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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업가 롤모델 부재, 매우 심각한 문제"

[취임 인터뷰]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일자리 국가가 책임 못져···기업 자립 판 깔아야"
"중소 벤처 위기감 느껴, 기업인 목소리 귀 기울여 국익 발전 도모"
지난해 말 아산나눔 이사장으로 한정화 이사장이 취임했다. 그는 기업인이 존경받고 자유 의지를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탄생한 좋은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고 국익을 창출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사진=김지영 기자>지난해 말 아산나눔 이사장으로 한정화 이사장이 취임했다. 그는 기업인이 존경받고 자유 의지를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탄생한 좋은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고 국익을 창출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사진=김지영 기자>

"우리나라 기업가 중 롤모델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 떠올리기 쉽지 않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기업이 없다면 누가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며 국민 삶의 수준을 높일 수 있겠는가. 좋은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만들고 다국적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기업가 정신이 중요한 이유다."
 
지난해 말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된 한정화 이사장은 "어린 친구들이 롤모델로 삼을만한 기업가가 없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업이야말로 국익과 개인의 발전을 함께 이끄는 중요 요소인데 기업인이 존경도, 롤모델도 되기 어려운 상황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한양대 경영학 교수와 제13대(2013~2016년) 중소기업청장, 한국전략경영학회장 등을 지내며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활성화에 이바지한 그는 요즘 들어 중소·벤처가 심각한 위기임을 느낀다.
 
그는 "기업인들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과 기업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 그래야 30~40대 젊은 기업가들이 활약하고 그들을 보며 창업을 꿈꾸는 청소년이 많아져 좋은 기업도 늘어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최빈국이던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었던 이유는 '민간의 혁신'과 '도전정신' 덕분"이라며 "국가가 모든 걸 해줄 수 없다. 다만 기업인이 스스로 자주 자립할 수 있는 도전정신과 가능성을 깨우칠 수 있도록 국가가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한 이사장을 만났다. 내년 재단 창립 10주년을 맞아 새롭게 준비 중인 프로젝트와 벤처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고견을 들었다.
 
한 이사장은 한양대 경영학 교수와 제13대 중소기업청장, 한국전략경영학회장 등을 지내며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활성화에 이바지해왔다.<사진=김지영 기자>한 이사장은 한양대 경영학 교수와 제13대 중소기업청장, 한국전략경영학회장 등을 지내며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활성화에 이바지해왔다.<사진=김지영 기자>

Q. 아산나눔재단과는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됐나.
 
A. 아산나눔재단은 아산 정주영 현대 창업자의 서거 10주기를 기념해 2011년 10월 출범한 공익재단이다. 기업가 확산사업, 청년창업 지원사업, 비영리 역량강화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아산나눔재단의 창립구성원으로 2년간 활동하며 재단의 정체성과 미션을 정립했다. 그러다 중기청장직을 수행하며 이사직을 내려놓았다가 6년 만에 이사장으로 복귀했다.
 
정주영 회장의 기업가 정신, 도전정신을 시대에 맞게 확산시키는 것이 재단의 임무다. 대학과 정부에서도 관련된 일을 꾸준히 해왔기에 이사장직을 수행하며 그 일에 동참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Q. 재단이 기업가 정신 확산을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걸로 안다. 올해 새롭게 추진하고자 하는 활동이 있다면.
 
A. 재단이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을 해왔기 때문에 방향성은 잡혀있다. 기업가 정신을 표방하는 재단이 많지 않기에 우리 재단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잘 만드는 게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선 재단이 내년 10주년을 맞기에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을 제대로 평가하고 뒤돌아보고자 한다. 잘 하는 사업은 더 밀어주고, 부족한 사업은 재정비하겠다. 특히 세계화를 강조하고 싶다. 기업이 제한된 내수시장만 가지고는 생존하기 어렵다.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무대로 나갈 수 있는 측면을 함께 고민하려 한다.
 
더불어 기업가 정신을 국민과 사회적 문화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공감대 확산에도 더 신경 쓸 계획이다. 창의와 도전정신을 함양한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우리의 잠재력을 더 키우고 국가와 개인발전을 함께할 중요한 정신이다. 연계기관과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가 정신을 국민문화 운동으로 전개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Q. 기업가 정신이 왜 중요한가.
 
