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연구자들 "환경-동물-사람 하나로 묶어 연구해야 근본적 대응"
매년 50여종 이상 전세계 각지에서 발생

신·변종 바이러스성 감염병이 지속해 발생하면서 기존의 인간 감염병 연구개발 방식이 아닌 자연-동물-사람을 하나로 놓고 연구하는 원헬스 패러다임이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들은 이를 통해 미래 감염병을 예방하고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이미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제공>
신·변종 바이러스성 감염병이 지속해 발생하면서 기존의 인간 감염병 연구개발 방식이 아닌 자연-동물-사람을 하나로 놓고 연구하는 원헬스 패러다임이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들은 이를 통해 미래 감염병을 예방하고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이미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제공>
스페인독감(1918), 웨스트나일바이러스(1937), 아시아독감(1957)···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2~2003), 신종플루(2009),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2012~2016), 신종 코로나(2020).

바이러스성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창궐하며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다. 백신이 없는 동물감염병으로 닭·돼지 등 가축들이 일괄 살처분되고, 인류는 신·변종 바이러스 감염병 출현때마다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 

1957년 발생한 아시아 독감 사망자는 10만명에 이른다. 1968년에 나타난 홍콩독감 시기에는 약 70만명이 사망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로는 3000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은 물론 지금도 환자가 지속해 늘고 있다.

동물들의 피해도 심각하다. 국내에서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2006~2007년 280만 마리, 2008년 1020만4000마리, 2014~2015년 1937만 마리, 2016년~2017년 2999만2000 마리가 살처분 됐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국내에서도 대규모의 돼지가 매몰 처분됐다.

문제는 바이러스는 변종, 신종으로 재출현한다는데 있다. NIH(미국 국립보건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신·변종과 재출현 바이러스만 50여종이 넘고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추세다. 바이러스성 감염병 발생 때마다 모든 국가들이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매번 혼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우한 지역에서 시작해 강한 확산세를 보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 이하 신종 코로나)도 같은 상태다.

바이러스성 감염병을 예방할 수는 없는 걸까. 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원헬스(One Health) 연구개발 방향으로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환경, 동물, 사람을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서 연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메르스는 사람과 낙타, 사스는 사람과 사향고양이 박쥐, 에볼라는 사람과 박쥐, 뇌파니염은 돼지 사람 박쥐에게서 나타난다. 특히 박쥐는 바이러스 온상으로 알려진다.

정대균 박사는 "메르스와 사스, 코로나 다 박쥐에게서 사람에게 옮겨졌다. 박쥐 바이러스 연구를 위해 박쥐 분변 550개 이상을 채집하고 RNA, DNA를 뽑아 유전자를 분리해 분석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박쥐 코로나 70여개를 분석했다"면서 "우리나라는 박쥐가 식용은 아니지만 동굴에 음식을 보관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았다. 그런 과정에서도 옮길 수 있고 큰 다리 밑에도 박쥐가 있을 수 있다. 분변 접촉시 가축이나 사람이 감염되는 원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내 박쥐에서도 메르스, 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를 첫 검출한 바 있다. 이 검출 기술로 사스와 메르스 동시 검출 기술을 개발했다"면서 "신종 코로나 검출에도 이를 이용할 것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는 사스나 메르스와 다른 패턴으로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원헬스 연구 개념은 2000년 초부터 거론되기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2018년 다부처 다학제로 처음 논의됐다. 기존에는 사람 중심의 감염병 연구만 했다. 또 연구자 각각이 연구를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원헬스는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수의과대, 의과대 연구자는 물론 환경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에 참여한다.

정 박사는 "사람과 동물이 같이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동물이 사람에게 감염시키는 것과 사람이 동물에게 감염시키는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면서 "동물 감염병은 환경에서 오는데 환경이 오염되면서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동물이 감염되고 사람도 걸릴 수 있다"며 원헬스 방식의 연구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존 연구는 감염병 연구가 사람 중심이었다면 원헬스는 야생철새, 동물 등을 먼저 연구하고 결과 정보를 통해 통제 기술을 대입하게 된다"면서 "원헬스 연구를 통해 미래에 유행할 감염병을 정의하고 대응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미래 감염병(디지스엑스, Disease X)대응에 최선의 방법으로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신종 바이러스 융합연구단(CEVI 융합연구단)의 김범태 단장도 신종 코로나는 메르스와 사스보다 박쥐사스 코로나와 유사하다면서 개별, 단편연구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역설했다.

CEVI연구단은 진단, 예방, 치료, 확산방지를 위해 한국화학연구원을 중심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 등 출연연과 위탁기관 등이 참여한다. 참여 인력은 출연연 64명, 위탁·참여기관 9명 등 74명이다.

김 단장은 "21세기는 감염병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 환경 변화로 발생하는 문제와 국제교역과 여행 증가, 고밀도의 인구 분포, 미생물 적응력 변화 등으로 확산이 빠른 상황"이라면서 "실제 앞서 나왔듯이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 사스 등 신변종 바이러스성 감염병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치료제는 어느나라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5년간 800억원이 투입되며 200여개의 과제가 있지만 시장이 없어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도 상용화는 안된다. 임상 기회도 없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국가 비축을 담보하고 필수 예방 접종 등으로 시장을 확보해 연구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주무부처와 연구현장 간 긴밀한 소통체계도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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