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크기 '우라늄 소결체'···가정집 6개월치 전기 생산

[르포]'두뇌 에너지' 원자력 연료 생산 현장의 위력
소결체 1개 무게 5.2g, 직경 8mm···석탄 15t과 동일 효율
한전원자력연료에서 생산하는 우라늄 소결체. 무게 5.2g, 직경 0.8cm으로 크기는 손톱만하다. 이 소결체에서 4인가구가 6개월 동안 쓸 수 있는 전기가 나온다. <사진=한전원자력연료 제공>한전원자력연료에서 생산하는 우라늄 소결체. 무게 5.2g, 직경 0.8cm으로 크기는 손톱만하다. 이 소결체에서 4인가구가 6개월 동안 쓸 수 있는 전기가 나온다. <사진=한전원자력연료 제공>

대전 유성구 덕진동 한전원자력연료 제조공정 라인. 여타 제조업 공장과는 달리 현장은 차분했다. 흰 가운을 입은 작업자와 컴퓨터 앞에서 공정을 확인하는 이들이 현장에 있었다. 국내 원자력 발전소 24기에 들어가는 연료 장비는 전량 이곳에서 생산, 공급한다. 두뇌로 만든 에너지답게 현장에서 만들어내는 연료의 위력은 압도적이었다. 

원자력 발전의 핵심은 우라늄이란 물질이다. 우라늄은 핵분열 연쇄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이를 활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한전연료 생산 공장에선 이산화우라늄(UO2) 분말을 압분·소결·연삭해 우라늄 소결체를 만들어낸다. 무게 5.2g, 직경 0.8cm의 손톱 크기만 한 연료에서 약 1800kWh 전기를 만들어낸다. 4인 가구가 6개월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 석탄 15t과 동일한 효율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결체는 길이 4m 연료봉에 줄지어 담긴다. 연료봉 하나에 소결체는 356~387개 들어간다. 연료봉은 고도로 정제된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소결체를 지르코늄 합금 튜브에 넣고 양단을 봉단 마개로 용접·밀봉해 연료봉이 제조된다. 1·2차 용접공정을 거쳐 연료봉 탐상 시험과 헬륨 누출시험, 육안검사를 거쳐야 비로소 1개의 연료봉이 탄생한다. 

현장에선 이런 혹독한 시험을 거쳐 나온 연료봉을 묶은 집합체를 생산한다. 집합체는 연료봉 236개를 묶은 형태다. 집합체 1개당 소결체 수만 9만 2000개가량이다. 경수로 원전 기준으로 집합체 1개당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은 1억 6000만kWh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약 5만 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길이 4m 연료봉(좌측 사진)에는 소결체가 356~387개가 들어간다. 이런 연료봉을 묶은 집합체(우측 사진)에선 1억 6000만kWh 전력량이 나온다. 4인 가구 기준으로 5만 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전기다. <사진=한전원자력연료 제공>길이 4m 연료봉(좌측 사진)에는 소결체가 356~387개가 들어간다. 이런 연료봉을 묶은 집합체(우측 사진)에선 1억 6000만kWh 전력량이 나온다. 4인 가구 기준으로 5만 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전기다. <사진=한전원자력연료 제공>

한전연료는 이런 복잡다난한 공정을 거쳐 'PLUS 7'이라는 집합체를 주력 생산한다. 수명은 54개월이다. 지금까지 국내 원자력 발전소에 전량 공급하고 있고, UAE(아랍에미리트)에도 연료를 수출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전인 2016년에는 3099억 1100만원 매출을 기록했다. 2017년 2796억 6400만원, 2018년 2306억 6700만원으로 매출이 점진적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다시 반등했다. 

정상봉 사장은 "에너지 정책 변화로 2017년과 2018년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정상화됐다"며 "국내 원전은 물론 UAE 등 해외에 원자력 연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한전연료는 3D 프린팅 제조 기술을 적용한 원자력 연료 핵심 부품을 개발 중이다.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자구책도 내놓고 있다. 건식저장 운반 건전성 고유 평가방법론(SPADE)을 개발했고, 국내에선 처음으로 친환경으로 방사성 물질을 저감시키는 기술도 개발했다. 

향후 과제는 두 가지다. 한국은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우라늄을 고농축 할 수 없다. 고농축우라늄을 핵무기로 전환하는 여지를 차단한다는 목적에서다. 이에 따라 한전연료도 농축된 우라늄을 전량 수입했다. 수입 비용이 만만치 않다. 협정으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도 할 수 없어 저장시설이 포화다. 협정 조율이 필요한 이유다. 다른 한 가지는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산업 자체가 휘둘리는 문제가 풀려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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