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창작물 혁신성·영향력 계산 알고리즘 개발
문학 작품·그림·건축·디자인 등 창의성 평가 가능

KAIST 박주용 교수팀이 네트워크 과학과 빅데이터에 기반해 인간의 창작물의 혁신성과 영향력을 계산하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사진=KAIST 제공>
KAIST 박주용 교수팀이 네트워크 과학과 빅데이터에 기반해 인간의 창작물의 혁신성과 영향력을 계산하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사진=KAIST 제공>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등 우리에게 익숙한 거장들의 음악. 세계 명곡답게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아름다운 곡들이지만 왜 이토록 예술성과 창의성이 높게 평가받는지 과학적으로 알 길이 없었다. 이에 국내 연구진이 예술작품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KAIST(총장 신성철)는 박주용 문화기술대학원 교수팀이 네트워크 과학과 빅데이터에 기반해 인간의 문화⋅예술 창작물의 혁신성과 영향력을 계산하는 이론물리학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박 교수팀은 연구를 통해 음악 발전에 베토벤이 끼친 영향력을 수치적으로 규명하고, 후기 낭만파 시대의 거장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가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한 대표적 예술가임을 밝혀냈다. 

연구결과는 데이터과학전문지 'EPJ 데이터 사이언스'에 지난달 3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인간 고유영역으로 알려진 문화예술 창작에서 인공지능(AI) 등 컴퓨터 알고리즘이 널리 활용되며 예술 작품의 창의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 창의성 산물인 문화예술은 수치적 평가가 어려워 대규모 객관적 실험을 수행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연도별 대표적 작곡가들의 영향력 변천사. 신진 작곡가들의 성장과 과거 작곡가들의 영향력 소멸을 통한 패러다임 전환을 볼 수 있다.<사진=KAIST 제공>
연도별 대표적 작곡가들의 영향력 변천사. 신진 작곡가들의 성장과 과거 작곡가들의 영향력 소멸을 통한 패러다임 전환을 볼 수 있다.<사진=KAIST 제공>
연구팀은 1700년~1900년 사이에 작곡된 서양 피아노 악보로부터 동시에 연주되는 음정으로 만들어진 '코드워드(codeword)'를 추출하고 이론물리학의 한 분야인 네트워크 과학을 적용했다.

그리고 작품들 사이의 유사도를 측정해 작품들이 서로 얼마나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나타내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각 작품이 얼마나 혁신적인지, 또 후대의 작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통해 창의성을 평가했다.

연구를 통해 바로크⋅고전기(1710-1800년)의 대표 작곡가인 핸델과 하이든, 모차르트를 거쳐 고전-낭만 전환기(1800-1820년) 이후 베토벤이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작곡자로 떠오르고, 베토벤의 영향을 받아 리스트와 쇼팽 등 낭만기(1820-1910년)의 거장들이 등장하는 과정을 규명했다. 올해로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은 사후에도 100년 가까이 최고의 영향력을 유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개발을 주도한 박주용 교수.<사진=KAIST 제공>
연구개발을 주도한 박주용 교수.<사진=KAIST 제공>
연구팀은 후기 낭만파의 거장인 라흐마니노프가 과거의 관습은 물론 자신의 작품으로부터 차별화를 끊임없이 시도한 최고의 혁신적 작곡가였음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알고리즘을 통해 낱말, 문장, 색상, 무늬 등으로 만들어진 문학 작품이나 그림, 건축, 디자인 등의 시각 예술의 창의성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주용 교수는 "문화예술 창작물의 과학적 연구에 장벽이 되어온 창의성 평가라는 난제를 네트워크 과학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해결할 수 있음을 보였다"며 "특히 문화예술 창작 영역에서 컴퓨터의 활약이 커지는 상황에서 인간의 단순 계산력만을 따라하는 인공지능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인간 창의성과 미적 감각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인공창의성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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