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례 브리핑을 마친 정은경 본부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9일 정례 브리핑을 마친 정은경 본부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에게는 특별한 노트가 있습니다. 바로 '오답노트'입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부터 브리핑에 등장해 질본 상황을 비롯해 각종 대국민 대응 상황을 꼼꼼하게 메모하며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혹자들은 이를 '오답노트'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질본 관계자에 따르면 브리핑 단상에 오르기 전은 물론이고 브리핑이 끝난 이후에도 후속 조치를 위해 항상 자료를 정리하고 또 정리한다고 합니다. 잘못된 방침이나, 언론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부분까지 빠짐없이 챙기며 전달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오답노트의 시작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질본 질병예방센터장이었던 그는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으로 활동했습니다. 감염 예방과 역학조사 과정을 진두지휘하고 공식 언론 브리핑으로 직접 상황을 전달했습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징계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그는 메르스 확산 대응 실패를 이유로 '정직' 징계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의제기 없이 감수하면서 묵묵히 자리를 지켰고 오히려 이런 모습이 의료계의 신뢰를 얻어 뒤늦게 '정직'에서 '감봉'으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습니다.

비록 징계는 받았지만 메르스 때의 경험이 그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메르스 사태에도 현장을 진두지휘했던 본부장은 이때부터 '정답노트'는 물론이고 '오답노트'까지 상세하게 써가며 상황을 정리했다고 합니다. 

국가적 위기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나 허점들을 기록하며 노트에 경험치들을 쌓아왔을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이러한 기록들이 모여 '2015 메르스 백서'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백서에는 메르스 특성, 국제동향, 대응과정, 대응평가, 교훈·제언 등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질본 관계자들은 정은경 본부장을 '워커홀릭'이라고 말합니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그는 정확하고 꼼꼼하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국민 소통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강조하며 작은 업무하나 놓치지 않고 빈틈없이 체크해 나간다고 말합니다. 

일각에서는 정은경 본부장을 비롯해서 질본이 코로나19 사태를 대응하면서 또다른 경험치들을 쌓아가고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메르스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이후에는 더욱 성숙해진 질본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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