A. 우리나라 내수시장이 빈약하다. 자영업 의존도도 높다. 우리 일자리 중 자영업에 의존하는 비율이 26%다. 이는 미국의 두 배고 일본보다도 높다. 자영업이 너무 많으니 실패도 많을 수밖에 없다. 자영업 실패는 결국 가계부채증가와 빈곤층 증가로 이어진다.
 
좋은 기업가 정신을 통해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많이 생겨 사람이 모자랄 정도로 일자리 창출을 해준다면 자영업도 줄거다. 난 이게 정답이라고 본다. 기업이 아니면 누가 일자리, 세금, 사회복지, 사람들의 삶의 수준을 높여줄 수 있을까.
 
국가가 모든 일자리를 책임질 수 없다. 기업이 더 성장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기업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기업인이 스스로 도전하고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국가가 해주길 희망한다.
 
Q. 지난해 대비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이 약 30%가량 늘었다. 역대 최대 예산이지만 중소벤처업계는 위기라고한다. 어떻게 하면 중소 벤처를 활성화할 수 있을까.
 
A. 나 역시 위기라고 느낀다. 정부는 기업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기업인들도 나서려하지않는다. 어린친구들 꿈이 유튜버라한다. 그만큼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기업인이 없다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벤처활성화를 위해 ▲불공정 개선 ▲다국적기업으로 변신 ▲사업 실패 후 재도전 시스템 등 총 3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개별 기업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판을 바꿔야 한다. 정부와 국회에 있는 사람들이 법적인 문제나 제도개선을 통해 불공정, 불합리, 불균형을 보고 바꿔야 한다. 그것이 중소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내수시장만으로는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스타트업 때부터 인지해야 한다. 세계시장 상대로 시작할 수 있도록 그동안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했지만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마케팅뿐 아니라 연구·개발까지 지원해 내수기업이 다국적기업으로 변신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창업 실패 후 재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서 창업 실패는 가족 해체와 심각한 빈곤층 전락으로 이어진다. 제삼자 연대보증 폐지 등 과거보다 여건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그 범위가 너무 작다.

미국의 성공한 기업가들은 3번의 실패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진다. 재도전지원법 덕분이다. 직장을 관두면 실업급여가 나오듯 사업에 실하면 지원금이 나와 사업가들이 재충전 후 재도전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시스템이 가동된다. 이 문제만 잘 풀어도 중소 벤처가 충분히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Q. 대덕에는 많은 출연연과 대학, 기업이 있다. 대덕의 벤처생태계는 어떻게 평가하나.
 
A. 대덕생태계가 최근 살아나고 있다고 느낀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스타트업 육성기업)에 가면 가능성 있는 대덕의 기업들이 많이 보인다. 대덕단지에서 나오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아웃풋이 나오는 것 같다.
 
기술력이 바탕이 된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모방당하지 않고 생존력도 강해진다.
 
혁신기술로 창업해서 세계시장에서 스케일업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 우리나라 히든챔피언은 약 30개 정도 수준이다. (독일은 약 1300개) 우리나라에서 히든챔피언 300개만 늘려도 일자리 문제는 많이 해결될 수 있다.
 
Q. 기술창업은 오로지 기업의 몫인가?
 
A. 대학과 연구소가 인큐베이팅 역할을 잘해줘야 한다. 미국의 기술창업은 공대 강한 대학이 다 주도를 한다. 옥스퍼드대학의 경우 10년 사이에 기술이전을 담당하는 박사가 엄청나게 늘었더라. 도쿄대, 교토대, 칭화대, 베이징대는 말할 것도 없다.

반면 한국은 대학의 역할이 너무 약하다. 연구성과 내고 논문 쓰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기술이 시장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펀드를 만들어 활용해야 한다. 대학교수의 평가제도도 인프라도 바뀌어야 한다.
 
Q.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게 중요할 것 같다. 기업가 정신의 확산을 미션으로 둔 아산나눔재단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A. 사실 기업가 정신에서 중요한 사람들이 교사다.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고 훈련할 수 있도록 강화를 해보려 한다.
 
우리 재단이 아시아 국가 중 기업가 정신에 관한 연구 전문성이 가장 앞서가는 기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마트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일의 임팩트나 성과 등을 면밀하게 평가해서 지식과 연구·개발 측면에서 앞서가는 기관이 되도록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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