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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관의 아·사·과 15] 뼈가 들려준 이야기

글: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뼈에 내 인생의 역사가 모두 담겼다? 

이번에 독자들과 함께 읽어볼 책은 진주현 박사의 '뼈가 들려준 이야기'이다. 과학책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저자가 인류학자인 것만 보더라도, 아니 책 제목만 봐도 인류학책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뼈가 들려준 이야기'는 부제가 재밌는 뼈, 이상한 뼈, 오래된 뼈라고 한 데서 알 수 있듯 쉽고, 지적이고, 재미있고, 매력적인 책이다. 뼈에 대한 탄탄한 이론을 풍부한 사례들이 잘 뒷받침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과 인문학의 조화를 얘기하는데, 나는 이 책에서 과학과 인문학이 절묘하게 하모니를 이루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은 전문 학술서는 아니지만 뼈 연구에 힘입어 발전해온 고인류학 역사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일반인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책에는  선진국들이 광대한 뼈 자료를 수집해 그 속에 나타난 인류의 역사와 진화의 흔적, 뼈에 나타난 남녀, 인종, 연령별 차이 같은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사족이지만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각종 뼈에 대한 풍부한 그림을 보고 있으면 뼈를 한 눈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누구일까? 저자인 진주현 박사의 이력은 다소 독특하고 이채롭다. 미술사를 전공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했다가 우연히 '최초의 인간 루시'를 읽고 그만 인류학으로 인생을 바꿨다.(책은 정말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그는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중국 등지의 발굴 현장에서 인류의 진화와 기원을 연구했다. 미국 하와이에 있는 미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기관에서 미군 유해를 분석해 유가족에게 인도하는 일을 해왔다. 어떤 경우에는 하와이에서 발견된 무연고 유해감식에도 나서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서론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뼈가 들려준 이야기'를 발굴해 보자. 저자는 뼈가 왜 중요한지 강조한다. 그 출발점은 프롤로그 '뼈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부터 시작된다.

뼈는 우리 몸속에서 평생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죽은 사람의 뼈만 봐도 이 사람이 나이가 몇이었는지, 여자인지 남자인지, 키는 얼마나 컸었는지, 몸을 많이 썼던 사람인지, 잘 먹던 사람인지 굶주리던 사람인지와 같은 것들을 대강 짐작할 수 있다.(p 9)

뼈에는 한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도 담겨 있다. 사람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진화하기까지 거쳐온 수백만 년의 역사가 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수백만 년 전에 아프리카 땅을 누볐던 인류 조상의 뼈가 세월에 따라 변해온 모습을 통해 우리는 먼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p 10)

이제 '뼈가 들려준 이야기'가 들려주는 상세한 목소리를 들어보자. 우선 몸 속에 있는 뼈에 대한 설명이다. 몸 속에는 얼마나 많은 뼈가 있을까?  그 궁금증부터 해결해 보자.

11주 된 태아의 몸에는 나중에 뼈로 변하게 될 부분이 800개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배 속에서 어느 정도 뼈가 자라면 아기가 태어날 무렵에는 그 수가 450개로 줄고, 어른이 되면 206개의 뼈만 남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뼈의 숫자는 줄어든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유머를 던진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대든다는 말 대신 뼈도 안 붙은 것이 까분다는 말이 더 맞다"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쇄골(빗장뼈)에 대한 부분이 재미있다. 쇄골은 우리 몸에서 가장 늦게 붙는 뼈인데 20대 중반을 넘어가야 비로소 쇄골에 가서 완전히 붙는다. 독특한 것은 우리 몸에서 가장 늦게 성장이 끝나는 쇄골이 정자와 난자가 만난 지 불과 5주 만에 엄마 배 속에서 가장 먼저 생기는 뼈라는 사실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동학대와 관련된 부분도 흥미를 돋군다. 예전에는 아동학대로 어린이가 죽어도 어른이 거짓 진술을 하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옛말이 됐다. 지난 수십 년간 뼈 전문가인 법의인류학자들과 의사들이 힘을 합쳐 아동 학대 케이스를 구체적으로 연구해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기 의사 표현이 서툰 아이들을 대신해 "저 좀 구해주세요. 엄마 아빠가 때려요"라고 갈비뼈가 대신 말해 줄 수 있다고 전한다. 물론 요즘같이 아이들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세상에서 아이를 때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아이들을 때리면 들통난다. 용서받을 수 없다.

'뼈가 들려준 이야기'는 친절하게도 평소 우리들이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임신부가 앞으로 고꾸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자. 사람의 몸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요추 5개 중 밑에 3개가 남자와 여자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여성의 요추는 남성에 비해 각도가 아래쪽으로 틀어진, 즉 S자 형태로 구성됐기 때문에 몸의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단언코 이건 내 주장이지만 남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여자보다 열등하다. 몸의 균형도 여자보다 못잡지 않는가!)

이 연구 결과는 2007년에 학술지 네이처에 실려 '임신부가 앞으로 고꾸라지지 않는 이유 드디어 발견'과 같은 기사로 전 세계로 펴져 나갔다.

저자는 "뼈는 한 사람의 인생과 당대의 사회상, 인류의 역사를 담고 있는 증인"이라며 "뼈는 지구 생명체의 역사를 담고 있는 보고"라고 강조한다.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하는가? '뼈가 들려준 이야기'를 읽으며, 인류 진화 연구의 중요한 열쇠가 바로 뼈라고 강조하는 진 박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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