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는 과학자들④]美·英·日 해외사례편
'비상사태 과학자문집단·TF' 등 각국 전문가 통한 대응책 마련
정보홍수·가짜뉴스 사이 과학적 근거·지식 국민과 정부에 전달

전문가는 힘이 있다. 미국, 영국, 일본의 과학·의학계 전문가들이 코로나19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 정부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발표하는 내용은 매우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다만 넘쳐나는 정보홍수와 가짜뉴스 사이에서 과학적 근거와 지식을 바탕으로 정확한 정보를 국민과 정부에게 발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은 코로나19사태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부통령인 마이크펜스를 책임자로 임명하고 '코로나19 TF'를 구성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센터장과 앤서니 파우치 NIAID(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연구소장, 보건복지부장관, 미의회 보건관련 상임위원장이 중심이다. 美 코로나19 TF는 연방 비상사태 관리 기관이 재난수준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국가 비상사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미국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발족한 TF 구성원이다. 그는 과학적 근거와 지식을 바탕으로 전문가적 견해를 소신있게 국민에게 발표하며 미국 내 신뢰의 아이콘으로 재조명되고 있다.<사진=NIAID 홈페이지>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미국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발족한 TF 구성원이다. 그는 과학적 근거와 지식을 바탕으로 전문가적 견해를 소신있게 국민에게 발표하며 미국 내 신뢰의 아이콘으로 재조명되고 있다.<사진=NIAID 홈페이지>
특히 주목받는 인물은 과학자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다. 그는 과거 HIV, 사스, 메르스, 에볼라 등 각종 바이러스와 싸우며 정부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지난 경험과 전문가적 견해를 소신있게 발신하며 최근 미국 내에서 신뢰의 아이콘으로 국민에게 재조명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다른 정치인들이 코로나19와 관련 안이한 설명을 내놓는 것을 일일히 반박하며 국민에게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한 신뢰성 있는 발언으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말에 그는 "항바이러스제가 병을 덜 심각하게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되고 있다"고 답했다. '봄이면 사라질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도 "그럴지도 모르지만,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알 길이 없다"고 언급했다. 

11월 대선 전까지 코로나19 백신을 마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독촉에도 앤서니 소장은 "안전성과 효능 점검까지 백신개발에 최소한 18개월 걸린다"는 입장을 확고히 밝히기도 했다. 

NIAID는 백신개발센터에서 이미 코로나19에 대한 임상1을 진행 중이며, 효과가 좋으면 임상2를 진행할 계획이고, 동시에 파이저(Pfizer) 등 글로벌제약사들이 백신을 대량생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계획에 차질없이 진행되면 18개월 안에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앤서니 소장 발언은 이 같은 사항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앤서니 소장은 지난 12일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에서 제대로된 검사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결함을 인정해야 한다"며 미국의 바이러스 검사 국가시스템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으며, "코로나19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계절 인플루엔자보다 10배는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英 정부, SAGE 조언 바탕으로 국가 비상사태 의사결정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의사결정에 SAGE(Scientific Advisory Group on Emergencies, 비상사태 과학자문집단)의 과학적 조언을 받고 있다.  SAGE는 영국 정부 최고과학고문인 패트릭발랜스 경장이 이끄는 그룹이다. 1999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업무에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WHO 사무총장이 설립했다.

비상사태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구성원은 정부 내 주요 전문가와 학계 및 산업 분야의 전문가를 포함한다. 국무조정실 브리핑룸에서 영국 정부가 의사 결정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 상황에 맞는 적당한 조언을 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빈번하지는 않지만 정부관계자나 전문가들이 코로나19 관련 정책을 발표할 때 SAGE를 언급하며 그 역할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최근 보리스 존슨 총리는 한 매체출연을 통해 "(SAGE로부터)학교 휴업이나 대규모 행사 취소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데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조언받았다"고 말했다.

웨일스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프랭크 애더튼 박사도 코로나19 대응 행동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SAGE는 모든 증거를 살펴보고 영국의 최고 의료책임자(CMO) 4명에게 조언을 한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정책 결정을 내리는 장관들에게 조언을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영국 정부는 SAGE의 과학적 조언을 토대로 "영국 최고 의료 책임자들이 14일 동안 중국 본토, 태국, 일본,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또는 마카오에서 영국으로 여행을 간 뒤 기침이나 열, 호흡곤란 등 증상이 미미하더라도 이를 겪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실내에 머무는 것과 NHS 111에 전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공표한 바 있다. 

한편, SAGE는 2016년 지카바이러스와 2015년 네팔지진,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2013년 영국 겨울홍수, 2011년 일본 원전사고 등 비상사태 대응하기 위해 움직인 바 있다. 

