국 기업에 인수되면서 화제가 되었다. 쳉 사장은 도쿄 공업대학교를 졸업, 도쿄 대학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2008년 도쿄 대학에서 그는 '팝인(popIn)'이라는 인공지능(AI) 전문 기업을 창업했다. 이 과정에서 도쿄 대학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팝인은 중국과 일본 시장을 공략하였고, 2015년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 인수되었다. 팝인은 지금 중·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포함, 10개 국가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 유학생과 퇴직 과학자 연결하여 '글로벌 창업' 유도하자
 
대전 거리를 걷다 보면 종종 유학생을 보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공부를 마치고 대전에서 창업할 기회를 줘 보면 어떨까. 유학생은 한국어는 물론 비즈니스 환경도 익숙하지 않지만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이다. 우선 유학생이 부족한 우리의 창업 제도와 비즈니스 문화를 가르쳐 주자. 부족한 기술은 정부출연연구소 등이 보유한 기술을 이전해 도와주자. 

이렇게 이들이 기술창업을 하면 후속 연구와 기술자문도 필요할 것이다. 이런 기업에 우리 퇴직 과학자가 기술컨설팅이나 자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 보면 어떨까. 퇴직 과학자는 비즈니스는 몰라도 기술은 최고 아닌가. 게다가 이들은 외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많으니 국제감각과 외국어가 익숙하다. 

유학생이 창업한 기업이 성공하면 창업자 본인, 퇴직 과학자 양쪽이 좋을 것이다. 또 이 기업이 성장하면 청년들 일자리도 덩달아 생길 것이다. 정부출연연구소는 기술이전이 활발하게 될 것이니 이 또한 반길 일이 아닌가. 

대전은 이미 '과학 도시, 4차 산업혁명 도시, 특허 도시'이다. 이것들을 하나로 묶고 유학생과 퇴직 과학자의 경륜을 보태어 '글로벌 창업'을 위한 지혜를 모으자.

정성창 지식재산과 혁신생태계 연구소장. <사진=지식재산과 혁신생태계 연구소 제공>
정성창 지식재산과 혁신생태계 연구소장. <사진=지식재산과 혁신생태계 연구소 제공>
◆ 기고자 약력

필자는 대전에서 지식재산과 혁신생태계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기업의 혁신전략, 지역 생태계, 산업 혁명과 기술혁신, 제도와 기업가 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신산업과 지식정보혁명(2001, 공저)', '지식재산 전쟁(삼성경제연구소, 2005, 단독)', '기업 간 추격의 경제학(2008, 공저)'등이 있다. 필자와 교신하고 싶은 사람은 ipnomics@hanmail.net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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