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한림원,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 토론 개최
이재갑 교수 "백신 개발 1년 이상 예상···방역 당국, 서너 수 앞서 전면전 치러야"  

이재갑 한림대 의과대 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사진=과기한림원 영상>
이재갑 한림대 의과대 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사진=과기한림원 영상>
"신종 코로나는 환자와 밥을 같이 먹는 수준에서 감염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사람이 감염시키는 수가 점점 느는 것을 보면 2009년 신종플루보다 전파력이 강하다 해석할 수 있다. 치료백신 개발은 1년 이상 소요가 예상된다. 지역사회 전파가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방역 당국이 바짝 긴장해 서너 수 앞보고 전면전을 치러야 한다."
 
이재갑 한림대 의과대 교수는 5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모르는 신종 감염병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당국이 앞서가지 않으면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3, 6번 환자 추적조사 결과 보통 증상이 강해지면 전파가 잘 되는 바이러스와 달리 신종 코로나는 증상 초기부터 전파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일반 독감처럼 열이 확 올라 증상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증상이 나타나 민감하지 않은 이상 환자 자신도 알게 모르게 초기에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중국에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지만, 국내 확진자들은 중국보다 일본, 태국, 싱가폴 등에 다녀온 후 증상을 앓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그는 "지금의 검역방법으로는 막을 수 있는게 거의 없다. 지금 우리 목표는 의심되는 환자를 진단하고 감염을 막아 지역사회 전파가 더는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감염병이 가장 무서운 것은 어떤 형태로 바이러스가 퍼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한두 단계 앞서 준비해도 막상 계획을 실행할 때는 이미 늦는 경우가 있다"면서 "상황이 빨리 악화하고 있는 만큼 보건당국이 서너 수 앞보고 전면전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용석 경희대 교수는 박쥐를 통한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 출현을 경고했다. 다만 그는 이번 신종 코로나 숙주로 알려진 관박쥐는 농경에 도움이 되는 포유류로 원헬스 개념을 도입해 인간과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과기한림원 영상>
정용석 경희대 교수는 박쥐를 통한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 출현을 경고했다. 다만 그는 이번 신종 코로나 숙주로 알려진 관박쥐는 농경에 도움이 되는 포유류로 원헬스 개념을 도입해 인간과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과기한림원 영상>
또 다른 발제자인 정용석 경희대학교 이과대학 생물학과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돌연변이 발생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지만, 재조합을 일으키는 복제전략의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은 유전자 배치를 자유롭게 해 다양한 포유류를 숙주로 삼을 수 있으며, 이동 가능성이 크고 신종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도 갖는다는 뜻이다. 그는 "사스나, 메르스, 신종 코로나도 재조합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쥐를 통한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 출현도 경고했다. 그는 "인수공통 바이러스의 흐름을 보면 야생조류, 야생박쥐들이 여러 바이러스의 온상이다. 박쥐들끼리는 재조합 돌연변이 축적이 이미 많이 준비됐을 것"이라며 "그 전파과정에서 우연히 나온게 이번 신종 코로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들은 중간 매개 숙주를 통해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킨다. 이미 상당 부분 나온 것 같지만 아직도 여러 개 줄 서 있을 것"이라며 "자연-동물-사람을 하나로 놓고 보는 원헬스 개념 연구의 실질적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중국인 입국 막는 것 답? "효과 미미"
 
이어진 토론에서는 다양한 Q&A가 진행됐다.

중국에서 추가환자가 자꾸 늘어가는 상황에 국경을 닫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종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16, 17, 18번 환자는 싱가폴, 태국, 일본에서 왔다. 바이러스가 여기저기 널렸는데 국경을 차단한다고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며 "우리가 열심히 손을 닦는 등 에티켓을 갖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 온상인 박쥐를 없애는 것이 해결책이냐는 질문에 대해 정용석 교수는 "포유류의 20%가 박쥐다. 신종 코로나 숙주로 보이는 관박쥐는 곤충을 먹고 살기 때문에 농경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환경 파괴가 생기는 것과 비슷한 존재"라며 "우리가 그들과 어떻게 어우러져 살지를 먼저 고민해야한다" 고 답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중국의 사망률에 대해 이종구 교수는 "의료자원 대처능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환자가 너무 많아 의료기관이 마비돼 제대로 환자를 보살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 이 교수는 "우리도 과거 인플루엔자 일주일만 더 늦게 잡았다면 모든 의료기관이 마비되 심각한 상황에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로 모임들이 취소되는 가운데 이재갑 교수는 "지역사회 전파가 가능해지면 전 국민이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도 써야 하지만 아직은 그럴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하지만 전반적인 모임 자체는 조심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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