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신지희 식품연 헬스케어연구단 연구원
韓, 비만·고혈압 꾸준히 증가···한식 콜레스테롤 감소 증명해

인간의 장 속에는 인체 세포 수 10배가 넘는 약 100조개 미생물이 살고 있다. 최근 이 생태계를 구성하는 '장내미생물' 종류와 조성 비율이 비만·당뇨로 대표되는 만성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장내미생물 조절로 만성질환 발생과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장내미생물 조성은 매일 섭취하는 음식이 가장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절한 식습관으로 장내미생물을 조절하면 만성질환을 예방·관리할 수 있다.

올해 초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2017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식생활은 지속적으로 서구화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원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중 지방 섭취로 발생하는 열량이 2007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식품군 별 섭취량도 육류는 2007년 대비 44% 증가했지만, 채소류는 4% 감소했다.

서구화한 식습관은 만성질환 유병률과 연관이 깊다. 실제로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남성 비만,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2007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7년에는 각각 42.4%, 32.3%, 20.0%를 넘었다. 이에 따라 한식의 만성질환 예방·관리 기능 연구가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식은 서구형 식단에 비해 콜레스테롤, 포화지방산, 육류 단백질 함량이 낮지만 발효식품과 식이섬유소 함량이 많다. 한식의 여러 발효식품은 다양한 유익균을 포함해 우리 몸에 이로운 장내미생물 유지를 도와준다. 식이섬유소는 인체가 직접 분해하지 못하고 장내미생물이 분해하는데,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단쇄지방산이 면역기능 조절 등 건강에 유익한 역할을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통적 한식을 섭취하는 청소년은 서구형 식사를 섭취하는 청소년에 비해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프로바이오틱스로 잘 알려진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미국인 대상 연구에서도, 한식 섭취 그룹이 서구형 식사 섭취 그룹보다 총 콜레스테롤과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이 감소하는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한식의 긍정적 영향은 일부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으나 과학적 증빙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많은 한식 연구가 김치나 된장 등과 같은 단일 식품 섭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종합적인 식습관으로서 한식의 우수성 증명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이에 반해 세계적으로 '건강한 식사'로 알려져 있는 지중해식 식단의 경우, 다양한 식품으로 구성된 식단의 건강상 이점과 장내미생물 변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중해식 식단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 폴리페놀, 식이섬유소, 항산화물질이 건강에 유익한 장내미생물을 증가시킨다. 그로 인해 심혈관계 질환 위험 감소, 항염증 효과, 면역계 활성화가 보고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지중해식 식단 효과를 한 시점에서 관찰한 횡단연구, 오랜 기간 추적 관찰한 종단연구, 식단을 직접 섭취한 뒤 그 효과를 관찰하는 인체적용시험 등 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한 다양한 연구 노력으로 가능했다.

한식은 과거 어느 때보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 의학 권위지 란셋(The Lancet)은 2030년 태어날 우리나라 국민 기대수명이 35개 선진국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한 유력지도 한국의 기대수명이 높아진 것은 사회경제적인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으나, 한국인이 늘 먹는 한식이 건강 유지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한식이 건강에 미치는 우수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횡·종단연구, 인체적용시험 연구 등을 통한 과학적 증명이 절실히 요구된다. 나아가 이러한 연구에서 장내미생물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다뤄져야한다. 한식이 장내미생물을 통한 건강관리를 대표하는 글로벌 식단으로 각광받기를 기대한다.

만성질환유병률 추이. <표=한국식품연구원 제공(2017 국민건강통계 발췌)>
만성질환유병률 추이. <표=한국식품연구원 제공(2017 국민건강통계 발췌)>
◆ 신지희 연구원은

신지희 연구원. <사진=한국식품연구원 제공>
신지희 연구원. <사진=한국식품연구원 제공>
신지희 연구원은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연구본부 헬스케어연구단에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신지희 연구원은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연구본부 헬스케어연구단에서 연구를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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