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숲에는 정말 우주가 존재하는 것일까?'

최병관 지질자원연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최병관 지질자원연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사람들이 하나의 일에 꾸준히 몰두하기는 어렵다. 그 기간이 얼마든 사람들은 같은 일을 지속적으로 하기를 꺼린다. 사람이란 지루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일이 재미있다면 사정은 달라질 지도 모른다. 

'숲에서 우주를 보다'는 미국 테네시주 남동부 산악지대의 오래된 숲이 그 배경이다. 저자인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은 그 숲속에 약 1m가 넘는 둥근 지역을 '만다라'라고 칭하고, 1년동안 관찰하며 기록했다. 1년 동안 관찰 기록 각각을 43편의 단편들로 구성햇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겨울에서 시작해 겨울로 끝난다. 어찌 보면 짧기도 하고, 어찌 보면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지 해스컬은 미국의 생물학자이자 작가로 시워니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다. 그는 자연세계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관조적 성찰을 통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과학적 탐구와 문학적 글쓰기를 추구하는 작가이다.(개인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관점이기도 하다.)

나는 개인적 관점에서 책을 읽으며 다음과 같은 문장 속에서 저자의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절묘한 조화를 목격했다. 독자들도 한번 감상해 보시라. 뉴욕 타임스가 왜 '해스컬은 생물학자처럼 생각하고 시인처럼 쓴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키 작은 식물 중에서 휴면에 들어가지 않은 것들은 가난한 삶에 적응해 빛의 부스러기로 연명한다. 숲의 풀은 식성이 소박하고 몸매가 날씬한, 식물계의 사막 염소다.(p 203)

코요테가 동부를 차지하는 과정은 숲과의 춤이었다. 코요테의 식성과 행동은 동부의 리듬에 맞추어 스템을 밟았다. 파트너인 숲은 새 스템을 덧붙이고 잊히다시피 한 옛 동작을 생각해냈다.(pp 210~220)

자연계를 약육강식의 무자비한 전쟁터로 바라보는 낡은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식물을 나눔과 경쟁의 두 측면에서 볼 수 있도록, 숲에 대한 새로운 비유가 필요하다. (중략) 우리의 마음은 나무와 같다. 문화라는 균류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면 성장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pp 321~322)

저자는 어느날 티베트 승려들이 모래로 만다라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전한다. 즉, 만다라 안에 우주 만물이 들어 있듯, 자신도 극히 작은 것을 섬세하게 관찰하면서 우주를 탐색하고 관찰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숲에서 우주를 보다'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앞서 나는 두 장의 사진에 주목한다. 책띠를 제거하면 멋진 사진을 볼 수 있다. 이 사진을 보노라면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청량제같다. 가슴이 뻥 뚫린다.

다른 하나는 저자 조지 해스컬의 사진이다. 여느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진과는 다르다. 사진에서 우리는 돋보기를 들고 숲속을 관찰하는 물아지경에 이른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일에 몰입해 있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하다면 과장일까.

책은 날짜별로 1년 동안 계속되는 관찰을 그대로 옮겨놨다. 새해 첫날인 1월 1일부터 기록은 시작된다. 글의 제목은 '결혼'이다. 조지 해스컬은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을 벗어나 이끼가 끼고 마모된 커다른 바위 뒤를 돌아 숲으로 들어간다. 마침내 산 중턱의 우묵땅 너머에 그의 푯돌이 보인다. 낙엽 더미를 뚫고 솟아오른 기다란 모양의 바위, 그 사암 덩어리가 만다라의 한쪽 끝이다.

저자는 이 곳에 앉아 천천히 만다라를 살핀다. 한 겨울의 숲은 마치 죽음처럼 어둡기만 하다. 썩어가는 낙엽들은 얼룩덜룩한 갈색이다. 죽음에 색깔이 있다면 이런 색일까?

1m의 우주를 꼼꼼히 살피는 저자의 시선은 지의류에 머문다. 지의류는 균류와 조류, 또는 균류와 세균이 합쳐진 것이다. 저자는 지의류가 어떻게 추위를 이겨내는지부터 시작해 균류와 조류의 만남과 자기 복제를 기술한다. 더 나아가 지의류의 삶을 결혼 생활에 빗대거나 '장자'에 등장하는 폭포수 아래에서 헤엄치는 남자의 이야기와 연결시킨다. 글의 초점은 만다라의 주인들이 어떻게 상생하는 제휴 관계를 맺는가라고 할 수 있다.

관찰일기는 '관찰'이라는 이름으로 12월 31일 끝난다. 별들이 하나 둘 불을 켜듯 빛나는 캄캄한 밤하늘 아래에서 코요테 울음소리를 들으며 마무리된다.

조지 해스컬은 1년 동안의 관찰을 끝내며 이렇게 글을 맺는다. 후기와 감사의 말을 제외하면 책의 본론에서 가장 마지막 부분이다. 저자의 마무리는 이렇다.

그리하여 나는 이 만다라에서 이방인이자 구성원으로서 관찰을 계속한다. 밝은 달이 숲을 은은한 은빛으로 비춘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낙엽의 원을 가로지르는 내 달그림자가 보인다.(p 342)

책을 읽으면서 조지 해스컬의 숲 관찰기에 빠져들었지만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림이나 도표가 많았으면 하는 것이다. 책에는 이끼, 지의류, 균류 등은 물론이고 도롱뇽, 달팽이, 코요테, 독수리 등이 나오는데 이들에 대한 사진을 실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