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박물관-6]균형감각의 비밀을 찾아서...하버드大 박수경 자세제어 박사편

노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갑자기 자세를 바꾸면 어지러움을 느낀다. 때문에 쉽게 넘어쳐 다치거나 심하면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미국의 한 의료통계에 따르면 노인들이 넘어져 직·간접적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암발병 사망율보다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최근 몇년 사이 미국에서는 노인들의 균형감각을 회복시키기 위해 '인간 자세제어 연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7년여동안 자세제어 연구를 해온 박수경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원은 "사람들은 어지러우면 흔히 빈혈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박 박사는 KAIST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오는 12월중 대덕연구단지의 새식구가 될 예정이다. 그는 "사람이 균형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귀, 눈, 근육, 그리고 뇌에 의해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귀'는 소리를 듣기만 할 뿐 아니라 신체의 균형을 느끼는 가속도와 속도를 감지한다. 마찬가지로 '눈'은 속도를 감지하고 '근육'은 위치와 속도를 감지해 낸다.

▲ 박수경 하버드 의과대 연구원 ©2003 HelloDD com
감지된 신호들은 '뇌'로 보내진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선 귀, 눈, 근육으로부터 받은 균형감각 신호들을 종합해 각 관절들에게 올바른 신호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회전의자에 앉아 빙그르 돌다가 내리면 마치 반대쪽으로 돌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귀에서 감지한 신호와 근육과 눈에서 보낸 신호들이 뇌에서 종합될 때 반작용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문제는 중년이후 노인이 되면 귀, 눈, 근육은 물론 뇌의 퇴행성 변화가 지속되는 것이다. 박 박사는 "노인들이 넘어지는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면 쉽게 안 넘어지도록 진단하고 대처할 수 있다"면서 "급격한 노령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인간 균형감각의 원인 규명과 진단에 관한 연구는 새로운 차세대 '금맥'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자세제어 연구는 사람같이 움직이는 '휴머노이드로봇'을 개발하는데 상당부분 응용될 수 있다. 박 박사는 "아직 인간 자세제어에 대한 연구는 걸음마 수준이지만 균형을 감지하는 귀의 '전정기관'을 대체할 수 있는 신경칩이 개발돼 현재 환자들에게 적용되고 있다"며 "노인들이 넘어져 다치는 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는 미래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