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관 KAIST 교수팀·장경순 기초지원연 박사팀 협업
철 이온 흡착 위해 경쟁자인 공생미생물 제거할 물질 생산

조병관 KAIST 생명과학과 교수(좌)와 이남일 KAIST 생명과학과 학생(우). <사진=KAIST 제공>
조병관 KAIST 생명과학과 교수(좌)와 이남일 KAIST 생명과학과 학생(우). <사진=KAIST 제공>
매년 항생제로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 감염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새로운 항생물질 발굴의 실마리를 찾았다. 철 이온 농도에 따라 토양미생물이 항생물질을 만드는 정도가 달라지는 사실을 규명해낸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조병관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과 장경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 연구팀이 방선균과 점액세균의 상호작용을 이용해 방선균의 항생물질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요소를 찾아냈다고 11일 밝혔다. 

방선균(放線菌)은 흙이나 마른 풀 등에서 자라는 토양미생물이다. 자연 상태에서 항암·항생 효과를 내는 다양한 물질을 생산하는 특성을 지닌다. 이런 배경에서 전 세계 항생제 대다수도 방선균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실험실 환경에 있는 방선균은 유기물질을 합성하는 대사 활동이 억제된다.  

공동 연구진은 토양미생물이 자라나는 자연 환경에서 철(Fe)의 농도를 주목했다. 예컨대 방선균을 다른 토양미생물인 점액세균과 함께 배양할 경우 항생물질 생산이 촉진되지만, 공생 배양에도 불구하고 철 이온을 충분히 공급한 경우 항생물질 생산이 일어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방선균을 배양하는 과정에서 철 이온 공급을 줄이자 항생물질 생산이 촉진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철 이온 농도가 방선균의 항생물질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러한 현상은 방선균과 점액세균이 철 이온을 두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방선균이 경쟁자인 점액세균의 생장을 억제시키기 위해 상생 물질 생산에 집중했다. 

점액세균은 철 이온 흡착 자체에 집중하지만, 방선균은 철 이온을 흡착하면서 경쟁자도 제거할 수 있는 구조의 항생물질을 생산하는 과정을 보였다.

연구진은 실제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8종의 방선균을 철 이온이 결핍된 배양조건에서 배양해 신규 이차대사산물을 포함한 총 21개의 항생물질 생산을 유도했다.

이번 연구는 방선균이 생산할 수 있는 이차대사산물 중 절반 이상이 아직 구조와 효과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철 이온 농도 조절을 통한 이차대사산물 생산을 유도한 성과다. 향후 신규 항암·항생제 발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글로벌프론티어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생태학 분야 국제학술지 The ISME journal에 1월 28일 게재됐다. 

방선균과 점액세균을 함께 배양 할 경우 방선균의 항생제 생산이 촉진된다. <사진=KAIST 제공>
방선균과 점액세균을 함께 배양 할 경우 방선균의 항생제 생산이 촉진된다. <사진=KAIST 제공>

8종의 방선균을 철 이온 결핍 환경에서 배양한 결과 21개의 항생물질 생산이 유도되었다. <사진=KAIST 제공>
8종의 방선균을 철 이온 결핍 환경에서 배양한 결과 21개의 항생물질 생산이 유도되었다. <사진=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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