◆ 日, 12명 전문가로 '코로나19 전문가회의' 구성

미국, 영국, 일본의 과학·의학계 전문가들이 코로나19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 정부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총 6번의 전문가회의를 갖고 기자회견을 통해 내용을 공유했다. 이들이 발표하는 내용은 매우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다만 넘쳐나는 정보홍수와 가짜뉴스 사이에서 과학적 근거와 지식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발신하고 정부에게 과학계의 의견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의미있어 보인다.<사진=지난 9일 일본전문가회의 영상 중>
미국, 영국, 일본의 과학·의학계 전문가들이 코로나19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 정부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총 6번의 전문가회의를 갖고 기자회견을 통해 내용을 공유했다. 이들이 발표하는 내용은 매우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다만 넘쳐나는 정보홍수와 가짜뉴스 사이에서 과학적 근거와 지식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발신하고 정부에게 과학계의 의견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의미있어 보인다.<사진=지난 9일 일본전문가회의 영상 중>
일본의 경우 코로나19사태 이후 '코로나19 정부전문가회의'를 구성, 정부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전문가회의는 총 12명이다. 좌장은 국립감염병연구소장인 와키타 박사가 맡고 있다. 부좌장으로 오미 시게루 지역의료기능추진기구 이사장이 나선다. 그 외 구성원으로 도쿄대, 홋카이도대, 도호쿠대, 토호대, 동경자혜회의과대학, 의사회 등 연구자와 법류사무소 등 법조계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  

주목할만한 것은 일본전문가회의 발표 시작과 공개되는 모든 문서 첫 멘트 '정부로 제공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가가 어떻게 현상을 분석하고 생각하고 있는지 시민들에게 직접 전하는 것이 책무'이다.

코로나 19의 빠른 확산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한대모으는 것이 중요한 가운데 과학계와 의학계가 주도해 연구결과를 하나의 공식 창구를 통해 발신함으로써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일본은 '코로나19 정부전문가회의'가 구성돼 정부에게 과학적 조언을 한다. 총 12명이다. 좌장은 국립감염병연구소장인 와키타 박사가 맡고 있다. <사진=日 수상관저 홈페이지>
일본은 '코로나19 정부전문가회의'가 구성돼 정부에게 과학적 조언을 한다. 총 12명이다. 좌장은 국립감염병연구소장인 와키타 박사가 맡고 있다. <사진=日 수상관저 홈페이지>
전문가회의의 주요 임무는 후생노동성 대책본부 클러스터 대책반이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발생원인과 주의해야할 점, 향후 확산 예상치 등 검토한 결과를 정리해 보고하는 것이다.

첫 회의는 아베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2월 16일 열렸다. 이후 19일, 24일, 29일, 3월 중 2일 9일 총 6번의 회의를 가졌다. 관련내용은 국민 모두가 함께 볼 수있도록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서 열람 가능하다. 
 
전문가회의는 지난 2일과 9일 최근 정리된 내용을 브리핑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내 전염병 상황과 최근 홋카이도 코로나19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데이터를 공개했다. 홋카이도는 일본 내 감염자 발생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전문가들은 회의결과를 통해 "코로나19는 증상이 가벼운 사람에게서 감염 확대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오프라인으로 사람을 접촉하는 일을 최대한 줄이고 면역력이 강한 10~30대 역시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특히 홋카이도 관계자들에게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지 않으면 발병이 급증할 것"이라며 가벼운 감기증상시 외출을 자제할 것과 규모 관계없이 실내공간에서 대화 이벤트를 피할 것, 야외 활동을 하더라도 사람이 적고 손을 뻗어 상대방에 거리가 닿지 않는 곳에서 대화할 것을 권고했다.

이 외에도 10대~30대 젊은층에게 "젊은층은 코로나19 감염에 중증화 위험이 낮지만 증상이 가벼운 사람이 모르는 사이 노인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전파되 중증화될 수 있다"면서 "젊은층이 통풍이 잘 안되는 지역을 피해주는 것 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중증화를 막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부탁했다.

9일 기자회견에서는 "현 상황으로는 폭발적 확산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언제 다시 유행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세계적인 유행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감염이 반입되는 사례도 앞으로 반복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국민들은 정확한 사실을 전달받기 원한다. 'KF94→KF80→천마스크->건강한 사람은 괜찮다'를 번복하는 정부의 말이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도 전문성보다 상황에 맞춰 내놓는 정책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은 전문가의 한 마디가 더 안심된다. 과학자들의 적극적인 발신과 대응을 기반으로 비상사태 대책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