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사장 원광연)는 소관 출연연과 3일 오후 5시부터 디딤돌프라자 2층 대회의실에서 '신종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출연연 기관장 간담회'를 갖고 연구현황 점검과 신종 코로나 대응전략 등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출연연 기관장을 비롯해 다수의 현장 연구자들이 참여해 각 기관의 연구 상황을 공유하고 협력점을 모색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신종 바이러스 융합연구단(CEVI 융합연구단)이 신종 코로나 분자진단과 면역진단 기술 개발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컨트롤 타워인 질병관리본부에서 배양중인 바이러스 샘플을 받는대로 기술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바이러스 샘플 배양까지는 2주정도 소요된다. 배양 세포주에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증식시키는데 3~4일, 세포 감염에 3~4일 등 3차례의 반복이 필요하다.

원광연 이사장은 "신종 코로나가 발생하고 확산되는 추세다. 출연연의 대책이 늦은감은 있지만 우리가 역량을 충분히 갖춘만큼 미래 어떻게 시스템적으로 대처할지, 네트워킹으로 효과적인 연구개발을 해 나갈지 논의하는 자리"라며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출연연간 정보 공유다. 바이러스 진단, 치료 등 각 분야별로 출연연마다 갖고 있는 기술을 접목하면 효과가 더 크다는 생각에서다. CEVI융합연구단에 다수의 출연연이 참여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바이러스 감염병은 진단과 확산방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치료제 중심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융합연구단도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 진단, 예방, 치료, 확산방지를 하다보니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생명연과 화학연에서 백신을 연구하는데 서로 교류는 미약했다. 더 오픈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바이러스성 감염병 진단은 센서 기술이 중요하다. 우리도 센서 연구팀이 있는데 KIST나 ETRI도 센서 연구를 잘하는 것으로 안다. 바이오 분야도 하는지 정보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면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병권 KIST 원장은 "KIST도 센서 분야 관심이 많다. 진단분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를 잠복기에도 진단할 수 있는 고감도 센서를 먼저 개발하면 좋겠다"면서 "신종 코로나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연구회 중심으로 출연연이 모여서 정보를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모으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규환 재료연구소 부소장도 조기진단 센서 가능성을 자신했다. 그는 "재료연에서 나노 형광물질로 센서를 개발해 하버드대와 패혈증 임상을 진행 중이다. 융합연구단에 기여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고 밝혔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신종 코로나 대응으로 과학계의 긴밀한 협력과 긴급 대응책을 제안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는 처음 감염되는 것으로 기존과 다른 차원이다. 때문에 범용 플랫폼보다 게릴라성 전투같은 대비가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데 과학계에서는 진단법을 빨리 개발해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분자진단은 시간이 걸리므로 면역진단 기술로 현장에서 바로 진단할 수 있도록 출연연이 협력해 빠르게 개발하는게 필요하다"면서 "연구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을 논의해야 한다. 환경-동물-사람을 같이 연구하는 원헬스 연구개발로 신·변종 바이러스를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의학을 통한 협력방안도 제시됐다.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은 "CEVI융합연구단을 통해 천연후보물질을 제공하며 협력하고 있다"면서 "중국 사무소를 활용해 신종 코로나 1일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 자재 개발 정보도 공유됐다. 정문경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부원장은 다중이용시설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 자재 시공을 소개했다. 그는 "병원, 유치원 관공서 등 다중 이용시설에 자재를 적용해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면서 "또 위험지역에서 오는 사람들 정보를 공유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데 공항, 항만은 국토부, 바이러스는 질본 등으로 각각 운영되며 확산 방지에 어려움이 있다. 부처마다 긴밀한 협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 데이터 정보의 공개 논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최희윤 KISTI 원장은 "신종 코로나 위험도, 메르스 사스와 비교한 신종 코로나 등 여러가지 데이터를 갖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정도의 데이터 공개도 논의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연구자간 협력을 위한 자리 필요성 의견도 나왔다. 실제 연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며 같이 연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조성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원장은 "신종 코로나처럼 긴급상황은 역량의 통합도 필요하다. 기관장들의 논의 장도 중요하지만 실제 연구자들이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자리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명준 ETRI 원장은 IT바이러스는 전세계가 공조해 즉각 대응하는 구조임을 설명하며 바이러스 분야도 활발한 국제 공조 필요성을 제안했다.

한편 연구회는 향후 신종 코로나 대응 관련 출연연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유관부처, 지자체, 의료계 등과도 긴밀한 협조체계를 운영할 예정이다.

다음은 참석자 명단(이름순).
▲김광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김명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김영기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김종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 ▲박동준 한국식품연구원 원장 ▲송창우 안전성평가연구소 소장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 ▲이규환 재료연구소 부소장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 원장 ▲이병권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정문경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부원장▲조성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원장 ▲최희윤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