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영식 동국대 석좌교수
"과기 공직 은퇴 후 5년···지성학으로 더 나은 세상 만들고 싶어"

공직을 은퇴하고 대학 교수로 작가로 회사 고문 등 바쁘게 지내고 있는 김영식 교수. 그는 "물이 고여 뿌리가 썩듯, 과학기술이라는 뿌리만 봐선 안 된다. 복잡해지는 사회와 4차산업혁명이라는 변화 속에 과학기술계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생각의 폭을 확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사진=김지영 기자>
공직을 은퇴하고 대학 교수로 작가로 회사 고문 등 바쁘게 지내고 있는 김영식 교수. 그는 "물이 고여 뿌리가 썩듯, 과학기술이라는 뿌리만 봐선 안 된다. 복잡해지는 사회와 4차산업혁명이라는 변화 속에 과학기술계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생각의 폭을 확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지금껏 자기 분야만 말하는 사람들 많이 봤습니다. 자기 것만 강조하면 아무 쓸모가 없어요. 전체를 봐야죠. 과학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기술이 두뇌라면 이를 실행시킬 손발, 심장, 몸통도 함께 키워야 합니다."
 
공직을 은퇴한 과학기술 전략가 김영식 동국대 석좌교수는 "내가 맡은 일을 충실하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톱니바퀴가 돌아갈 수 있도록 전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복잡해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식보다 넓게 볼 줄 아는 지혜가 더 필요한 순간이 많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식인이 지녀야 할 기본 소양을 갖추면서 지식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학문. 그는 이를 한마디로 '지성학(知性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성학을 통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를 풀어보자는 제안도 했다.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생명과학,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다양한 기술 융합이 요구되는 만큼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이 더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그는 "전염병의 급속한 확산 등 예기치 못한 변화에서 지금 우리가 전체 흐름을 파악해야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 "복잡해지는 사회 속 '세상 바라보는 눈' 가져라"
 
"우리가 잘살려면 얼마나 잘 살겠습니까. 소박하면서 야무진 꿈을 꾸는 것. 소박하지만 넉넉한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모두 작은 부자가 되기 위해 과학기술을 품고 생활화해야 합니다."
 
유년 시절을 산골짜기 시골에서 보낸 김영식 교수는 동네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논, 밭의 품앗이를 하며 어른들의 일손을 도왔다. 가마니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널뛰기도 자주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살맛 나는 세상과 소박한 행복론,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를 찾았다. 상대방이 아무리 무거워도 호흡을 잘 맞추면 높이 띄울 수 있는 널뛰기처럼, 드넓은 논 밭일을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라면 해낼 수 있구나를 깨달았다.
 
성인이 되어 오랜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공무원이자 과학자, 교수, 기업의 관계자로 활동하며 모든 것에는 함께, 그리고 연결고리가 있다는데 공감했다. 하지만 현실은 함께가 아닌, 자기 분야만 중요하다고 외치는 개인이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흔적을 남긴 것이야말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덧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게 아니라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사진=김지영 기자>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흔적을 남긴 것이야말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덧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게 아니라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사진=김지영 기자>
그는 "자기가 맡은 것에만 충실한 것이 아니라 전체 속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지혜야말로 국익과 환경에 영향을 준다"면서 "'지성학'을 갖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과학기술계가 지성학을 지녀주길 바랬다. 과학기술이 사람으로 치면 두뇌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두뇌만 있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두뇌(과학기술)를 움직일 심장(금융 세제), 손발(경영), 혈액(자금), 혈압(금리)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 결국, 모든 것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돌아간다"면서 "물이 고여 뿌리가 썩듯, 과학기술이라는 뿌리만 봐선 안 된다. 복잡해지는 사회와 전염병 창궐이라는 변화 속에 과학기술계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생각의 폭을 확대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더불어 김 교수는 더 나은 참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가 과학기술을 품고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가 과학기술 발전역량에 집중하는 가운데 과학의 생활화와 생활의 과학화로 우리가 과학기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이다.
 
특히 그는 "과학기술의 생활화는 최근 발생한 신종 코로나나 조류독감, 구제역과 같은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고 과학수사나 공장의 원가절감 등 국민의 편의성을 도모할 것"이라며 "과학기술의 합리, 능률, 창조라는 정신에 기반해 사회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우리는 과학기술 개발 자체는 잘하지만 생활에 적용하는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 올바른 가치관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것처럼 객관적 종합적으로 생각하는 과학적 사고를 함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과학기술계 부탁의 말도 전했다. 그는"KDI(한국개발연구원)가 매년 대한민국의 올해 경제전망을 하듯 우리의 목표와 올해 하고자 하는 과학기술 전망을 국민에게 전달했으면 좋겠다"며 "1년 안에 할 수 없는 일이더라도 계획을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은 차이가 있다. 그런 의미를 담아 과학기술 전망을 해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과학기술의 성공사례만 보지만, 그것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역경과 철학이 있다. 연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연구진이 함께 만든다. 이런 부분들이 국민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글을 쓰고 강연하며 그가 말한 참한 세상 이루기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꾸준히 운동하며 건강을 유지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넓혀주는 도전과 희망의 전도사로 활동할 계획이다.
 
그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흔적을 남긴 것이야말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덧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게 아니라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식 교수는 과기처 사무관을 시작으로 기초연구국, 원자력국 등 부처 내 고위간부를 거쳐 러시아주재 한국대사관 초대과학관, CHA 의과학대학교 교학부 총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정책연구소장, 국립중앙과학관장과 과학기술인 공제회 이사장 역임했다.

공직을 떠난 지 올해로 5년째. 은퇴 후 기술벤처재단 이사장과 IT·BT 기업의 고문, 대학교수로 활동하며 책을 집필하는 등 과학기술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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